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적상
캐나다 소설, 퀘벡 문학 신간 <<서적상>>
퀘벡의 아침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인 곳, 전통을 고집하고 과거에 집착하던 곳, 퀘벡의 서점에서는 1950년대까지 금서 목록이 사상을 지배한다. 세상은 어둡고 빛은 지하에서만 숨 쉰다. 한 권의 책이 밀실을 떠나 지상으로 접어든다. 금서를 지켜 온 사람들과의 숨바꼭질은 새벽을 알리는 부산함인 듯.
≪서적상≫은 어떤 이야기인가?
몬트리올 출신의 에르베 조두엥은 별 목표 없이 사는 사람이다. 한때 성직자들이 운영하는 중학교에서 복습 교사로 일하다가 우연히 생조아생이라는 작은 도시의 서점에 취직한다. 그곳은 성당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다. 퀘벡 주의 고위 성직자들이 정한 금서 목록에 따른 규제가 철저하다. 어느 날 서점 사장은 숨겨 둔 금서를 “믿음이 가는 독자”에게만 팔라고 지시한다. 조심스럽게 팔았지만 결국 신부들에게 들킨다. 궁지에 몰린 사장은 신부들을 미궁에 빠트리고 책망을 피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에르베에게 실행토록 지시한다. 하지만 에르베는 독자적인 계략으로 신부와 사장을 동시에 따돌리고 자신의 이익을 챙긴다.
작가의 의도는?
지배층이었던 성직자들을 직접 겨냥해 공격한다. 작가는 ‘도서 규제가 주민들의 상상력과 비판력 성장을 막았고,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억압에 익숙해진다’고 비판한다.
생조아생이 뜻하는 바는?
성직자들의 지배 아래에 있는 퀘벡 사회를 암시한다.
작품 속에서 금서를 숨긴 ‘밀실’이 암시하는 것은?
주민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한 반항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서점 사장의 모호성은?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인물이다. 자유와 권리를 외치며 변화를 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자유에 대한 갈망과 사업 이익을 혼동할 뿐이다. 결국 어려움에 부닥치자 금전적 이익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기존 체제에 순응한다.
서점 사장이 상징하는 바는?
진보적인 척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지만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업적 이익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개혁을 바라지만 아직 그것을 이루기 위한 용기가 부족한 전환기 사회 전체를 상징한다.
주인공은 무엇을 말하는가?
작품 속에서 최종 이익을 얻는 사람이다. 움직이기 싫어하고 습관을 바꾸는 것이 질색인 주인공이 몬트리올에 가서 새 삶을 살게 된다. 작가는 현대화와 변화를 추구한 것이다.
제라르 베세트는 누구인가?
1920년 생으로 1930년부터 몬트리올에서 살았다. 몬트리올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무신론자라는 이유로 퀘벡에서는 교편을 잡지 못했다. 1960년부터 킹스턴의 퀸스대학에서 20년 동안 문학을 가르쳤으며 1979년에 은퇴한 후 창작에 몰두했다. 초기 소설로는 ≪싸움(La bagarre)≫(1958), ≪교육가(Les pédagogues)≫(1961)를 꼽을 수 있다. 주인공은 현실적이고 객관적이다. ≪잠복기(Incubation)≫(1965)에서는 구두점을 생략해 긴 의식의 흐름을 끊지 않고 표현했다. ≪서적상≫으로 문학위원회 대상을, ≪삶의 순환(Le Cycle)≫(1971)과 ≪잠복기≫로 각각 총독상을 받았다. 1980년, 퀘벡 문학계에서 명망 높은 아타나즈다비드 상을 받았다. 2005년 킹스턴에서 생을 마쳤다.
≪서적상≫에서 한 장면을 꼽는다면?
책 57~58쪽에 이런 내용이 있다.
“학생이 ≪사회도덕론≫을 달라고 했을 때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 책은 없다고 하려 했다. 그런 책을 이런 학생한테 팔아 봤자 돌아올 것은 골치 아픈 일밖에 없을 게 뻔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일종의 연대감? 젊은 시절의 추억? 어쨌든, 작가의 이름을 말해 달라고 했다. 학생이 작가의 이름을 댔을 때 나는 사회조사 연구서냐고 물었다. 학생은 나를 깔보는 듯한 표정으로 역사와 해석에 관한 책이라고 했다. 나를 무식한 바보로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어쨌든. 적어도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잡동산이 밀실’의 책을 판 어느 누구보다도 더 믿을 만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 대목을 지목하는가?
작품의 메시지인 ‘사고와 선택의 자유’가 행동으로 옮겨지는 부분이다. 중학생을 “믿음이 가는 독자”로 판단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기존 기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문체 특징은?
간결한데다 직설적이고 신랄하면서 유머감이 넘친다.
≪서적상≫의 배경은?
1950년대 캐나다 퀘벡 주다. 1960년에 출간되었다.
퀘벡 문학에서 이 작품의 위치는?
대표 작품이다. 퀘벡 주 대다수 고등학교의 필독서다. 1961년에는 문학위원회 대상을 받았다.
퀘벡은 특별한 곳인가?
프랑스인이 영국인보다 캐나다에 먼저 왔다. 퀘벡에 정착한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영국인들에게 여러모로 압도당했지만 프랑스 문화를 지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1950년대 퀘벡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는?
당시 퀘벡 주는 뒤플레시 주 수상의 권위주의 정부가 집권했다. 성당이 주민의 사고방식과 관습을 좌우하던 암흑기였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이농현상, 도시화, 중산층 확대, 노조 형성에 따른 갈등이 나타나던 때다. 전통 엘리트 계층인 의사, 변호사, 성직자들은 더욱더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계층 간 대립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는 시기다.
뒤플레시 정권의 특징은?
도시화와 노동조합 형성을 반대하고 전통적인 가족관과 종교관을 지지했다. 성당이 큰 힘을 발휘했다.
암흑기의 문화는?
퀘벡의 교육과 지식을 관할하던 고위 성직자들은 금서 목록을 만들어 주민 사고까지 조정하려 했다.
성직자들이 정책을 좌우했나?
뒤플레시 정부는 교육·문화 분야에서 성당 측에 많은 권한을 줬다. 학교 간부나 대학 총장이 성직자인 경우가 많았다. 교육·문화 정책 결정에 성직자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앙드레 지드, 볼테르, 에밀 졸라의 작품이 금서가 되는 이유는?
지드는 자유를 열망하고 정치 참여 의식을 심어 주는 작품을 썼다. 볼테르는 고정된 사회 기준에 반기를 들고 자유분방한 사고와 비판을 격려하는 한편 반교권주의적인 글을 썼다. 졸라는 사회주의 사고로 노동자의 권리 옹호에 앞장섰기 때문에 당시 집권층은 마땅치 않게 생각했다.
1959년 뒤플레시가 죽고 나서는 사정이 달라졌는가?
주민들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기운이 커졌다. 이를 ‘조용한 혁명’이라고 한다.
어떻게 바뀌는가?
1960년대로 접어들면서 장 르사주가 이끄는 퀘벡 자유당이 들어섰다. 새 정권은 퀘벡 프랑스계 주민의 정체성 확보와 공립 복지국가 건설에 힘을 썼다. 고위 성직자 대신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성당이 차지하던 권력이 정부로 넘어갔고 산업화와 도시화가 활발해졌다. 도시화가 확대되면서 도시는 성당 반대 세력의 상징이 되었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는 생소한 퀘벡 문학을 소개하고 싶었다. 문체가 특이하며 문학성이 높은 훌륭한 작품이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은?
사회가 발전하려면 기존 체제의 부조리에 반항하며,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는 노력을 그치지 않아야 한다.
캐나다 퀘벡 문화는 어떻게 만났나?
언어학을 공부하면서 퀘벡의 기관이나 기업에서 통역·번역 일을 했다. 2009년에는 몬트리올에서 극단 ‘연극사랑’을 만들었다. 프랑스어권 관객들을 위해 한국 연극 공연할 때 프랑스어 자막을 제공했다. 이때부터 문학 번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잔, 왕의 딸≫을 번역했다.
퀘벡 프랑스어의 특징은?
본토 프랑스어에 비해 오랜 표현이 많이 살아 있다. 프랑스보다 더 철저히 프랑스어를 쓴다. 프랑스의 정지 표지판엔 ‘STOP’이라고 쓰여 있는데 퀘벡에서는 ‘ARRET’라고 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명희다.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대 불문과 2학년 수료 후 1983년 캐나다로 유학했다. 몬트리올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1년부터 맥길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