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상담 1: 왜 철학상담인가?
學而時習 신간 소개, <<철학과 상담>>
철학하세요
석가, 노자, 공자, 예수 그리고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맹자, 주자, 퇴계, 율곡은? 철학자다. 공통점은? 철학상담 전문가다. 인생의 진리와 삶의 방식을 상담했고 지혜를 가르치려 애썼다. 그들에게 철학은 지혜를 사랑하는 행동이었다. 학설을 외우거나 도그마를 전파하지 않았다. 질곡의 시간을 지나 이제 철학은 실천력을 찾았다. 철학상담은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도록 안내한다. 이 생소한 말에 대해 김성진, 이진남 그리고 홍경자에게 물었다.
철학상담은 철학과 다른가?
철학은 학문을 가리키고 철학상담은 그 학문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오해 여지가 있지만.
어떤 오해인가?
학문을 하면서도 철학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상담을 하면서도 실천한다.
그럼 차이가 뭔가?
실천의 목표와 방법이 다르다. 하나는 학문을 위해 하는 작업이고, 그래서 학문적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식이 요구된다. 다른 하나는 구체적 개인인 인간의 현실 상황 속에서 철학하기를 수행하는 것이다. 때문에 현실적 삶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철학상담이 뭔가?
철학자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자기들끼리만 철학을 이야기했다. 또 세계를 변화시키겠다는 거대 담론에 너무 몰입했다. 그 결과 철학 본래의 지혜롭게 생각하기, 그리고 인간의 개인적 삶을 위한 지혜의 문제를 등한시했다. 이 두 가지 태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일어났다. 철학상담과 치료가 다시 철학자들의 과제와 사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1981년 아헨바흐가 철학실천과 상담연구소를 개업했다. 그 이후 전 세계 여러 곳으로 철학상담이 전파되고 발전되고 확장되었다.
기존 상담과 뭐가 다른가?
모든 상담은, 예를 들어 정신의학치료나 심리치료도 과학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그 이론적 배경은 철학이거나 철학적 사고 모델의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다.
모든 상담은 철학상담인가?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과 감정과 사고를 다루며, 인간의 생각과 지식과 판단과 행동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철학 작업이기 때문이다. 철학은 애초부터 바로 이런 문제를 탐구하고 설명 이론과 모델을 검토하고 검증해왔다.
임상철학은 뭔가?
20세기에 등장한 개념이다. 정신의학과 심리치료가 철학적 토대를 찾아나선 결과다. 정신질환과 노이로제 같은 증상의 배경에는 철학적 문제들이 깔려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실존철학과 현상학과 해석학을 적극 도입해 정신의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게 된다.
의료행위인가?
아니다. 정신의학 치료나 이상심리치료는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다. 법적으로도 ‘의료행위’로 분류되며, 과학의 영역에 속한다. 철저하게 자연과학의 방법론을 지키려한다. 철학상담이나 철학 치료는 현행법상 의료행위가 아니다. 치료 효과가 있지만 의료행위는 아니다.
이유가 뭔가?
테라피라는 개념은 종교와 철학에서 유래한다. 신을 섬기고 예배하는 제례 행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비극적 드라마가 제공하는 카타르시스적 정화의 치료 효과, 그리고 신을 섬기고 예찬하는 행위가 결과적으로는 인간을 위하고 배려하는 행위로 해석되고 발전되었다. 개념이 확장된 것이다. 그 결과 인간의 신체적 질병을 치료하는 의술 치료를 뜻하게 되었다.
법률상담과는 뭐가 다른가?
법률상담, 법무상담, 세무상담, 부동산상담, 주식투자상담 등등 여러 가지 상담이 있지만 모두 이름만 상담일 뿐이다. 실제로는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므로 상담이 아니라 자문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철학상담의 목적이 뭔가?
철학상담은 상담의 한 분야라기보다는 철학실천의 한 분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철학실천은 철학을 함이다.
철학실천은 뭔가?
철학상담, 철학치료, 철학교육, 취미로서의 철학이 있다. 철학상담과 철학실천은 ‘철학함’으로 각종 정신적 증상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는 활동이다.
어떻게 하나?
개인이 스스로 철학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전문적인 철학상담사를 만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기존 상담 방법과 뭐가 다른가?
증상을 없애는 데 주력하기보다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다르다.
외국에서도 하나?
철학상담은 독일에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등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가별로 사정이 어떤가?
네덜란드는 체계적인 철학상담사 양성과 기업 연계 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미국은 두 개의 단체를 중심으로 개인, 단체, 기업 전속 상담사를 양성하고 있다. 한국과 함께 대만도 철학상담 전공 대학원 과정을 개설하였다. 아시아 철학상담은 이 두 나라가 끌고 있다.
누가 대상자인가?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원해야 한다.
왜 그런가?
철학상담은 문제 있는 사람, 병든 사람,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에 빠진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공적인 커리어가 진행 중인 경우라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가 목적인가?
아니다. 지금의 일이 잘되고 못되고와는 상관없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묻고, 미래 계획을 새롭게 구상하려 하며, 또한 인생의 궁극적 가치를 점검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다 하나?
그래서 철학실천은 꼭 상담만 하는 것이 아니다. 치료만도 아니다. 철학적 자문도 해야 하고, 철학적 코칭도 한다. 전자는 주로 기업이나 기관 대상의 자문 상담이며 후자는 대부분 개인별 인생 코칭이다.
철학상담의 성과가 있는가?
철학은 원래 형이상학적 사고를 해왔다. 죽음, 불치병, 가족의 상실, 삶의 궁극적 의미, 자연과 세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 성찰의 문제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루어왔음을 뜻한다.
구체적 성과가 있는가?
죽음의 문제와 인간의 실존적 상황에 대한 문제를 다룰 때 철학자는 다른 학문의 전공자들과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내담자를 대하고 대화하며, 그들의 이해 지평을 넓혀줄 수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한 대안적 해석을 열어줄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생각의 외골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고민하고, 심지어는 삶을 포기하고 자살에 이르는가? 여기에는 철학적 사고 방법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철학과 상담>>은 어떤 책인가?
철학상담이 다른 영역의 상담과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점이 무엇이며 추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총체적인 성격 규명, 그리고 철학상담의 실제를 대중에게 알릴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앞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
철학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상담이론에 대한 논의, 현장에서 실제로 상담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 이론과 실천을 병행하는 내용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어떤 주제가 등장할까?
자살, 폭력, 집단따돌림, 가족 해체, 실존적 공허감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를 주제로 삼아 철학상담의 구체적인 방법과 적용을 제시할 것이다.
독자가 누구인가?
자신의 삶을 성찰하면서 외부 유행이나 변화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나서고 싶다면 이 책은 매우 유익할 것이다. 혹시 당신이 철학상담치료사가 되고 싶다면 이 책은 필독서다.
한국에 철학상담자가 있나?
현재 철학상담치료사 자격증 취득자는 20명이 채 안 된다. 자격증은 취득하지 않았지만 자격을 갖춘 전문 철학자로서 또는 철학 교수나 교사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상담 활동을 하는 사람은 꽤 많다.
김성진 교수는 어떻게 철학상담을 시작하였나?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학생과 대화하고 면담하면서 상담 활동도 시작되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2004년에 아헨바흐, 베를레 등 독일의 철학상담사를 만나고 관련 서적과 문헌을 읽으면서 구체적 연구를 시작했다.
철학상담치료사가 되고 싶다면?
철학 공부를 철저히 하고 스스로 철학자가 되어야한다. 철학적으로 사물과 인간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고 실천하는 태도를 가져야한다. 휴머니즘과 봉사 정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철학상담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라.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
2007년 7월에 발족한 철학상담연구회를 모태로 하여 2009년 6월에 창립되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철학상담 분야의 이론과 임상 전문가들을 총망라한 모임이며, 현재 온라인 회원 205명, 정회원 140여 명, 임원 20여 명이다. 철학상담·치료 등 각종 철학실천과 관련된 임상, 연구, 교육 그리고 제도적 체계화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