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성포 여자
無心草
나는 당신의 집 앞에서
조심스럽게 기웃거리다
그냥 돌아선다.
나는 내가 된 것을
몇 번이고 후회하였다
아직도 나는 나를 모른다
계절이 비어 두고 떠나간 땅
울타리 박에서 서성이다 간다.
휘파람을 불까,
노래를 부를까,
오늘도 문 밖에 서서
미치게 고운 노을을 본다.
문병란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육필시집 <<법성포 여자>>에 실린 <무심초>다. 휘파람을 불고 노래를 흥얼거려 봐도 계절이 떠나 버린 땅에서는 대답이 없다. 바람마저 멈춰 버린 붉은 하늘 아래서 마냥 서성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시인은 묻는다. 나는 어쩌다 내가 되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