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텔레비전 방송 50년
국가와 미디어 특집 2. 대한민국 시청자의 이름은 무엇인가?
김병희·김영희·마동훈·백미숙·원용진·윤상길·최이숙·한진만이 쓴 <<한국 텔레비전 방송 50년>>
국민과 공민, 그리고 소비자
병변의 주체는 세 가지 난제에 부딪힌다. 애국심 고취, 근대화에 필요한 노동력의 동원 그리고 텔레비전 방송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소비자의 설득이다. 국민과 공민, 그리고 소비자가 뒤섞이기 시작한다.
한국 사회 텔레비전 시청자의 형성과 성격은 국민, 공민, 소비자라는 삼각 구도 속에서의 정체성 문제와 연관해 설명해야 한다.
“02 한국 텔레비전 방송 시청자의 형성과 성격”, <<한국 텔레비전 방송 50년>>, 93쪽.
대한민국에서 국영 텔레비전 방송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516 혁명 정부가 시작했다. 1961년 12월 31일에 KBS 텔레비전을 출범시켰다. 연간 약 4000만 원의 예산이 배정되었고 짧은 준비 기간을 거쳐 개국했다. 그들은 이것이 ‘국민에게 드리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텔레비전 방송을 무엇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당시 공보부 장관 오재경은 이렇게 증언한다. 첫째, 여론을 만드는 서울 시민의 병든 마음을 성하게 고친다. 둘째, 새로워지는 나라와 겨레의 모습을 구체적인 것으로 만들어서 그것을 눈으로 보고 그들의 생활로 삼게 한다.
속내는 무엇이었나?
국가와 국민 만들기다. 초기 텔레비전 방송은 국가와 민족의 비전 제시, 국가 주도하의 국민 계도가 목적이었다.
그들이 말하는 ‘국민’이란 누구인가?
공보 대상이고 계몽과 훈육의 대상인 국민이다. 텔레비전 수용자를 일방 수혜자, 국가 정책의 동원 대상으로 여겼다.
국영 텔레비전과 혁명 정부의 조국근대화론은 어떤 관계인가?
국민에게 근대화론을 설파하는 공식 채널이었다. 미군과 정부의 뉴스릴을 편집해 보여 주면서 선진국의 정치와 문화, 국가 통치 이념을 전달했다.
시청자는 무엇을 보았나?
서구식 근대화와 격동기 국가의 현재와 미래 발전 방향을 학습했다.
텔레비전이 정권의 국민 동원 매체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인가?
그렇다. 정부는 시청자에게 ‘공민’의 지위를 부여한다.
공민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국가와 공적 기구에 통치 행위를 위탁하고, 나아가 자신이 그 통치 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과 의지를 가진 사회 구성원을 의미한다.
이때 정부는 국민을 소비자라고도 부른다. 이유가 무엇인가?
재원 문제 때문이었다. 시청료만으로는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어 상업 텔레비전 광고를 도입한다. 전체 재원의 약 2/3를 광고에서 충당하기 시작한다.
시청료는 언제부터 걷기 시작했는가?
국영 텔레비전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빼든 카드는 시청료였다. 1963년부터 월 100원의 텔레비전 시청료를 걷기 시작한다. 준조세 성격의 시청료가 국민 논의 없이 책정되었다. 공민 개념에 바탕을 둔 정책이었다.
국영 텔레비전이 경영난에 시달리게 된 원인이 뭔가?
시작부터 재원이 부족했다. 게다가 4시간 30분이라는 제한된 방송 시간, 빈약한 프로그램 제작 능력이 국영 텔레비전의 경영 상태를 어렵게 만들었다. 정부는 1962년 가을부터 재원 안정화 방안을 찾는다.
상업광고 도입은 성공했는가?
상업성을 띤 프로그램 제작이 활발해진다. <노래 고개>(1962), (1963), <버라이어티쇼>(1962)와 같은 쇼 프로그램에 광고가 붙는다. 1964년 이후 민간방송이 출현하면서 광고 경쟁이 시작된다. <전국장사씨름>(1962), <TV스포츠>(1962), <프로권투>(1964), <프로레스링>(1965) 같은 프로그램이 시청률 제고라는 상업 목적으로 출범한다.
국영방송의 기능과 충돌하지 않는가?
국민 계도와 계몽, 교화라는 애초 목적이 삐걱대기 시작한다. 국영방송과 상업광고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논의가 시작된 것도 이때부터다.
국민과 공민, 그리고 소비자라는 세 가지 호명 방식이 우리 텔레비전사에 남긴 흔적은 무엇인가?
시청자 지위와 방송 간 관계를 정립하는 데 큰 문제가 되었다. 상충되는 수용사상의 기형적 병존을 초창기에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는 KBS 수신료 논쟁은 초창기 수용자의 성격과 어떤 관계인가?
방송 공익성 논쟁 해결은 시청자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에서 출발한다. 초창기 텔레비전 수용자상에 대한 혼란은 공영 텔레비전 모델의 정체성에도 파급되고 있다. 국가 주도로 진행된 수용자상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당신은 누구인가?
마동훈이다.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