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선언 새로 읽기
프롤레타리아 혁명 사상, 정치경제학, 마르크시즘 신간 ≪공산당 선언 새로 읽기≫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다.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일본에서도 급기야 한국에서도 중산층이 사라진다. 돈 많은 사람과 돈 없는 사람의 차이는 점점 더 깊어진다. 국가와 대기업은 돈을 버는데 나머지 모든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 일해서 버는 돈보다 일하기 위해 쓰는 돈이 더 많아진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164년 전에도 그랬다. 이 모든 현실을 그때 알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노동자가 임금을 현찰로 받을 때 공장주의 착취는 끝나지만 바로 이때부터 또 다른 부르주아 계급 집단, 곧 집주인, 소매상인, 전당포 주인이 노동자에게 달려든다. 평범한 중산층, 소공장 경영자, 상인 그리고 연금생활자, 수공업자와 농부, 이 모든 계급이 프롤레타리아 계급으로 전락한다. 소자본이 대규모 산업 경영에 미치지 못해서, 더 많은 자본을 가진 자본가와의 경쟁에 패해서, 그들의 숙련성이 새로운 생산 방식 때문에 가치가 사라짐으로써 그렇게 된다. 그렇게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모든 계급의 주민들로부터 충원된다.
≪공산당 선언 새로 읽기≫, 박영호 지음, 149~150쪽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묘사한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164년 전에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진행 과정을 묘사한 글이다.
≪공산당 선언≫은 어떤 책인가?
마르크스 저작 가운데 그의 역사 이론과 정치 실천이 가장 선명한 책이다. 추종자와 비판자 모두 지금까지도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에 언제 처음 소개되었는가?
1920년대에 여운형이 처음 번역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제의 검열 때문에 정확한 확인은 어렵다. 본격 소개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번역본은 많은데 또 필요할까?
소련 공산주의 붕괴와 연관 없이 ≪공산당 선언≫을 다룬 번역물이었다. 그러나 현재, 단순 번역만으로 손을 놓을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해석에 문제가 있었나?
스탈린주의 틀 안에서 해석되었기 때문에 오해와 왜곡이 많았다.
오해의 핵심은?
인간 해방이라는 핵심 가치는 빠지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나 독재 같은 수단만 강조되었다. 마치 공산주의가 독재 체제인 듯한 오해를 낳았다.
≪공산당 선언≫은 절대 진리가 아닌가?
아니다. 상대 진리다. 출간 후 164년이 흘렀다. 세상도 그만큼 변했다. 이제는 21세기의 눈으로 봐야 한다.
164년간 무엇이 변했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경험을 통해서 생산력 발전에 의한 생산 관계의 혁명적 변화라는, 역사유물론 발전 법칙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적 소유 지양의 현실 문제, 사회혁명의 진정한 의미, 혁명의 가능성과 필연성의 차이, 혁명의 주체 문제, 윤리와 도덕의 우월성 문제, 민주주의 문제 등 숙고해야 할 문제를 많이 갖게 됐다.
선언의 핵심 문제는 무엇인가?
소외된 노동 문제다. 분업이 확대되고 생산수단 소유가 생산 노동과 분리되면서 자본주의 사회는 발전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노동 과정에서 소외가 발생된다. 마르크스는 이 문제를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파악했다.
소외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가?
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이다. 소외는 갈수록 견디기 힘들어질 것이다. 혁명해서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폐지해야 소외를 지양할 수 있다.
그는 아직도 유효한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세계자본주의의 위기, 이것들이 마르크스 생존 당시에 못지 않게 ≪공산당 선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세계의 현주소는?
공산주의 체제는 붕괴, 사회민주주의 개혁 정책은 유효성 상실, 자본주의 체제는 세계적 장기 경제 공황, 민주주의도 위협 받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혁명도, 개혁도, 민주주의도 더 이상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극복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대안 없는 시대다.
시대의 전략은?
≪공산당 선언≫과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해서 새로운 미래사회를 모색하는 길밖에 없다.
마르크스 죽은 지가 언젠데 대안이 되겠나?
그건 언론에서나 떠드는 말이다. 자크 데리다도 “마르크스가 없으면 미래도 없다”고 한다. 이 사람은 마르크시스트도 아니다. 실패한 것은 마르크스-레닌주의지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다.
≪공산당 선언≫의 주장도 실현되지 못한 것 아닌가?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와 해방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자유와 해방의 씨앗을 심었다. 자본주의는 근본적인 모순을 품고 있어서 극복되어야 할 체제라는 사실, 이 점을 일깨웠다.
≪공산당 선언≫을 언제 만났나?
1963년 서울상대에서 주최한 전국 경제학과 대학생 토론대회였다.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주제였다. 자료를 찾다가 ≪공산당 선언≫의 영어판을 읽게 되었다. 전율을 느꼈다. 내 인생의 지침서가 됐고 내 운명의 책이 됐다.
우리가 왜 지금 당신의 책을 읽어야 하는가?
자본주의의 종말론적 횡포로 억압과 착취, 그리고 소외 당하는 약자들에게는 ≪공산당 선언≫이 자유와 해방의 지침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위기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한다. 대답이 여기 있다.
≪공산당 선언 새로 읽기≫를 왜 썼나?
늦었지만 한국에도 ≪공산당 선언≫의 본래 의미를 살린 원문 번역과 탈스탈린주의적 해석, 새로운 미래 사회의 모색을 위한 21세기적 해석이 꼭 필요하다. 이 책이 마르크스주의의 과학적 연구의 밑거름이 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나의 목적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영호다. 한국사회과학연구소장이고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