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중 시선 초판본
한국 시 신간 <<초판본 윤석중 시선>>
윤석중의 옷고름
어린 아이가 동네 골목을 달음박질한다. 손에는 떨어진 저고리 옷고름이 쥐여 있다. 동네 사람들 손짓을 본체만체, 집에 뛰어 들어온 아이가 말한다. “엄마아, 이것 좀 달아 주우.” 봄을 봄이라 부르지 못하고 ‘하루’라고 발음하던 시절에 윤석중은 우리말의 옷고름을 여몄다.
옷고름
아기가 장난하다 옷고름을 떼고서
다름박질 오지요. (하낫 둘, 하낫 둘.)
동네 점둥이 할머니가 내달아,
“아가, 내 달아 주랴?”
“안 돼요, 안 돼요.” (하낫 둘, 하낫 둘.)
동네 남순이 어머니가 내달아,
“아가, 내 달아 주랴?”
“안 돼요, 안 돼요.” (하낫 둘, 하낫 둘.)
동네 수돌이 누나가 내달아,
“아가, 내 달아 주랴?”
“안 돼요, 안 돼요.” (하낫 둘, 하낫 둘.)
아기는 헐레벌떡 집으로 와서,
“엄마아, 이것 좀 달아 주우.”
≪초판본 윤석중 시선≫, 윤석중 지음, 노현주 엮음, 62쪽.
윤석중의 시 가운데 이 작품을 꼽은 이유는?
동네 주민 모두가 한 가족 같았던 생활세계, 떨어진 옷고름을 소중히 들고 뛰는 아이의 모습, 자기의 옷고름은 반드시 엄마가 달아 주어야만 한다는 아이의 마음. 읽는 이의 마음도 따뜻해진다. 그의 시를 읽으면 미소를 금할 수 없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영상 하나하나가 모두 정답다.
그는 언제부터 시를 지었는가?
1924년 열세 살 되던 해 지은 동시 <봄>이 ≪신소년≫ 독자투고란에 뽑혔다. 2003년 아흔두 살로 세상을 버릴 때까지 시를 썼다.
<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교동보통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배운 동요가 <하루가기타(春が來た)>였다. 일본 동요였다. “우리나라에도 ‘봄’이 있는데 ‘하루(春)’가 뭔가”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동문학의 시작은?
열네 살에 지은 <옷둑이>가 방정환이 창간한 ≪어린이≫에 실렸다. 방정환 사후 ≪어린이≫의 주간을 맡아 어린이 문화, 문학운동에 적극적으로 몸담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시를 쓸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을까?
일본말을 나랏말처럼 배워야 하는 현실이었다. 어릴 적부터 우리말에 대한 자의식이 남달랐던 듯하다. 어린이들이 우리말을 익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자각했을 것이다.
노랫말로도 많이 불리지 않는가?
그의 동시가 노래로도 부르기 쉽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맑고 밝은 동요로 우리말을 널리 보급하려는 뜻이 동시 창작의 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에게 동시란 무엇이었는가?
“동심은 국경이 없고 시공간을 초월해 동물이나 목석과도 정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음”이라고 했다. 어린이의 천성을 만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담고 있는 선한 것이라고 보았다.
윤석중 시의 특징은?
동심의 세계를 유아와 아동의 눈높이에서 본다. 그들의 생활에 깊은 애정을 품었다.
동심은 어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가?
동심의 세계에 대한 향수를 일으킨다. 어른들의 현재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된다.
그의 시의 천진함과 밝음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의성어와 의태어 사용이 많다. 복잡한 세상으로부터 천진한 세상으로의 시점 이동이다.
자주 등장하는 시재는?
부모에 대한 애틋함, 누이와 형제에 대한 애정, 자연물에 대한 감정 이입,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삶을 긍정하는 서민적인 친근성이다.
문학활동의 궤적은?
아동문학이 우리 문학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초석을 놓고 키우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노현주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사다. 현대문학을 전공했다.
아동문학에 대한 관심은?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에 ‘사계아동문학문고’라는 서고가 있다. 사계 이재철 선생이 기증한 책이다. 문고를 통해 아동문학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