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
문화연구 특집 4. 나는 어떻게 서울 사람이 되었나?
한국방송학회가 엮고 전규찬·이희은·황인성·주형일·김수미·이경숙·오원환·채석진·정의철·박지훈이 쓴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
근대화의 자식들
근대는 전근대를 낳는다. 중앙은 주변을 만들고 주체는 타자를 생산하며 다수자는 소수자를 지정한다. 서울은 지방을 만들고 지방은 서울을 만들었다.
다수자가 되기를 욕망하는 사람들은 다수자의 공간에서 살고자 한다. 그들에게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권력으로 작동한다.
“지방민의 삶에 대한 이해: 공간과 장소로서의 지방”,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 140쪽.
소수자는 누구인가?
사회의 권력관계 속에서 소속 집단이 가진 신체적·문화적 특징 때문에 권력의 열세에 놓인 사람들이다.
그들에 대한 문화연구의 관점은 무엇인가?
일상에서 지배 문화의 헤게모니에 저항하는 실천 주체다. 지배 문화에 맞서는 소수자 문화의 전복적 속성을 주목한다.
지방민을 가리키는가?
대체로 그렇지만 지방에 산다고 완벽한 소수자는 아니다. 서울로 이주하면 그만이다. 그들이 집단적 연대의식을 갖고 저항적 실천을 하기는 쉽지 않다.
지방민이 소수자가 되는 기제는 무엇인가?
지방민을 타자화하는 서울중심주의 담론 때문이다. 지방과 서울이라는 공간의 구분은 행정구역을 나누는 경계선으로 이뤄진다. 이 경계선들은 지도라는 재현 방식을 통해 가시적으로 제공되고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실제적 영향을 미친다.
서울중심주의 담론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나?
한국 사회의 근대화다. 서울을 정치, 경제, 문화 곧 사회 모든 영역의 중심으로 만들고 지방을 서울에 대한 인적, 물적 자원의 공급지로 식민화했다.
서울과 지방의 관계는 어떤 위상 차를 보이는가?
강력한 중앙집권적 근대화 정책이 서울과 지방의 관계를 틀지웠다. 근대와 전근대, 중앙과 주변, 주체와 타자, 다수자와 소수자의 관계가 고착되었다.
서울중심주의 담론이 정의하는 지방민은 누구인가?
낡은 전근대적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하며 사는 촌놈이거나 서울에서 살 만한 능력을 갖지 못한 낙오자다. 때로는 서울민에게 정신적 평온을 제공하는 속성을 가진 순박한 사람이기도 하다.
지방민은 지방을 무엇이라 인식하는가?
지방민의 관점에서 보면 공간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지방을 장소로서 경험하고 일상생활의 터전으로 인식한다.
지방민의 지방 인식이 만드는 현실은 무엇인가?
공간을 위계화하고 지방과 지방민을 타자화하는 재현의 정치에 저항한다.
소수자를 만드는 것은 다수자라는 뜻인가?
그렇다. 다수자와 소수자의 이항대립구도는 기본적으로 소수자를 소외와 배제의 대상이자 열등한 존재 위치에 놓는다. 보호와 시혜의 관점에서 그들을 안전한 다수자의 세계에 편입시키려 한다.
지방민도 서울 사람이 만든 것인가?
서울민은 지방민을 다수자와 소수자의 이항대립구도 또는 타자화 담론이 재현하는 주변인이라는 관점에서 본다. 이것은 지방민을 서울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또 다른 재현이다.
권력관계의 헤게모니를 지양한다면 서울민과 지방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되는가?
서울민과 지방민은 위계적 질서에 따른 공간 점유자가 아니다. 시간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기억으로 구성된 장소를 채워 가는 생활인이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달려가고 자신의 감성으로 세상을 분할하려는 사람들일 뿐이다.
지방민을 문화연구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슨 장점이 있나?
보호와 시혜의 관점에서 벗어나 소수자의 능동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 <<한국 사회 미디어와 소수자 문화 정치>>는 무엇을 다루나?
한국의 미디어가 소수자를 어떻게 재현하는지를 살펴본다. 소수자에 대한 미디어 문화연구가 갖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
당신은 누구인가?
주형일이다. 영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