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스토리텔링의 일반 원리
2483호 | 2015년 3월 10일 발행
영화는 왜 그리 똑똑한가?
권승태가 쓴 <<영상 스토리텔링의 일반 원리>>
영화는 왜 그렇게 똑똑한가?
주인공이 말한다.
“그러지 않으면, 난 널 찾아낼 거고 찾으면 넌 죽는다.”
범인은 대답한다.
“행운을 빌어.”
전화는 끊어졌다.
설명이 필요한가?
영화는 오직 행동으로 자신의 목적을 가리킨다.
“영화는 행동의 연속이다. 카메라는 행동을 담고 숏은 행동을 연결한다. 그러면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행동은 스토리를 위한 기본 요소다. 영상 스토리텔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행동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행동을 정의하는 것은 비트(beat)다.”
‘비트와 구성점’, <<영상 스토리텔링의 일반 원리>>, 10쪽.
비트가 뭔가?
목적 있는 행동 단위다. 서구의 영화 제작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연기 연출 개념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목적 있는 행동이란?
한 사람이 가방을 챙긴다. 이 동작은 어떤 행동일까? 남편에게 경고하는 행위일 수도 있고 수업이 끝나고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기다리기 위해 일부러 느리게 하는 행동일 수도 있다. 여기서 가방을 챙기는 동작의 비트는 목적에 따라 ‘경고하기’ 또는 ‘기다리기’로 각각 다르게 정의된다.
행동의 목적을 정의한 것이 비트인가?
그렇다. 행동을 동사로 정의한다. 유혹하기, 기다리기, 위협하기, 수락하기처럼 말이다.
동사로 정의하는 이유가 뭔가?
동사는 생각과 감정을 발생시키고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배우는 비트를 통해 행동을 표현함으로써 스토리를 분명하게 표현한다.
영상 스토리텔링에서 비트의 역할이 뭔가?
비트는 연기의 기초이고 스토리의 최소 단위다. 작가는 비트를 통해 행동의 흐름, 감정의 흐름, 긴장의 흐름을 명확히 하고 극의 전개 방향을 정한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각 신을 비트로 구분한다. 이것을 비트 브레이크다운이라 한다.
비트 브레이크다운의 목적은?
인물의 내면을 미세한 행동의 변화로 보여 주는 것이다. 비트 브레이크다운은 각 신 내의 대사와 행동에 내재하는 의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비트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해석이 서로 다르면?
감독과 배우가 시나리오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비트 해석도 달라질 수 있다. 리허설에서 논의를 통해 최선의 비트를 찾아야 한다.
영화 만드는 데 이렇게 세심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가 뭔가?
명료한 행동 연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화와 현실의 차이는 명료성이다. 현실에서는 행동이 애매모호할 수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분명해야 한다. 행동의 변화가 극의 구성점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구성점이 뭔가?
극의 흐름을 결정하는 극적 비트를 말한다. 시퀀스 속 주인공의 결정적 행동은 그 시퀀스를 종결하고 새로운 시퀀스를 출발시키는 극적 비트이자 주요 구성점이 된다.
예를 들면?
영화 <테이큰(Taken)>(2008)을 보라. 브라이언이 인신매매범에게 전화로 말한다. “If you don’t, 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그러자 상대는 “Good luck”이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이 행동으로 영화의 목표가 명료해진다. 영화는 1막을 끝내고 2막으로 넘어간다.
이 책, <<영상 스토리텔링의 일반 원리>>는 무엇을 다루나?
영상미학의 원리와 스토리텔링의 원리를 영상 스토리텔링의 원리로 재구성했다. 비트와 구성점, 벡터와 욕망, 콘트라스트와 갈등, 미장센과 캐릭터를 짝지어 영상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살핀다.
영상 미학과 스토리텔링을 통합한 이유는?
현장에서는 영상 제작과 스토리텔링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고, 영상 제작 자체가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다.
영상 제작이 스토리텔링인가?
그렇다. 영상 제작은 사전제작, 제작, 후반작업으로 나뉜다. 마치 기획, 구성, 촬영, 편집이 분리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은 통합되어야 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 머릿속에 촬영, 편집이 이뤄져야 하고, 촬영은 구성과 편집을 고려하여 이뤄져야 한다. 편집은 실제로 기획, 구성, 촬영이 모두 통합되는 순간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권승태다. 사이다미디어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