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권 육필시집 산정묘지
십삼 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 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고사모사 꽃이옵니다
≪조정권 육필시집 산정묘지≫, 64~65쪽
高士慕師.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것도
제 뜻을 높이되
그 뜻을 꺾지 않기 위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