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일상
방송 테크놀로지 특집 5.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버린 그 순간
샤언 무어스(Shaun Moores)가 쓰고 임종수와 김영한이 옮긴 <<미디어와 일상(Media and Everyday Life in Modern Society)>>
보이지 않는 거대한 동굴
그곳에서 모든 것은 하나가 된다. 시간과 공간이 하나가 되고 너와 내가 하나가 된다. 나의 숨소리가 네게 들리고 너의 몸짓이 내게 보인다. 라디오는 듣는 사람을 모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살게 한다.
근대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등장하면서 근대성의 다양한 장소 귀속 탈피 메커니즘이 발생되었다. 세계상에 대한 우리의 존재론적 경험의 본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장 일상생활의 제도로서 방송’, <<미디어와 일상>>, 50쪽.
근대 미디어 테크놀로지란 어떤 기술인가?
전근대적 삶을 다른 차원으로 변모시킨 기술이다.
무엇을 바꾸었는가?
세계에 대한 인식, 시간과 공간 경험, 공동체 생활 방식 같은 우리 삶의 기본 토대들이다.
근대 이전의 삶은 무엇이었나?
전통적인 농경사회를 보라. 대가족 협업이나 절기 이벤트가 일상의 위안이자 삶의 주된 질서였다.
무엇이 전통을 밀어냈는가?
근대 방송 테크놀로지, 곧 라디오와 텔레비전이다. 전통 생활양식은 사라지거나 현실성이 결여된 민속 문화가 된다.
무엇이 어떻게 변한 것인가?
방송이 제공하는 정보와 오락이 연장자의 경험과 전통 놀이를 대체한다. 방송 테크놀로지가 젠더와 세대 간 공감을 매개하고 가족 정체성을 흔든다.
예를 들면 어떤 것인가?
초창기 라디오가 단적인 예다. 라디오는 수화기를 통해 혼자 듣는 개인 미디어였다. 그러던 것이 스피커를 통해 함께 듣는 가족 미디어로 바뀌었다. 그것은 공적 오락 매체가 된다.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라디오는 가족 여가와 오락의 중심 매체였다.
라디오는 가족 공간 어느 곳에 자리 잡은 것인가?
가족의 하나로 간주되기도 했다. 1920년대 < Children’s Hour>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라디오 ‘고모’와 ‘삼촌’이 등장한다. 엄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할 동안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 준 것은 바로 그들이었다. 라디오 진행자가 아이와 놀아 주는 ‘확장된 친족’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그때 방송 테크놀로지는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꾼 것인가?
정보와 오락 획득의 새 통로이기도 했지만 더 크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전근대 인간의 상호작용의 한계, 곧 장소 제한성을 극복했다. 인간 상호 경험의 양과 범위가 크게 성장한다.
시공간 압축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교통, 통신 기술과 함께 발전한 방송 테크놀로지는 서울에서 부산이나 미국 혹은 유럽의 사람과 이웃처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시대의 초석을 닦았다.
그것의 결과는 무엇인가?
시공간 원격화, 곧 원거리 상호작용 증대를 불러일으켰다. 장소에 제한되지 않은 동시적 삶이 가능해졌다.
동시적 삶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텔레비전 시보나 국기 게양식 중계다. 전 국민을 동 시간에 단일 행동으로 묶는 국가 지시 체제다. ‘라디오 체조’ 역시 마찬가지다.
동 시간 단일 행동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전 국민의 세계 체험이 동조된다. 같은 프로그램을 같은 시간에 시청하면서 동일한 생활 리듬이 형성된다. 방송 테크놀로지가 만든 근대적 삶의 특징이다.
이 책, <<미디어와 일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방송 테크놀로지 도입 이후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살핀다. 근대성과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근대를 생각할 때 테크놀로지 관점이란 어떤 의미인가?
근대 이후 우리 사회가 무엇에 대해 생각해 왔고 어떤 궤적을 그려 왔는지는 방송 테크놀로지를 고려하지 않으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자료 발굴과 논쟁이 필요하다.
전망은?
시공간 압축, 장소 귀속 탈피, 시공간 원격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근대 미디어의 특성을 강화한다. 높은 질의 시청각 미디어, 고도의 상호작용 망이 우리 일상을 다시 한번 새로운 차원으로 올려놓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임종수다. 세종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