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주의 문학
김충남의 ≪표현주의 문학≫
표현주의는 무엇을 표현했는가?
Dämmerung, 곧 박명이다. 새벽의 어스름과 해 질 녘의 황혼이다. 현실을 추상하고 비틀고 과장한다. 경험 세계를 넘어 상징과 환상으로 내면세계를 드러낸다. 윤리와 미학의 규범을 철저히 부순다. 그들은 저녁과 새벽 사이 어디엔가 있었던 것이다.
표현주의 문학은 점차 파토스와 주관적 사고에 따른 공통적 세계관과 예술관을 형성하게 되며, 나아가 새로운 현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인간 등 통일된 주제들을 제시하게 된다. 특히 표현주의 문학에서 혁명적인 요소는 인간의 개혁, 즉 창조적이고 세계를 바꾸는 인간 자아의 재발견이다.
≪표현주의 문학≫, 김충남 지음, 15쪽
표현주의 작가는 초인을 꿈꿨는가?
인간성 회복과 사회 개혁에 희망을 걸었다. 가속화하는 산업화, 시민 세계의 도덕관과 가치관, 자연주의와 인상주의 등 기존 질서를 거부했다. 동시대 문학비평가는 표현주의 문학을 문학혁명으로 반겼다.
‘표현주의는 퇴폐예술’이라는 당대 평가와 모순되는 설명 아닌가?
국가사회주의자는 표현주의 문학의 기괴한 환상, 공포, 광기, 퇴폐, 염세주의 등을 비독일적 정신으로 낙인찍었다. 그들은 표현주의 작가를 박해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다.
표현주의가 파시즘의 선구라는 의혹을 받는 까닭은?
표현주의 논쟁에 참여한 마르크스주의 문학비평가의 견해다. 국가사회주의자는 표현주의 문학의 환상과 공포를 실제 사회 모습으로 바꿨다. 이 때문에 표현주의 작가가 전체주의 정신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고 비난받았다.
표현주의 논쟁이 무엇인가?
1937∼1938년에 루카치, 쿠렐라, 블로흐 등 좌파 지식인이 ≪말[言]≫지에서 벌인 문학 논쟁이다. 표현주의를 어떻게 평가하고 받아들일 것인지가 쟁점이었다.
루카치가 단초를 제공했는가?
그는 1934년 ≪표현주의의 위대성과 몰락≫을 출판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입장에서 표현주의가 시민성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쿠렐라의 주장은 무엇이었나?
표현주의를 낳은 정신이 파시즘으로도 이어졌다는 판정을 내렸다. 루카치가 다시 거들었다. 퇴폐적인 표현주의 문학을 새로운 공산주의 사회의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았다.
루카치와 쿠렐라에 대한 블로흐의 태도는 무엇인가?
마르크스주의는 유럽의 아방가르드 예술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표현주의 문학은 인도주의적이고 민중적이며 혁명적이기 때문에 시민사회에 꼭 필요한 유산이라고 여겼다.
표현주의 문학이 무엇인가?
질풍노도, 낭만주의와 함께 가장 독일적인 문학 사조다. 자연주의와 인상주의를 거부하며 1910∼1920년에 일어났다. 기존 사회와 문화에 대한 과격한 비판과 새로운 미래 사회에 대한 열렬한 바람이 특징이다.
열렬한 바람은 어떤 방법으로 현실과 연결되는가?
표현주의 작가는 인간 자신의 내면 변화를 중시했다. 정치·경제·사회 질서보다 정신과 영혼의 정화 행위를 먼저 요구했다. 이러한 내면의 운동으로 인간 자신과 물질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다.
왜 그렇게 빨리 사라졌는가?
유토피아 추구, 현실도피 경향, 주관적 사고의 지나친 강조, 예술형식의 취약성, 시대와 사회의 변천 때문이다.
이 책은 표현주의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독일 표현주의 문학을 종합적으로 개관한다. 제1부에서는 표현주의의 발전 과정과 개념을 확인한다. 제2∼4부에서는 시, 희곡, 산문의 대표 작품을 주제별로 다룬다. 제5부에서는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왜 영화까지 논하는가?
영어권과 불어권에서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계기로 독일 표현주의에 관심을 보였다. 표현주의 문학의 환상적이고 기괴한 요소와, 아웃사이더, 광기, 살인, 문명 비판이라는 주제를 받아들였다. 연극에서는 정거장 기법을 도입했다.
정거장 기법은 무엇인가?
여러 장면을 변화무쌍하게 전환하는 희곡 형식이다. 스트린드베리의 <다마스쿠스로>를 모세포로 평가한다. 주인공이 생과 사의 모든 정거장을 두루 거치고는 종국에 무를 확인하는 내용이다.
독일 표현주의 문학은 어디에서 출발했는가?
베를린의 ‘새로운 클럽’이다. 스스로를 새로운 세대로 간주하는 작가들이 1909년에 창립했다. 1911년에는 ‘새로운 격정의 카바레’로 명칭을 바꿨다. 여기에서 호디스와 하임은 자작시를 낭송했고, 하젠클레버는 <아들>을 낭독했다.
호디스의 <세계의 종말>은 표현주의 시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주장은 옳은가?
이 시는 ≪인류의 여명≫ 맨 앞머리에 실려 있다. 개별 장면의 특성과 결합이 독창적이다. 상이한 개개 장면을 동시에 나열하며, 거의 매 시행에 새 주어가 나온다.
≪인류의 여명≫은 어떤 책인가?
핀투스가 펴낸 표현주의 시 선집의 고전이다. 시인 23명, 시 278편을 소개한다. 원제의 ‘데머룽(Dämmerung)’은 독일 표현주의 문학을 함축하는 제목이다. 이는 여명과 황혼 모두를 뜻한다. 이러한 이중성에 낙관주의와 염세주의를 포괄한다.
표현주의 시는 현실을 어떻게 그리는가?
추상화하고 비틀고 과장한다. 현실의 경험 세계를 초월하고, 상징적이고 환상적인 내면세계를 표출한다.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규범은 철저히 파괴한다.
왜 사실주의 묘사를 거부하는가?
아름다운 허상 뒤에 숨겨진 현대의 비인간적 요소를 폭로하기 위해서다.
표현주의 희곡은 무엇을 전달하는가?
세계를 지배하는 인간의 권능을 환기하고 인간의 개혁 의지를 촉구한다. 새로운 인도주의적 세계를 창조하는 길을 제시한다.
일상 언어를 피하는가?
표현주의 극작가는 일상 언어가 영혼을 표현하는 데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송가와 서정시 같은 표현을 추구한다. 느낌표를 수없이 나열하기도 하고 아예 구두점을 찍지 않기도 한다.
베데킨트는 어떻게 독일 표현주의 희곡의 개척자가 되었나?
<깨어나는 봄>에서 구세대의 약점을 희화화하고 과장했다. 스스로를 개혁하고 해방하는 자를 부도덕한 시민과 대립시켰다. 진실을 은폐하는 위선적 도덕을 비난하고, 시민사회가 억제하는 성적 본능의 모든 터부를 깨뜨렸다. 독자와 관객은 경악했다.
또 어떤 작품이 대표적인가?
슈테른하임의 <속바지>, 카이저의 <칼레의 시민들>, <아침부터 자정까지>, <가스>, 하젠클레버의 <아들>, 톨러의 <변화>다.
희곡은 많은데 산문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까닭은?
산문은 표현주의 이념을 고지하는 데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특히 장편은 감정 폭발을 표현하는 데 너무 늘어지고 냉정한 형식이다.
작품성이 떨어지나?
절대 아니다. 되블린의 <민들레꽃 살해>는 “현대에 쓰인 최고의 단편”, “근대 그로테스크 소설의 표본”으로 평가받았다.
그로테스크가 표현주의 산문의 특징인가?
중심인물이 아웃사이더, 죄수, 병자, 광인이다. 자연과 사회, 자기 자신에게 소외당한 경험을 서술한다.
당신은 왜 이 책을 썼나?
표현주의 문학에 관한 마땅한 학습서나 연구서가 없었다. 독일 문학을 전공하는 후학과 독일 문학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를 위해 썼다.
저술의 초점은 무엇인가?
대표 작가의 주요 작품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표현주의 문학의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면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조명하려 애썼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충남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명예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