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산문집
연암의 글쓰기
그에게 글은 싸움이다. 이렇게 말했다.
글자는 군사고, 글의 뜻은 장수다. 제목은 적국이고, 고사(故事)를 끌어들이는 것은 싸움터의 보루다. 글자를 묶어 구절을 만들고 구절을 모아 문장을 이루는 일은 대오를 이루어 진을 치는 것과 같다. 운(韻)에 맞춰 소리를 내고 문채로 빛을 내는 것은 징과 북을 울리고 깃발을 날리는 것과 같다. 조응(照應)은 봉화고, 비유는 유격병이다. 억양반복(抑揚反覆)은 맞붙어 싸워 모조리 죽이는 것이고, 글의 첫머리에 제목의 의미를 밝히는 파제(破題)를 하고 마무리를 하는 것은 성벽에 먼저 올라 적을 사로잡는 것이다. 함축을 귀하게 여김은 늙은 병사를 사로잡지 않는 것이고, 여운을 남기는 것은 군대를 정돈해 개선하는 것이다.
박지원의 ≪연암 산문집≫. 연암에 푹 빠진 박수일 교수의 정성스러운 번역과 자상한 해제를 따라가다 보면 연암의 맛깔스러운 문장과 혁신적인 사상뿐 아니라 그의 인간적인 숨결까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