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시선|랭보 시선|온정균 사선|바이런 시선 외
만추(晩秋)
가을이 깊어갑니다. 이대로 떠나보내실 건가요?
별빛 받으며
발자취 소리 죽이고
조심스리 쓸어 논 맑은 뜰에
소리 없이 떨어지는
은행잎
하나
조지훈 시선 | 조지훈
주여, 들판이 추워지고
폐허의 촌락에
긴 저녁 종소리 잦아들 때…
꽃이 진 자연 위로
광활한 하늘에서 달려들게 하소서,
다정하고 즐거운 까마귀들이.
랭보 시선 | 아르튀르 랭보 | 곽민석
옥로향 붉은 초 눈물,
아름다운 방에서 가을 시름 든 이 비스듬히 비추네.
푸른 눈썹 엷고 구름 같은 귀밑머리 성글어져,
밤은 길어 베개 이불은 차기만 하네.
온정균 사선 | 온정균 | 이지운
나의 나날들은 노랗게 물든 낙엽,
사랑의 꽃과 열매가 져 버렸다네.
벌레, 암종병, 슬픔만이
내 것이라네!
바이런 시선 | 조지 바이런 | 윤명옥
달을 보자니 이런저런 생각에 왠지 슬프다 나 홀로 경험하는 가을이 아
닐 텐데.
가을 싸리가 낡은 가지에 꽃을 피운 걸 보니 옛날 마음 그대로 잊지 않
고 있구나.
높은 하늘은 그리운 임이 남긴 물건인가 봐 임 생각할 때마다 바라보게
되누나.
고금와카집 | 기노 쓰라유키 외 | 최충희
파헤쳐진 길이 졸고 있다.
오늘 길에게는 느껴졌다.
백발의 겨울을 기다릴 날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예세닌 시선 | 세르게이 예세닌 | 김성일
이 생애 안신하지 않은 곳 없건만
지는 잎 소리에 조용히 문을 닫았지.
이곳은 진리와 멀지 않음을 알겠나니
늙은 소나무엔 갈까마귀 우짖는다.
초의시고 | 의순 | 배규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