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육필시집 엉겅퀴
나는 늘 넘쳐나는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끝없는 기다림으로 잠이 오지 않는/ 이 여름밤 그대 옆에 있기 위해/ 무수한 눈물방울 헛되지 않게/ 더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은 충만합니다/ 만약 내가 잠시의 아픔을 잊지 못해/ 철없는 계집아이처럼 때때로 투정을 부렸으면/ 이 터질 듯한 오늘이 없었겠지요/ 슬픔도 넘쳐나면 스스로 삭아/ 오히려 기쁨으로 출렁인다는 것을 압니다/ 나의 오랜 기다림은 제대로 익을수록/ 팽팽하고 달작지근합니다 그럴수록/ 그대에게만은 냉담하고 싶어요/ 이제 나의 뜨거움을 아신다면/ 오셔서 나를 가지세요/ 나의 젖어드는 슬픔과 고통을 기억하신다면/ 나를 열어 두겠어요/ 나의 속 찬 슬픔도 그대를 위한 것/ 그대의 가슴으로 진하게 스며들어/ 무정한 듯 찬바람으로 일렁이겠어요/ 그러면 또 나를 잊은 그대 향해/ 점점이 먼 날을 눈물로 채우겠지요
≪최영철 육필시집 엉겅퀴≫, 28~31쪽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기쁨으로 출렁입니다.
나를 잊은 그대 향해
점점이 먼 날을 눈물로 채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