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제헌절 특집 고전 2. 행복과 정의가 충돌할 때
이을상이 옮긴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의 ≪공리주의(Utilitarianism)≫
쾌락의 두 가지 차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가장 정의로운 사회일까? 행복은 주관이고 정의는 객관인데 둘은 서로를 간섭할 수 있을까? 돼지의 철학에서 사회화의 원리가 발생되는 과정을 감상하시라.
공리의 원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 즉 어떤 종류의 쾌락은 다른 종류의 쾌락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고, 한층 더 가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다른 모든 것을 평가할 때는 양과 마찬가지로 질도 고려되는 것이 보통인데, 유독 쾌락을 평가할 때만 반드시 양에 의존하라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은가?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을상 옮김, 25쪽.
쾌락에도 품질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벤담이 주장한 양적 공리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쾌락에 질의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벤담은 뭐라고 했는가?
쾌락만이 유일한 선이고, 고통은 유일한 악이라 했다. 쾌락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쾌락의 크기를 양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쾌락의 양을 어떻게 측정하는가?
강렬성, 지속성, 확실성, 신속성, 다산성, 순수성, 적용 범위, 이렇게 일곱 가지 공리를 제시했다. 이 방법을 모두에게 적용해 산출한 뒤 합산하면 사회 전체의 쾌락도 측정할 수 있다고 했다.
쾌락의 양이 윤리의 기준이 되는 것인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척도라고 보았다.
행복으로 정의를 판단하겠다는 뜻인가?
그는 법률 개혁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고 따라서 입법의 기준을 제시하려 노력했다. 그에게 법은 최대 다수의 관련 당사자들에게 최대 행복을 약속하는 것이어야 한다.
벤담과 밀의 관계는 어디서 시작되었나?
밀의 아버지 제임스 밀과 벤담은 정원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자 친구였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엄격한 교육을 받은 밀이 자연스럽게 벤담의 사상을 접했다.
밀의 벤담 비판은 언제 시작되었나?
20세 때인 1826년이다. 프랑스 여행을 하다가 벤담주의에 대한 반감이 생겨났다. 벤담과 아버지의 사상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를 느꼈다.
뭐가 문제라고 생각한 것인가?
이성과 분석적 사고 능력을 강조한 나머지 감정의 긍정적 측면을 간과했다고 생각했다.
비판의 내용은 무엇인가?
인간의 행위를 유발하는 동기로 벤담은 쾌락과 고통을 들었다. 밀의 생각은 달랐다. 행위의 동기는 수없이 많다. 무엇이든 연상 작용에 의해 욕구되거나 혐오될 수 있다. 그러니 쾌락과 고통만이 인간 행동 동기라는 벤담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쾌락이 유일한 선이라는 벤담의 철학은 당대에 어떤 평가를 얻었는가?
돼지에게나 어울리는 철학이라고 비난받았다.
밀도 그렇게 생각했는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생각에 공리주의자는 돼지가 아니었다. 인간의 행복이 동물의 행복과 같은 것일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쾌락과 돼지의 쾌락은 다르지 않은가?
인간과 동물은 무엇이 다른가?
인간은 동물의 욕정을 넘어 훨씬 고양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밀의 생각이다.
인간의 고양된 능력이란 뭘 말하는가?
곧 ‘품위감’이다. 쾌락의 범위를 감각 쾌락에만 묶어 두지 않고 정신 쾌락으로 확대한다.
감각 쾌락보다 정신 쾌락이 우월한가?
정신적 쾌락은 영속성, 안전성, 저비용성 같은 측면에서 감각적 쾌락을 압도한다.
쾌락의 질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두 가지 쾌락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 도덕적 의무감에 관계없이 결연히 선택하는 쪽이 더 바람직한 쾌락이라고 주장했다.
주관적 체험이 판단의 일반 기준이 될 수 있는가?
쾌락의 질적 차이를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공리주의가 돼지의 철학이라는 비난이 높았기 때문에 이를 면하려는 의도에서 꾸민 임시방편이다. 두 쾌락을 모두 경험한 사람이라고 해서 비슷한 선호를 나타낼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밀의 공리주의가 임시방편의 논리에 불과하다는 뜻인가?
정신적 쾌락이 존재한다는 밀의 생각은 이타주의로 이어졌다. 인간의 본성 속에 자기중심적인 쾌락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감(sympathy)’, ‘자애(benevolence)’ 같은 사회화의 원리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사회화의 원리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선행을 베풀라’ 같은 의무감을 낳는다. 자신의 행위를 기존의 도덕평가 기준에 따라 판단함으로써 쾌락이나 고통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내면적 도덕성을 구축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을상이다. 영산대학교 교양교육원 전임연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