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초세시기
팔월 십사일 민간에서 모두 주묵(朱墨)으로 어린아이 이마에 점을 찍어 천구(天灸)라 부르며 역질을 막는다. 또 금채(錦綵)로 안명낭(眼明囊)을 만들어서 서로 바꾸어 선물한다.
≪형초세시기≫, 종름 지음, 상기숙 옮김, 120~121쪽
무엇을 기록한 것인가?
형초 사람들의 중추절 전날 모습이다. 어린아이의 병을 막고, 이슬을 모아 눈을 씻어 밝게 하는 비단 주머니를 선물한다.
안명낭을 선물한 이유가 무엇인가?
≪속제해기(續齊諧記)≫에 실린 고사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신선인 적송선생(赤松先生)이 잣나무 잎 위의 이슬을 주머니 가득 담아 눈을 맑게 했다는 이야기다.
형초가 어디인가?
지금의 후베이성과 후난성 일대다. 이 책이 기록된 남북조 시대에는 양나라 땅인 형주였다. 춘추전국시대 초나라가 있던 곳이어서 형초라고 부른다.
세시기란 무엇인가?
민간에서 행하는 세시풍속과 풍물고사를 기록한 것이다. 옛사람들이 새해에 무엇을 했는지, 여름과 겨울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평소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를 알려 준다.
새해 아침에는 무엇을 했나?
제사를 지냈다. 첫닭이 울면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를 빗었다. 마당에는 폭죽을 놓아 악귀를 쫓았다. 돈을 꿰어 막대 끝에 매달아 빙빙 돌리며 부자가 되기를 기원했다.
그날 먹은 음식은 무엇인가?
산초 열매로 빚은 술을 마셨다. 몸이 가뿐해지며 늙지 않는다고 여겼다. 어린 사람은 한 해를 얻으니 축하하여 먼저 마시고, 늙은 자는 세월을 잃으니 뒤에 마셨다. 또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맥아로 만든 엿, 다섯 종류의 매운맛 채소를 먹었다.
계절마다 특별히 먹는 음식도 있었나?
한식에는 찬 음식을 먹었다. 봄에는 나물을 먹었고, 복날에는 탕을 마셨다. 구월 구일에는 국화주, 동지에는 팥죽을 먹었다.
무엇을 하며 놀았나?
시구, 타구, 추천을 했다. 시구는 긴 동아줄을 서로 당기는 놀이, 즉 오늘날 줄다리기다. 타구는 공을 차는 놀이, 추천은 그네다.
이 책은 몇 가지 풍속을 소개하나?
음력 정월부터 십이월, 그리고 윤월을 포함해 열세 달의 마흔아홉 가지다.
이 책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종름이 지은 ≪형초기≫에 수나라 때 사람인 두공첨이 90여 권의 문헌을 인용하고 주석을 붙여 이름을 ≪형초세시기≫로 지었다.
종름이 형초 지방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가 살던 시기는 북방 호족의 침입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아 한족의 문화가 짓밟히던 때였다. 고향인 형초 지방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중국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자 했다.
이 책은 다른 세시기와 어떤 점이 다른가?
현재 전하는 최초의 세시기다. 중국 전통문화를 집성한 후대 민속학의 보고다. 이후 한중일 세시기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 세시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김매순의 ≪열양세시기≫, 유득공의 ≪경도잡지≫에서 이 책을 직간접적으로 인용한다. ‘세시기’라는 이름도 이 책에서 온 것이다.
당신이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1996년에 처음으로 출간했던 책이다. 잘못 번역한 곳이 많았다. 문장을 손보고, 주석을 보완해 완전히 새롭게 출간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상기숙이다. 한서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다.
2752호 | 2015년 9월 24일 발행
추석 필수품, 천구와 안명낭
종름(宗懍)이 짓고 상기숙이 옮긴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