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희극》의 작가이자 백과전서파의 수장, 근대 사실주의 문학의 최대 작가인 발자크의 희곡. 소설 외에도 희곡을 여러 편 썼는데 우리말로 번역, 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자본주의 초기 프랑스 사회상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작품. 주식 거래를 둘러싼 각종 사건, 인물들의 상황이 배경을 현대로 치환해도 그대로 들어맞을 정도다. 주인공 메르카데는 주식 매매를 중개하며 부를 쌓지만 거래가 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현재는 재정난에 허덕이며 고용인들 임금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드러나면 사업이 불리해질까 염려하며 여기저기서 빌린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계속한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보려고 가짜 뉴스로 주가를 조작하고, 딸을 자산가와 결혼시켜 그 덕을 보려고도 하지만 모두 허사다.
주인공 메르카데의 희망이지만 절대 나타나지 않을 존재로 ‘고도’라는 이름이 반복해 등장한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연상시킨다. 이 때문에 베케트가 발자크의 〈사기꾼〉에서 영감을 얻어 〈고도를 기다리며〉를 썼을 거라는 주장도 있었다. 베케트는 생전에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발자크의 이 희곡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사기꾼〉의 ‘고도’와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는 놀랍도록 유사해 그 배경에 여전히 많은 관심이 쏠린다.
200자평
주로 소설을 통해 당대 사회사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던 백과전서파 수장 오노레 드 발자크는 여러 편의 희곡을 남겼다. 그중 대표작이라 할 〈사기꾼〉은 초기 자본주의 사회상을 담고 있다. 그 면면이 우리 시대의 오늘과 무척 닮았다.
지은이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1799∼1850)
1799년 5월 20일 프랑스 투르(Tours)에서 4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발자크의 모친은 자녀에게 무심한 편이어서 낳자마자 아들을 유모의 집에서 기르게 했고, 이어서 그를 오라토리오회 수도원 기숙학교에 넣고서 찾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과 떨어져 유년기를 보낸 이 시절의 외로움과 슬픔은 그의 소설 《골짜기의 백합(Le Lys dans la Vallée)》에 잘 나타나 있다. 1814년 가족이 파리로 거처를 옮기게 되자 발자크는 파리에서 학업을 이어 가게 된다. 그는 법학 공부를 하는 이외에 소송 대리인과 공증인 사무소의 수습 서기로 일하면서 법률 실무를 익힌다. 이 시기에 얻은 법률 지식과 경험은 이후 그의 소설 창작의 밑거름이 되어 《인간 희극》에서는 법률문제와 관련한 많은 사건이 등장하며 풍부한 법률 지식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1819년 발자크는 법률가의 길을 포기하고 파리의 비좁은 다락방에 갇혀 지내며 문학 습작하는 생활에 전념한다. 첫 작품은 운문 비극 〈크롬웰〉이었고, 이후 몇몇 소설들을 발표하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친구들과 공동 작업으로 당시 유행하던 모험 소설들을 출간하기도 했다. 1825년 문학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발자크는 사업에 뛰어들어 재정적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출판사와 인쇄 및 활자 제조소 운영으로 이어지는 발자크의 사업은 2년 만에 실패로 끝났고 발자크는 파산에 이르러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다. 이후 문학의 길로 되돌아 왔으나 그는 평생 빚에 쫓기면서 돈을 벌기 위해 소설을 써야 하는 고달픈 생활을 계속하게 된다. 이후 《인간 희극》에 포함된 《마지막 올빼미당원(Le Dernier Chouan)》이 1829년 발표되면서 발자크의 작품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다. 이해에 나온 《결혼 생리학(La Physiologie du mariage)》은 세간의 큰 주목을 받으며 호응을 얻었다. 1830년부터는 파리의 여러 살롱을 다니면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추구했다. 1833년부터 1835년에 이르는 동안 발자크는 소설가로서 당시 낭만주의 문학을 벗어나 자신의 확고한 창작 세계를 형성한다. 이 시기에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을 비롯해 《외제니 그랑데(Eugénie Grandet)》, 《루이 랑베르(Louis Lambert)》, 《세라피타(Séraphita)》 등 많은 소설이 발표되었다. 발자크는 앞선 작품에 등장했던 인물을 재등장시키는 독특한 기법을 《고리오 영감》에서 처음 시도한 이후 이 기법을 계속 사용하면서 자신이 이미 쓴 작품들과 앞으로 쓸 작품들을 연계해 하나의 거대한 체계로 완성할 계획을 했다. 1841년 이 총서의 제목을 《인간 희극》으로 정하고 첫 권에 서문(Avant-Propos)을 붙여 소설에 대한 자신의 개념과 작품들이 이어지는 원칙을 밝힌다. 그러나 애초에 130여 편의 소설들로 구상했던 작품집은 1850년 발자크가 서거하면서 미완성으로 남겨진다. 한편 발자크의 건강은 과도한 집필 활동과 재정적 압박으로 인해 차츰 소진되어 가고 있었다. 1850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머물고 있던 발자크의 건강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었다. 그해 3월 결혼식을 올리고 5월 우크라이나를 떠나 파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신혼집에 도착한 뒤 발자크는 더 이상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3개월 만에 숨을 거둔다.
옮긴이
장인숙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수학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 연극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원과학대학 공연연기과 교수를 지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프랑스, 이탈리아 근현대 희곡을 중점적으로 번역하고, 유럽 연극의 실기(연기, 연출)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20세기 전반기 유럽의 연출가들》(공저), 《몸과 마음의 연기》(공저), 《아리안느 므누슈킨과 태양극단의 공동창작 연극》이 있으며 역서로 유제니오 바르바의 연극 에세이 《바르바와 오딘극단의 연극 여정》, 프랑스 라비슈의 희곡 《이탈리아 밀짚모자》, 《표적》, 《페리숑 씨의 여행》, 《눈속임/루르신 거리의 사건》, 뮈세의 희곡 《장난삼아 연애하지 마소/문은 열려 있거나 닫혀 있어야 하오》, 페이도의 희곡 《의심 품기》가 있다. 이탈리아 희곡으로 에두아르도 드 필리포의 《거대한 마술》을 번역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에 나타난 인물의 변형적 특성〉, 〈보드빌의 극작술 연구〉, 〈작크 코포의 연극 교육 : 실천적 의의와 방법〉, 〈골도니의 연극 개혁 : 쟁점과 양상〉, 〈조르지오 스트렐러의 연출 미학〉, 〈자크 르콕의 중립 가면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메르카데 부인 : 저는 언제나 고도가 온다는 생각을 해요.
메르카데 : 고도!… 퀴뷔스큄크 비스. 성공한다는 신념을 품고… [이런! 라틴어를 하고 말았네.] 내 친구 고도는 범선의 돛대에 매달려 있지. 소식이 끊긴 지 8년이 지났건만 당신은 아직도 고도가 오기를 바라고 있군! 그 말을 들으니 나폴레옹을 기다리는 병사들 생각이 나는군.
6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