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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 씨네

z20130911-1

정방규가 옮긴 외르케니 이슈트반(Örkény István)의 ≪토트 씨네(Tóték)≫

미친 자를 미치게 하는 미친 짓
미친 것, 미친 사람이 광기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하나뿐이다. 거꾸로 가는 것이다. 슬픈 것은 기쁘게, 무거운 것은 가볍게, 많은 것은 적게, 깊은 것은 얕게. 이러다 보면 웃음이 난다. 정신이 돌아온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쳐다만 볼 뿐이었다.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의견은 일치했다. 거기 앉아서 아무 말도 않은 채 조용히 기다렸다. 더 나은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토트 씨가 책상 아래서 기어 나왔다. 그랬다. 그는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은 듯했다. 그러나 더 이상 저항은 하지 않았다. 스스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어기커가 조심스레 그의 입안에 주머니 램프를 집어넣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듯.
“이게 전혀 맛없지 않으면 좋겠네요.” 그녀가 말했다.
토트 씨는 머리를 흔들었다. 물고 있는 주머니 램프 때문에 얼굴이 둥그렇게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이 제법 그럴듯해 보였다.
“그렇게 하니까 아버지가 훨씬 근사해 보여요.” 어기커가 말했다.
그는 뭐라도 대답하려 했다. 그러자 혀가 램프 팔을 흔들었다. 램프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빨 뒤에서 램프는 반짝이기 시작했다. 웃음이 나왔지만 다들 이를 악물고 참았다.
“우리 시간을 쓸데없이 허비하지 맙시다!” 버로 소령이 말했다. “나는 이제 일이 훨씬 더 잘 될 거라 생각합니다.”

≪토트 씨네≫, 외르케니 이슈트반, 정방규 옮김, 124~125쪽

토트 씨네 가족과 버로 소령이 하는 짓이 무엇인가?
붕대 담는 상자를 만드는 중이다. 전쟁이 나면서 붕대 생산량이 크게 늘자 공장에 일손이 모자랐다. 마을 사람들이 공장으로 일하러 가거나 집으로 재료를 가져와 상자를 만들었다.

≪토트 씨네≫는 어떤 이야기인가?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토트 씨의 아들 줄러가 참전한다. 버로 소령은 아들의 상관이다. 건강이 나빠 휴가를 받고 요양차 토트 씨네에 왔다. 토트 씨는 아들을 위해 소령에게 잘 보이려 애쓴다. 소령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마라, 하품을 하지 마라며 무리한 요구를 한다. 토트 씨는 굴욕을 느낀다. 온갖 수모를 참다가 결국, 소령을 죽인다.

그의 굴욕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굴욕이란 무엇인가?
소령이 얼굴 보는 것을 싫어하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닌다. 밤새 상자 만들며 하품을 하자 소령의 핀잔을 받는다. 소령은 입에 전등을 물고 있으라고 한다. 토트 씨는 복종한다. 이런 복종을 요구하는 굴욕이란 인간의 최후 존재까지 먹어치우는 폭력을 상징한다.

소령을 죽인 뒤 그는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가?
상자 자르는 기계로 죽인 뒤 세 도막을 냈냐는 아내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한다. “세 도막을 냈냐고? 아니, 네 도막으로 잘랐소. 똑같이…. 그런데 내가 뭐 잘못한 것이라도 있소?” 여기서 살인은 광기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구원의 행동으로 여겨진다.

어떻게 살인이 구원의 방법이 될 수 있나?
이웃 모두가 전쟁의 광기 속에서 이성을 잃고 미쳐 갔다. 의사나 신부까지도 목에 방울을 달라거나 무릎 꿇고 다니라면서 복종을 종용했다. 유일하게 제정신을 가진 토트 씨가 스스로 미치지 않기 위한 방어책은 하나뿐이었다. 미친 자를 죽이는 것이다.

토트 씨의 굴욕과 복종은 아들의 안전을 보장했는가?
처음부터 소용없는 짓이었다. 버로 소령이 왔을 때 아들은 이미 전사한 뒤였다. 마을의 무지렁이 우체부 주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나쁜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그는 토트 씨의 아들 줄러가 전사했다는 편지를 버렸다.

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
전쟁이다. 전쟁을 통해 인간성이 말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에서 부조리 상황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소식을 전하지 않는 우체부, 군인이라고 하기엔 작고 초라한 버로 소령, 그런 소령에게 꼼짝 못하는 마을 사람들, 심지어 사랑을 느끼는 토트 씨의 딸 어기커, 학식 있는 자들의 어처구니없는 조언, 상자 자르는 기계가 광기 탈출의 도구가 된 것, 이 모든 요소가 희극으로 작동한다. 고통을 우습게 만든다.

비극을 희극으로 표현하면 관객은 웃을 수 있는가?
역설적이지만 비극과 희극의 혼합 속에서 비극은 더 날카롭고 매섭게 전해진다. 토트 씨에게 일어난 사건을 보고 독자가 마냥 웃을 수 없는 까닭이다.

토트 씨가 전쟁과 광기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작품 머리에 이런 말이 있다.
“뱀이 자기 스스로를 삼켜 버리면,
그런 일은 매우 드문 일이지만, 뱀의 빈자리는
남아 있을까?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최후의 조각까지 다 먹어 치우게 하는
그런 폭력이란 진정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할까? 존재하지 않을까? 존재할까?
어려운 문제로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인간성을 통째로 삼켜 버리는 폭력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 폭력의 존재 여부를 수수께끼로 묻는다. 독자는 작품을 다 읽을 즈음에 진실을 알 수 있다.

외르케니 이슈트반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전하는가?
이 작가에 대해 들어 둘 만한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작가든 예술적 특징은 작품을 한두 개 분석하면 대충 드러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외르케니는 그런 통념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는 늘 새로운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고, 따라서 그 마스크 속의 얼굴이 누구인지 수수께끼처럼 찾아야 한다.”

외르케니 이슈트반은 어떤 작가였나?
1912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헝가리 작가다. 아버지 뜻에 따라 약사가 되었지만 1937년 단편소설 <윤무>를 발표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1946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1972년 노동훈장, 1973년 코슈트상을 수상했고 1979년 타계했다.

전쟁에 대한 그의 경험은 어떤 것인가?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던 1941년, 헝가리가 독일과 함께 소련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하자 참전했다. 종전 후에는 소련의 포로수용소에 잡혀 있어서 바로 귀국하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이 작품에서 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로 나타난다.

연극과는 어떤 관계인가?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극을 위한 대본과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글로리아>, <고양이 놀이> 등 자신의 소설을 개작해 발표했다. <토트 씨네>는 외국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헝가리 작품 중 하나다.

당신은 누구인가?
정방규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헝가리문학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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