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해체와 놋워킹
신춘 학습이론 특집 3. 이제 팀은 너무 무거워
위리외 엥게스트룀(Yrjö Engeström)이 쓰고 장원섭, 구유정이 옮긴 <<팀의 해체와 놋워킹: 활동이론으로 보는 일터의 협력과 학습(From Teams to Knots: Activity-Theoretical Studies of Collaboration and Learning at Work)>>
팀의 문제를 푸는 놋워킹
문제를 풀기 위해 팀을 만든다. 문제가 해결된다. 문제가 바뀐다. 그러면 팀 자체가 문제가 된다. 문제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팀, 놋워킹이다.
그것은 생동감 넘치고, 널리 번지며, 즉흥적이기도 하다. 놋워킹의 특징은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활동의 끈을 묶고 풀고 다시 묶는 것, 그것을 반복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8장 ‘쇠 우리’에서 바람을 타는 ‘그물망’으로”, <<팀의 해체와 놋워킹>>, 289쪽.
≪팀의 해체와 놋워킹≫은 어떤 책인가?
팀의 해체와 놋워킹의 출현,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지식 창출과 확장학습에 대한 실제 사례들을 제시하는 책이다. 1장, 8장, 9장만 개념과 이론에 대해 논의한다. 2장부터 7장까지는 엥게스트룀이 동료들과 오랫동안 미국과 핀란드의 현장을 연구한 사례를 생생하게 그린다.
독자는 무엇을 알게 되는가?
문화역사적 활동이론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팀의 해체’란 무슨 뜻인가?
‘팀(teams)’이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거나 사라진다고 해석하면 오해다.
팀의 해체가 팀의 해체가 아니란 말인가?
팀의 해체는 팀을 철저히 파헤치고 때론 파괴하지만 동시에 협력적 일과 학습의 새로운 방식인 ‘놋(knots)’을 발견하고 건설한다.
왜 ‘팀’을 해체하나?
팀은 역사 개념도 아니고 보편 개념도 아니다. 게다가 ‘쇠 우리(Iron Cage)’처럼 고정적이고 안정적이다. 오늘날 일터에서 협업은 더 유연하고 유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제 팀은 너무 무겁고 딱딱하고 게으르다.
‘knots’을 왜 ‘매듭’이라고 옮기지 않고 ‘놋’이라 썼는가?
매듭은 묶여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엥게스트룀은 ‘knots’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상호작용이 묶이기도 하고 풀리기도 하는, 그러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유연하고 유동적 속성을 강조했다. 매듭은 개념의 오해를 초래할 위험이 너무 높다.
놋은 실제하는가?
저자는 ‘놋’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기까지 ‘팀’을 면밀히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고찰했다. 이 책에서 TV 방송 제작 팀, 법률 재판 팀, 의료 지원 팀, 초등학교 교사 팀, 산업 기계 팀, 이동통신 콜센터 팀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실례들을 통해 무엇을 발견했나?
팀은 단일하지도 고정되지도 않으며 형태와 운영이 변하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어떤 분석 틀을 사용했나?
문화역사적 활동이론이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사회적 활동 구조와 과정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사회과학적 접근법이다.
문화역사적 활동이론의 강점이 뭔가?
일하면서 배우는 무형식적 학습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한 이론이다. 우발적인 학습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분석 틀이다.
이 이론을 사용해 학습 과정을 분석하면 무엇을 볼 수 있는가?
학습 과정에 어떤 개입 방식을 취하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한 실천적 함의를 얻을 수 있다. 이 이론은 거시적 맥락에서 미시적 학습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며 어떻게 개입하고 실천할지를 알려 주는 매우 강력한 이론이다.
여기서 ‘학습’은 어떤 의미인가?
활동 체계의 객체 또는 목표가 갱신되거나 확장되는 것을 뜻한다. 엥게스트룀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확장학습 순환 모형’으로 제시한다.
확장학습 순환 모형이 뭔가?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동인은 모순이다. 확장학습의 첫 단계는 바로 이 근본적 ‘모순’을 찾는 데서 출발한다.
노나카의 지식창조론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그의 이론은 이미 던져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창조한다는 주장이다. 노나카(Ikukiro Nonaka)의 지식창조 접근법과 엥게스트룀의 확장학습론은 출발부터 다르다.
확장학습의 핵심은 무엇인가?
맥락적이고 역사적이며 활동 체계들의 관계와 다중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모순과 갈등이 학습과 발전으로 이어진다. 변혁적이고 전환적인 학습이다.
모든 학습은 확장적인가?
아니다. 그러나 학습은 본래 확장적이다. 삶은 확장의 연속이고, 그것이 곧 학습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습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지식이 창출한다.
확장학습을 제3수준의 학습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는 뭔가?
역사적으로 축적된 모순에 직면해 이를 해결해 나가는 확장 과정의 학습이기 때문이다. 흉내 내기와 조건화 같은 제1수준의 학습이나 시행착오와 탐구학습 같은 제2수준의 학습과는 차이가 있다.
놋워킹은 뭔가?
놋워킹(knotworking)은 한마디로 ‘놋’이 지어지고 풀어지고 새롭게 지어지는 장기 과정이다.
팀워킹과는 뭐가 다른가?
안정적이고 고정된 팀에서 팀워크라는 부담을 가지고 협업하는 것이 팀워킹이다.
둘의 차이는 뭔가?
창의와 혁신의 시대에는 새로운 객체나 목표를 형성하면서 그에 따라 흩어지고 또 다시 새롭게 뭉치는 즉흥적이면서도 지속적인 과정을 겪는다. 이렇게 함께 일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이 ‘놋워킹’이다. 팀워킹과는 이 점이 다르다.
놋워킹과 활동 네트워크 개념의 차이는 뭔가?
네트워크는 상호작용하는 행위자들의 연결 구조와 행위자들 간의 연결성을 보여 준다. 놋워킹은 그 연결 구조가 바뀌어 가는 과정을 나타낸다. 놋워킹은 객체가 바뀔 때마다 지어지고 풀어지고 변경되어 다시 지어지는 장기적 과정이다. 따라서, 네트워크가 비교적 안정된 관계의 구조에 관심을 가지는 데 비해, 놋워킹은 ‘바람을 타는 거미줄’처럼 관계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춘다.
놋워킹은 공동체학습과 뭐가 다른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둘은 같다. 그러나 공동체학습은 공동체적 가치와 정체성의 변화를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공동체 안의 권력과 공동체 밖과 경계라는 틀에 의해 공동체적 부담을 지게 된다. 놋워킹은 객체와 목표를 중심으로 훨씬 유동적이고 확산적으로 참여가 이루어진다. 객체와 목표 자체도 고삐가 풀린 듯이 변화하기 때문에 공동체학습이 추구하는 목표와 같은 공동체적 부담으로부터 훨씬 자유롭다.
팀은 못하지만 놋워킹은 할 수 있는 고유의 강점은 뭔가?
과거의 팀 개념으로는 보기 힘든 현상을 볼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다. 놋워킹은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열려 있는 모습, 끊임없이 성장, 성숙해 가는 과정을 잘 보여 준다.
놋워킹의 추진 동력은 뭔가?
주체의 동기화도 객체로부터 온다. 따라서 객체의 힘이 크면 놋워킹이 지속되고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추진 동력이 주체가 아니라 객체에서 비롯되는가?
매력적인 객체, 또는 대상과 목표가 있다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끌리고 쏠리고 들끓으면서’ 놋워킹이 지속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이런저런 변화를 겪으며 객체가 변형되면서 확산할 것이다. 그것이 놋워킹의 유연성, 유동성이다.
자연 현상에서 놋워킹 사례를 볼 수 있는가?
엥게스트룀은 놋워킹의 모습을 균근(菌根)에 비유한다. 균근은 땅 속에 숨어 있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질적인 참여 주체들이 공생한다. 놋워킹도 마찬가지로 분명히 존재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낯익은 놋워킹 상황은 무엇인가?
리눅스나 위키피디아, 스마트몹이다.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전략에서도 놋워킹의 모습이 보인다. 요즘 아이돌 스타는 원래 본인의 팀에서만 활동하지 않는다. 개인 또는 소규모 유닛으로 해체했다가 다시 본래 팀으로 결합하거나 심지어는 다른 팀의 구성원과도 함께 활동한다. 고정된 팀으로는 변덕스러운 관객들의 호응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받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계속적인 해체와 결합’이라는 전략을 통해 아이돌 스타 각자의 개성을 살리기도 하고, 새로운 조합을 통해 유닛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는 변화를 주는 동시에 팀의 기반과 명성은 계속 이용하면서 고정된 팀의 압박으로부터는 벗어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유연하고 유동적인 놋워킹의 방식을 취함으로써 관객들의 요구에 대응하는 성공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엥게스트룀이 낯선 이유는 뭔가?
그동안 국내 인적자원개발은 교육프로그램이나 제도 등 공식화된 학습에 관심이 더 많았다. 최근에야 일터에서 무형식학습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평생학습과 일터를 위해 이 책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놋워킹과 확장학습이론은 오늘날 평생학습과 일터 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상 자체를 거시적인 문화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는 동시에 미시적으로 매우 세밀하게 묘사한다. 활동 체계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교류하고 협업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학습이 발생하는 모습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그 실천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방식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장원섭이다. 연세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겸 교육연구소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