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만경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머무르고 계셨다. 그때는 파사익 왕과 말리 부인이 불법을 믿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두 사람은 서로 말하기를 “우리 딸 승만은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근기(根機)가 뛰어나고, 명민하여 쉽게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부처님을 뵈옵는다면 반드시 속히 불법을 깨달아 마음에 의심이 없을 것입니다. 적당한 때에 편지를 보내 그의 도의(道意)를 일으키게 함이 좋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승만경≫, 구나발다라 한역, 조수동 옮김, 15~16쪽
사위국은 어떤 나라인가?
인도의 고대 왕국인 코살라국의 수도다. 이 성 남쪽에 있는 기원정사는 부처님이 45년 중 24년 동안 안거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파사익과 말리는 지금 무엇을 논의하는 것인가?
딸 승만에게 불법 귀의를 권하려는 것이다. 그녀가 시집간 아유사국에 편지를 보낸다.
승만은 동의하는가?
환희하며 부처를 찬양하는 게송을 읊었다. 불법 귀의의 뜻을 밝혔다.
귀의했는가?
그랬다. 그러자 부처님이 나타나 그녀가 장차 부처가 될 것이라 약속했다.
부처가 되었는가?
부처에게 자신의 생각을 사뢰어 가르침을 받았다. 남편인 우칭왕(友稱王)과 함께 온 나라 백성들을 대승으로 교화했다.
≪승만경≫은 어떤 책인가?
승만이 정법(正法)의 유지와 일승(一乘), 여래장사상의 대방편을 널리 전개하기 위해서 사자후한 것을 수록한 경이다.
정법이란 무엇인가?
모든 선법(善法)의 근원이다. 대승(大乘)이자 불일승법(佛一乘法)이다.
그것이 무슨 뜻인가?
대승이 일승이며, 그 일승이 올바른 법이다. 따라서 소승인 성문승과 연각승을 회통하여 일체 중생을 모두 일승에 들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승에 든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궁극적인 깨달음, 즉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증득하는 것이다. 이 궁극적인 깨달음의 경지가 바로 열반이다.
일체 중생이 정말 열반에 들 수 있는가?
이것이 여래장 사상이다. 중생이 본래부터 마음속에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래장은 무엇인가?
성불할 수 있는 가능성, 즉 여래의 씨앗이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는 상태를 말한다.
씨앗을 지녔는데도 부처가 되지 못하는 중생이 많은 이유가 뭔가?
인간은 누구나 여래가 될 성품을 지녔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번뇌 때문에 아직 그 성품을 발휘하지 못할 뿐이다.
어떻게 하면 번뇌를 벗어날 수 있는가?
일상 수행이 첫 걸음이다. 여기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 참여해 중생을 구제해야 한다. 대승불교의 특징이다.
구나발다라는 누구인가?
중인도의 브라만 출신이다. 불교의 아비달마를 공부한 후에 불교로 전향했다. 삼장을 공부한 뒤 스리랑카로 건너갔다가 거기서 해로를 통해 435년에 중국으로 가 불경 번역에 종사했다.
≪승만경≫은 언제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전해졌나?
산스크리트어 원전은 3~4세기경 지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구나발다라가 436년 ≪승만사자후일승대방편방광경(勝鬘獅子吼一乘大方便方廣經)≫이라는 제목으로 한역했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진흥왕 37년(576년)에 수나라에서 귀국한 안홍법사(安弘法師)가 처음 전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수동이다. 대구한의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다.
2719호 | 2015년 8월 17일 발행
부처는 외롭지 않다
조수동이 옮긴 구나발다라의 ≪승만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