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시선
시골집에서 더위 피하는데
시골집에서 더위를 피하는데
한 말 술이 있으니 누구와 즐길까.
이런저런 산과일 펼쳐놓고
듬성듬성 술잔을 놓았노라.
거친 갈대로 자리를 대신하고
파초의 잎으로 그릇을 삼았네.
취한 다음에 턱을 괴고 앉으니
수미산이 탄환보다 작구나.
田家避暑月
斗酒共誰歡
雜雜排山果
疏疏圍酒樽
蘆莦將代席
蕉葉且充盤
醉後支頤坐
須彌小彈丸
수미(須彌): 수미산. 불교에서 말하는 온 우주의 중심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6만 유순(1유순은 약 7km)이라고 한다.
≪한산 시선≫, 한산 지음, 박석 옮김, 146~147쪽
한산(寒山), 시 312수뿐, 이름도 생애도 알지 못한다. 이르는 사람 없으니 바위와 바람과 구름이 술 동무다. 술 한 잔에 우주도 티끌이다. 소박하고 호방하고, 그래서 청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