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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디지털 미디어와 문화

c20130808-1

<<한국 사회의 디지털 미디어와 문화>>에서 김수아가 말하는 젠더 논쟁의 현주소

알고 보니 남자였어
인터넷은 얼굴이 없다. 이름도 없다. 언어만 난무하므로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다 안다. 초딩인지 고딩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부자인지 거지인지 척 보면 알 수 있다. 중성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젠더는 언제부터 한국 온라인 공간에서 이슈가 되었나?
1998년 군가산점제 논란이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 네 명과 연세대학교 장애인 학생 한 명이 군가산점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피시통신 토론 공간에서 남성과 여성 간에 논쟁이 시작됐다.

이 논쟁은 온라인 공간을 어떻게 바꾸었나?
온라인 공간이 성으로 나누어졌다. 당시 피시통신 이용자의 70% 이상이 남성이었다. 여성 이용자들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나섰다. 이때부터 남성과 여성이 이용하는 공간이 달라졌다.

여성들이 토론이 아니라 독립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성 이용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 적었다. 여성들이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비판이 쏟아졌다. 대화방 쪽지를 이용한 언어적 성폭력 문제도 발생했다. 사이버 성폭력이 시작되었다.

여성주의 웹진 월장의 홈페이지가 창간 십 일 만에 접속 차단된 이유는?
2001년 4월 창간호에 실린 “도마 위의 예비역”이라는 글이 발단이었다. 대학 내 군사문화, 예비역 문화의 부정적 측면을 짚는 글이었다. 월장 홈페이지는 남성들의 욕설로 도배되었다.

월장 사태는 어디까지 갔나?
웹진 회원의 신상 정보가 유출되고 물리적 위협과 협박으로 이어졌다. 해당 회원이 성매매를 요구하는 남성의 전화를 받는 상황도 발생했다. 온라인 공간의 표현이 실제 물리적 위협으로까지 번졌다. 여성들은 심리적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성주의자들은 어떻게 대처했나?
시스터 본드와 같은 연합체를 구성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발언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다양한 단체가 온라인 공간의 언어폭력이나 사이버 성희롱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대응 방법을 제시했다.

시스터 본드 캠페인의 실제 목표 지점은 어디였는가?
여성의 인터넷 참여를 유지하는 것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젠더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사건의 맥락과 상황을 충분히 전달하는 데 온라인 공간이 갖는 한계 때문이다. 성별 차이에 따른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의견 격화가 더 쉽게 일어난다.

초기 젠더 연구자들은 인터넷과 온라인 공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나?
온라인 공간에서는 성별·연령·인종과 같은 현실 사회의 차별 지표가 제공되지 않는다. 현실과는 달리 상호 평등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론적으로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다. 현실은 달랐다.

성별 차이가 온라인에서도 여전한가?
그렇다. 표현과 말투, 글쓰기 방식, 주제에서 성별·인종과 같은 지표들이 쉽게 드러난다.

성별을 속여 활동해도 마찬가지인가?
오히려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과도하게 표현하기 마련이다. 현실 사회의 성별 차이는 온라인 공간에서 좁아지지 않는다.

여성주의 웹진의 성과를 찾을 수 있는가?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주의적 인식을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 사이버 페미니즘이 주창해 온 평등하고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이것만으로도 초기 웹진의 성과는 분명하다.

왜 지속되지 못했는가?
수익 모델 때문이다. 대안 미디어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후속 세대 양성도 실패했다. 지속적인 담론 생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마이클럽은 수익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소비 산업과 연계된 전략을 동원해 이윤을 창출했다. 전문 제품 리뷰어 모집이 한 예다. 여성의 주요 소비 영역을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해 소비를 촉진하는 마케팅 전략도 구사했다.

상업적 사이트이면서도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던 전략은 무엇인가?
여성 소비자 중심의 공동체성을 실현해 갔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상업 광고나 정보를 마구 수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 이용자들 간의 정보 공유, 자유 게시판을 통한 네트워크 형성으로 바꾸었다. 여성 위주의 안전한 인터넷 공간을 제공한 것이 성공 요인이다.

여성주의자들은 이 사이트를 왜 비판한 것인가?
여성을 소비자로 호명했다. 여성을 광고나 소비 산업과 연계시켰기 때문이다. 여성주의자들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여성의 영역이 가사와 육아, 미용에 제한되는 것을 우려했다.

당신의 생각은 무엇인가?
일상생활에서의 억압이나 부당함을 공유하고 여성에게 필요한 지식을 생산하는 것은 여성주의 활동의 한 모습이다. 상업적 여성 사이트들은 유용한 정보 생산과 네트워크 형성의 장소가 될 수 있다. 단순한 부정 평가는 현실성이 없다.

2008년 촛불집회는 인터넷 젠더 정치에 어떤 힌트를 주었나?
촛불집회에서 두드러지게 활약한 여성들은 요리·미용·성형·가사에 관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이었다. 정치적 목적으로 구성된 공동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의한 정치적 집단행동의 영향력을 보여 주었다.

인터넷 젠더 운동은 어디에 있나?
아쉽게도 인터넷 관련 여성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해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여성주의 웹진과 저널 중 꾸준히 발행되는 것은 일다와 언니네 정도다. 오히려 남성연대처럼 여성가족부에 반대하고 남성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움직임들이 최근 늘고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수아다. 상업적 여성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여성 이용자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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