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절정에 이른 베트남 전쟁과 반전 운동, 프라하의 봄, 중국의 문화 혁명, 파리의 5월 봉기, 그리고 이와 함께 지구촌에 울려 퍼진 록 음악. 한마디로 1960년대는 세계적으로 반항과 저항으로 점철된 시기였다.
이런 질풍노도는 당시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1945년부터 1960년대의 독일을 들여다보면 두 종류의 독일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산업과 기술 중심적인 독일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적, 제도적 문화를 고수하는 독일이었다. 이 시기에는 산업화와 자본의 집적이 급속히 진행되어 생산력은 급성장했고 하부 구조는 유례없는 변동을 겪었다.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독일의 정서와 행동은 관습과 기존의 가치관과 보조를 맞추느라 변화가 더디었다. 어떤 시기에서든 상하구조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이 즈음의 독일은 팽창의 속도가 유난히 빠르고 생산 노동이 급격하게 재편되면서 그 정도가 엄청나게 벌어졌다. 이럴 때일수록 전자와 후자를 조화시키려는 시도에는 고통이 수반되었다. 이 고통이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이 67년, 68년의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운동은 모든 양상에서 기존의 혁명들과 달랐다. 생존을 위한 계급투쟁도, 프랑스와 러시아 혁명처럼 일국 중심의 혁명도 아니었으며, 노동자와의 연계가 있었지만 마르크스-레닌 식의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인간 해방을 추구했다. 67년, 68년의 ‘뜨거운 여름’은 독일 사회를 바꿔 놓았다. 구체적으로 경제적 기적과 자본의 축적에 편승해 기존의 체제를 고수하려는 제도적 독일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뿌리 깊은 가부장적 지배 형태를 타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감각한 일상생활에서 감수성을 해방시켰다. 독일의 68운동, ‘뜨거운 여름’ 역시 정치 혁명인 동시에 문화 혁명이었다.
소설 ≪뜨거운 여름≫은 68운동을 배경으로 사생활이나 학업 등 모든 면에서 ‘줏대 없이 방황하는’ 주인공의 결여된 의식에 시대적 사건과 관련된 체험들을 채우는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문학적 허구의 틀을 유지하면서 주관적 상황과 동시대 역사가 사실적으로 뚜렷이 교차하면서 주인공 울리히가 정치화되는 경험과 내면의 변화 과정까지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68운동에 문외한인 독자라도 학생운동 과정에 대해 직접 체험에 가까운 인식 및 학습 과정을 거치게 해준다.
200자평
이 소설은 68운동을 배경으로 주인공 울리히가 정치화되는 경험과 주관성의 변화 과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문학적 허구의 틀을 유지하면서 주관적 상황과 동시대 역사가 사실적으로 뚜렷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68운동에 문외한인 독자라도 학생운동 과정에 대해 직접 체험에 가까운 인식 및 학습 과정을 거치게 해준다.
지은이
우베 팀은 1940년 함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야기를 쓴 우베 팀은 브라운슈바이크 직업학교에서 1963년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통과. 뮌헨과 파리에서 대학을 다니며 철학과 독문학을 전공했고, 알베르 카뮈의 부조리문제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어서 뮌헨에서 사회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1971년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했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는 로마에서, 그 뒤로 오랫동안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그리고 뉴욕 등에 머무르다가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뮌헨에 살고 있다. ≪모순≫(시집), ≪뜨거운 여름≫(소설), ≪달려라 루디≫ 등의 작품이 있고, 1990년 ≪달려라 루디≫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 받았다. 그 밖에도 1989년 뮌헨 시 문학상, 1990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 1994년 뵉켄벨펜 상을 받았다.
옮긴이
오용록(吳龍祿)은 고창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에서 독어교육학 학사를, 뮌헨대학교에서 독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강원대학교 독문과 교수를 지냈으며, 로베르트 발저, 카프카, 릴케, 클라이스트, 렌츠, 키르케고르, 롤프 디터 브링크만, 헤르만 헤세 등에 관한 논저를 다수 썼다.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헬무트 키젤과 파울 뮌히의 ≪18세기 독일의 사회와 문학≫(1993/2002), 헤르만 헤세의 ≪종이로 된 지성(Lektüre für Minuten)≫(1994), 루돌프 아른하임의 ≪엔트로피와 예술≫(1996), 프란츠 카프카의 ≪성≫(2000), 윌리엄 존스턴의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2008)이 있다.
2010년판 ≪마르퀴스 후즈후 인 더 월드(The 27th Edition of Marquis Who’s Who in the World)≫ 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차례
제1부
제2부
제3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노트커와 울리히 앞에는 레나테, 리스터 그리고 빵 색깔처럼 노란 배우 학교 학생이 서서 노래를 불렀다.
서구에 계신 우리 자본님.
투자를 회수토록 하시고
그 이익이 임하게 하소서.
아스팔트가 덮인 광장은 늦은 오후 햇살로 후끈후끈했다. 사람들이 작업장 문에서 몰려나왔지만 그들 앞에 발을 멈춘 노동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노동자들은 한 번 쳐다보고는 급히 버스 정거장이나 주차장으로 갔다.
중년 남자 둘만이 서서 손뼉을 쳤다. 그들은 울리히네가 그곳에 와 레나테의 미니 쿠페에서 소도구들을 풀기 전부터 서 있던 사람들이었다.
리스터는 그들에게 동지 하며 말을 걸었다.
리스터는 그들이 캄프나겔에서 온 직장 동료라고 했다.
두 사람은 울리히 일행 모두와 힘차게 악수를 나누었다. 그들의 박수는 증기 망치 소리 같았다.
노트커가 울리히 다리 사이에서 속삭였다. 이 공산주의자들 모양이 좋네, 저렇게 일치단결하는 게.
당신의 주가는 월스트리트에서와 같이
유럽 땅에서도 오르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매상을 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