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의 천재 카피라이터
김동규의 <10명의 천재 카피라이터>
소주병은 깨끗할까?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하고 침을 뱉기도 하고 소변을 담기도 하는데 수거해서 다시 쓰잖아? 알코올이니 저절로 소독이 될까, 안 될까? 궁금하면 물어보라, 클로드 홉킨스에게.
그들은 어떻게 광고의 전설이 되었나?
첫째, 광고 역사에 남은 카피를 만들었다. 둘째, 카피라이팅과 현대 광고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 책은 그들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
전설적 카피라이터 10명의 파란만장한 개인사와 광고철학, 표현기법, 대표 작품을 다룬다. 현대 광고를 개척했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우리가 지금 그들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 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과거를 알아야 오늘을 이해하고 나아갈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현대 광고가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지 알기 위해서 그들을 만난다.
광고란 무엇인가?
물건을 팔기 위한 설득커뮤니케이션이다.
카피라이터는 무엇인가?
광고의 표현 콘셉트와 핵심 아이디어를 만들고 말과 글로 창조하는 설득 전문가다.
클로드 홉킨스가 천재 카피라이터인 이유는 무엇인가?
냉혹할 만큼 실용과 효과를 지향하는 크리에이티브를 추구했다. 환불보증제, 우편주문 광고, 선제적 리즌와이 기법을 그가 처음 사용했다. 현대 광고를 과학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선제적 리즌와이는 어떤 기법인가?
경쟁 제품에도 존재하는 특정 상품의 일반 특성을 먼저, 그리고 의도적으로 독점해 자기만의 특성으로 각인시키는 방법이다. 1900년대 초반 슐리츠 맥주 캠페인에서 처음 시도했다.
어떻게 해서 성공할 수 있었는가?
홉킨스는 맥주병을 “증기로 세척했다”고 강조한다. 슐리츠만 그러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증기세척은 당대 모든 맥주회사가 쓰던 방법이었다.
어네스트 엘모 컬킨스는 무엇으로 천재가 되었는가?
소프트 셀 소구다. 제품의 감성 편익에 호소하는 방법이다. 20세기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감성 편익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했는가?
컬킨스 이전에 광고의 비주얼은 카피의 부속물이었다. 소프트 셀 이후 비주얼의 지위가 완전히 달라진다. 고객의 주목을 끌고 태도를 바꾸는 광고의 핵심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초호황을 보인 1920년대부터 표현방법의 주류가 되었다.
소프트 셀과 하드 셀 크리에이티브는 어느 지점에서 달라지는가?
소프트셀은 인간 내면의 파토스를 작동시켜 효과를 만든다. 직접 설득하지 않고 은유, 예술 크리에이티브를 주로 사용한다. 하드셀은 제품의 기능 특성이나 소비자 효용을 강조한다. 직접, 이성 크리에이티브다.
헬렌 랜스다운 레조가 천재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여성의 발견이다. 191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제품 구매 결정에 여성의 힘이 급속히 커졌다.
여성에게 어떻게 접근했는가?
그녀는 달라진 환경을 날카롭게 감지해 업계 최초로 제작팀을 모두 여성으로 구성했다. 이 팀은 부드러운 톤 앤 매너를 특징으로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광고를 만든다. 여성 입장에서 여성의 마음을 헤아리는 섬세한 시도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고 마침내 여성 중심 광고의 뿌리를 내렸다.
레조의 메시지 전략은 어떤 것이었나?
우드버리 화장비누 광고에는 옅은 갈색 머리칼의 여인과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남자가 등장한다. 반쯤 가려진 남자 얼굴 위에 “만지고 싶은 피부”라는 헤드라인을 배치한다. 성적 암시다. 우드버리 비누를 쓰면 광고의 여인처럼 남자를 빠져들게 만든다는 유혹이다. 어떤 여자가 이런 강력한 설득을 거부하겠나.
윌리엄 번벅이 광고계에 던진 충격은 무엇인가?
그는 광고 창작이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직관, 영감, 재능, 비약,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이루어진다고 확신했다.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광고로 1960년대 세계 광고의 크리에이티브 혁명을 주도했다.
폭스바겐 광고가 바로 그의 크리에이티브인가?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기념비다. “불량품”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한 단어, 곧 ‘Lemon.’과 우측에서 찍은 심플한 승용차 사진으로만 광고 지면을 구성했다. 강한 주목력, 폭스바겐이 지닌 완벽한 품질관리를 역설적으로 제시했다.
데이비드 오길비는 브랜드 이미지 전략으로 천재에 등재된 것인가?
고급 패션, 명품, 보석, 화장품 같은 고관여 감성 제품이나 위스키, 담배처럼 쉽게 경쟁사가 모방할 수 있는 기호품은 차별적 특성이나 고유 편익을 제시하기 어렵다. 이때 광고를 통해 자기 브랜드가 경쟁사보다 뛰어나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고 선호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효과가 크다.
그가 만든 <<매직랜턴>>은 어떤 책인가?
크리에이티브 가이드북이다. 오길비의 30년 광고 노하우를 총정리했다. 광고 창작의 어두운 길을 비춰 주는 등불이라는 뜻이다. 수천 가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헤드라인과 보디카피 쓰는 법, 일러스트레이션 창작, 텔레비전 광고 구성법, 콘셉트 도출법 등 다양한 창작 원칙을 담았다.
도덕성이 가장 뛰어난 천재는 누구인가?
레이먼드 루비캄이다. 그는 “직원 사기를 떨어뜨리는 광고주는 아예 포기하는 게 좋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졌다. 광고주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아무리 광고비가 많아도 거절했다. 거대 광고주를 스스로 포기하기도 했다. 전문직으로서 광고인의 도덕성에 확고한 믿음이 없었다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좋은 카피라이터는 어떤 카피라이터인가?
카피라이터는 전략, 아이디어, 언어 콘텐츠를 창조하는 광고의 핵심이다. 시장을 보는 거시적 마케팅 능력과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미시적 창조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말과 글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언어감각은 기본이다. 사람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눈길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당신은 어떤 카피가 좋은 카피라고 생각하나?
금전등록기의 종을 맹렬히 울리는 카피, 한마디로 물건을 많이 파는 카피가 좋은 카피다. 그러면서도 가슴 짠한 감동과 인간미를 동시에 던져 줄 수 있다면 지상 최고의 카피가 아닐까.
오늘 한국의 광고 카피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광고는 경기를 민감하게 반영한다. 불황이 닥치면 카피도 변한다. 2008년 세계 경제불황이 시작된 이후 힐링 카피가 크게 늘었다. 허덕대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다독인다.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거나, 최종 휴식처로 가족을 강조하는 광고가 그렇다.
당신이 좋아하는 카피는 무엇인가?
1984년 쌍용그룹 기업피아르 광고 카피다. 헤드라인은 “오늘은 속이 불편하구나”. 제자를 사랑하는 선생님의 마음을 감동적으로 풀어낸 걸작이다. 꽁보리밥 도시락 사진과 잔잔하게 풀어낸 보디카피가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동규다. 동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