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의 시선
봄의 아침
아, 열린 문 틈으로
불타는 듯 꽃이 만발한
아몬드 나무 한 그루가 보이네요!
−더 이상 싸우지 맙시다.
하늘과 아몬드 꽃의
분홍빛과 파란빛 사이로
참새 한 마리가 파닥거리네요.
−우리는 살아났어요.
진정 봄이 왔다고요! 봐요,
저 참새가 혼자 있다고 생각할 때
얼마나 꽃을 괴롭히는지.
−아, 그대와 나.
우리가 얼마나 행복할지! 참새가 보이나요?
그가 건방지게
꽃다발을 세게 치는군요.
−하지만 꿈이라도 꾸었나요?
그것이 이토록 씁쓸할 거란 걸? 걱정하지 말아요.
그건 끝났어요. 봄이 여기 왔어요.
그리고 우리는 여름처럼 행복하고
여름처럼 다정할 거예요.
우리는 죽었고, 우리는 살해했고, 살해되었어요.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옛날의 우리가 아니에요.
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움과 열성을 느껴요.
살면서 잊어버리는 건 멋진 일이에요.
참 새로움을 느끼는 일도요.
꽃 속에 있는 새가 보이나요? 그가
유별을 떨고 있군요!
그는 파란 하늘 전체가 자기 둥지 안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조그만 파란 알보다
훨씬 더 작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행복할 거예요,
그대와 나, 나와 그대는.
더 이상 싸울 일은 없어요.
적어도 서로에게서는.
봐요, 문밖의 세상이
얼마나 멋진지!
<봄의 아침> 전문, ≪로런스 시선≫, 데이비드 로런스 지음, 윤명옥 옮김, 131∼133쪽
봄이 왔습니다. 세상이 어제의 세상이 아니듯 우리도 어제의 우리가 아닙니다. 우리는 죽었고 살해되었지만 봄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다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