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체프 시선
가을 저녁
가을 석양빛에 있는
신비하고 감미로운 매력.
악의에 찬 광채, 화려한 수목들,
적자색의 잎사귀들이 쏟아 내는 속삭임,
우울하고 고독한 대지 위에
얇게 퍼진 고요한 하늘,
다가올 폭풍을 예언하듯
간간이 휘몰아 도는 냉랭한 바람,
파멸과 쇠잔함 곳곳에 서린
시들어 감에 대한 짤막한 미소,
이성의 인간은 그 미소를
고통의 신성한 겸허라고 부른다.
≪튜체프 시선≫, 표도르 튜체프(Фёдор И. Тютчев) 지음, 이수연 옮김, 24쪽
튜체프?
러시아에선 푸시킨만큼 사랑받는 시인이다.
러시아 상징주의 시인들의 우상이자 스승이었다.
지만지가 시 82편을 한국에 처음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