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한국문학 6. 시
2647호 | 2015년 6월 22일 발행
한국전쟁과 한국문학 6. 시
어둠이 스러질 때까지
너무나 참혹했으므로 현실로부터 눈을 거두는 순수와 서정,
아무리 참혹해도 외면은 안 된다는 자기 각성이 전후의 시를 만든다.
구상은 말한다.
빛 속에서 어둠이 스러질 때까지 그 둘을 지켜보자고.
초토의 시 10
어둡다구요. 아주 캄캄해 못 살겠다구요. 무엇이 어떻게 어둡습니까. 그래 그대는 밝은 빛을 보았읍니까. 아니 생각이라도 하여 보았읍니까. 빛의 밝음을 꿈꿔도 안 보구 어둡다 소리소리 지르십니까. 설령 그대가 낮과 밤의 明暗에서 광명과 암흑을 헤아린다 칩시다. 그러 량이면 아침의 먼동과 저녁노을엔 어찌 무심하십니까. 보다 빛과 어둠이 엇갈리는 사정은 노상 잊으십니까. 됩데 어둠 뒤에 가리운 빛, 빛 뒤에 가리운 어둠의 意味를 깨치서야 하지 않겠읍니까. 그제사 정말 암흑이 두려워지고 광명이 바래질 것이지, 건성으로 눈 감고 어둡다 어둡다 소동을 이르킬 것이 아니라 또 건성으로 광명을 바래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진정 먼저 빛과 어둠의 얼골을 마주 쳐다봅시다. 빛 속에서 어둠이 스러질 때까지.
≪초판본 구상 시선≫, 구상 지음, 오태호 엮음, 21쪽
고석규 <江>, 모윤숙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박봉우 <휴전선>, 이은상 <고지가 바로 저긴데>, 박남수 <할머니 꽃씨를 받으시다>, 유치환 <들꽃과 같이>, 조지훈 <다부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