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효행록(孝行錄)≫은 중국의 효자 64인에 대한 소개와 찬양, 그리고 평가를 한 책이다. 이 책에는 이들 24인의 효자를 소개하는 24편의 글과 40효자를 소개하는 38편의 글이 기본으로 되어 있다(효자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글에 함께 소개되어 있다). 24편은 고려 후기의 세도가인 권준(權準)이 엮은 뒤, 이제현(李齊賢)의 찬을 붙이고 그림을 그려서 아버지께 올린 것이고, 38편은 아버지 권보(權溥)가 아들의 뜻을 가상히 여겨 추가로 엮은 뒤 역시 이제현의 찬을 붙인 것이다. 권보의 증손인 조선 초기의 학자 권근(權近)은 여기에다가 평설을 붙였다.
그 내용이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의 효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며, 현대인의 안목으로 볼 때 더러는 지나치게 극단적인 효행을 수록했고 더러는 지나칠 정도로 내용이 간략하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읽기에는 적절치 않고 부족하며, 아쉬운 점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들 이야기는 우리 선현들에 의해 재편집되고 재평가된 것으로, 고려 후기로부터 조선 초기까지의 사대부들의 효 사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다. 특히 이제현의 찬과 권근의 평설은 이 책의 자료 가치를 더해 주는 것들이다. 더구나 이 책이 조선의 세종에 의해 중시되어 권장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효자, 충신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삼강행실도≫가 편찬되었다는 점에서 후대에 미친 영향이 또한 막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행록≫은 세종 이후에 ≪삼강행실도≫, ≪이륜행실도≫, ≪오륜행실도≫ 등의 책이 잇따라 나옴으로써 오랫동안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 책은 편찬에 참여한 사람들의 쟁쟁한 면모와 그 내용 그리고 형식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소중한 자료다.
≪효행록≫은 요즈음과 달리 수직적인 인간관계가 형성되었던 시대에 쓰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수평적인 인간관계로 형성된 현대사회에서는 이 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금은 가족 간의 관계도 가부장적인 시대와는 달리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이므로, 수직적인 윤리를 강조한 ≪효행록≫은 오늘날 빛바랜 유산으로 인식하기 쉽다. 더구나 그 내용이 요즈음 사람들의 삶의 방식 내지는 생각과 너무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실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이치는 변함이 없다. 비록 수직적인 것이 수평적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예전의 수직적인 사회에서 부모자식 간의 관계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명하고, 아들은 이에 복종하는 일방적인 구도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 근간이 되는 것은 부자자효(父慈子孝)라는 하향 상향이 조화를 이루는 쌍방 내지는 양방적인 관계다. 이는 사회가 수평적이건 수직적이건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사회적 관계는 대등하게 바뀌었더라도, 부모의 큰 사랑에 대해 자식들이 보답하는 일은 예와 지금이 다를 수 없기 때문이다.
200자평
고려 말에 중국에서 전해진 효행 이야기들을 모아 민간에 널리 알리고자 엮은 책이다. 이를 바탕으로 효자, 충신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삼강행실도≫가 편찬되었다. 효 사상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이자 효행 설화들을 다수 접할 수 있는 설화집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야기마다 당대의 유명한 학자인 이제현의 찬과 권근의 주가 달려 있어 문학사적인 가치도 훌륭하다.
엮은이
권보(權溥, 1262~1346)는 고려 시대의 학자다. 자는 제만(齊滿). 호는 국재(菊齋)다. 안향(安珦)의 문인으로 성리학 보급에 크게 공헌했고 실록 편찬에도 참여했다. ≪주자사서집주(朱子四書集註)≫를 간행하고 ≪은대집(銀臺集)≫ 20권을 주해했다. ≪효행록≫ 후찬의 행록을 엮었다.
권준(權準, 1281~1352)은 고려 시대의 학자이며 권보의 아들이다. 자는 평중(平仲), 호는 송재(松齋)다. 중국의 대표적인 효자 24인에 대한 행실을 기록해 ≪효행록≫ 전찬의 행록을 엮었다.
옮긴이
윤호진은 1957년 경기 남양주에서 출생했다. 국민대학교 한문학과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부설 한국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한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민대 강사, 성균관대 강사 등을 거쳐, 중국 우한대학 방문학자, 영국 셰필드대학 방문교수 등을 지냈으며, 현재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한문학과 교수로 있다. 논문으로는 박사학위 논문인 <서정한시의 의미 표출 양상에 관한 연구> 외 다수가 있다. 역서로는 ≪시화총림(詩話叢林)≫ 상·하(까치, 1993, 공역), ≪조선부(朝鮮賦)≫(까치, 1994),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 1∼10책(소명출판, 2003, 공역), ≪대동운부군옥≫ 11∼20책(민속원, 2007, 공역) 등이 있다. 저서로는 ≪한시(漢詩)와 사계(四季)의 화목(花木)≫(교학사, 1997), ≪남명의 인간관계≫(경인문화사, 1996) 등이 있다.
차례
서문
효행록 전찬
1. 순임금을 위해 코끼리가 밭을 갈다(大舜象耕)
2. 노래자가 아이놀음을 하다(老萊兒戱)
3. 곽거가 자식을 땅에 묻다(郭巨埋子)
4. 동영이 자신의 몸을 팔다(董永賃身)
5. 민자건이 추위를 참다(閔子忍寒)
6. 증자가 통증을 느끼다(曾氏覺痛)
7. 맹종이 겨울에 죽순을 얻다(孟宗冬筍)
8. 유은에게 천신이 미나리를 내려 주다(劉殷天芹)
9. 왕상이 얼음에서 물고기를 얻다(王祥冰魚)
10. 강시의 우물에서 잉어가 튀어나오다(姜詩泉鯉)
11. 채순이 오디를 나누다(蔡順分椹)
12. 육적이 귤을 품다(陸績懷橘)
13. 의부가 넓적다리를 베다(義婦割股)
14. 효아가 시신을 안고 나오다(孝娥抱屍)
15. 정란이 어머니 상을 깎다(丁蘭刻母)
16. 명달이 아들을 팔다(明達賣子)
17. 원각이 아버지를 깨우치다(元覺警父)
18. 전진이 아우들을 일깨우다(田眞諭弟)
19. 노고가 큰아들을 안고 가다(魯姑抱長)
20. 조종이 마른 동생을 바꾸라 하다(趙宗替瘦)
21. 포산이 광주리를 지다(鮑山負筐)
22. 백유가 매를 맞고 울다(伯瑜泣杖)
23. 염자가 사슴 떼 속으로 들어가다(琰子人鹿)
24. 양향이 호랑이를 타다(楊香跨虎)
효행록 후찬
1. 문왕이 문안을 하다(周后問安)
2. 한나라 황제가 약을 맛보다(漢皇嘗藥)
3. 중유가 쌀을 지다(仲由負米)
4. 황향이 베개에 부채질을 하다(黃香扇枕)
5. 일제가 초상화에 절하다(日磾拜像)
6. 고개가 울면서 편지를 쓰다(顧愷泣書)
7. 장원이 눈을 낫게 하다(張元療目)
8. 소현이 살갗을 침으로 찌르다(少玄鑱膚)
9. 제영이 아버지 죄를 대신하다(緹縈贖父)
10. 경휴가 아우에게 젖을 먹이다(景休乳弟)
11. 문정이 광중에 구멍을 뚫다(文貞穿壙)
12. 고초가 관에 엎드리다(古初伏棺)
13. 왕부가 잣나무를 붙들고 울다(王裒泣栢)
14. 종승의 효성에 대가 나다(宗承生竹)
15. 문양의 효성에 까마귀가 돕다(文讓烏助)
16. 원사가 승냥이를 길들이다(袁師狼馴)
17. 설포가 두들겨 맞다(薛包被毆)
18. 유곤이 병을 간호하다(庾袞護病)
19. 유정이 향을 피우다(劉政焚香)
20. 허자가 흙을 져 나르다(許孜負土)
21. 신도가 밥을 먹지 않다(申徒不食)
22. 건옹이 지나치게 슬퍼하다(乾邕過哀)
23. 왕양이 험한 곳을 피하다(王陽避險)
24. 계전이 강에 몸을 던지다(季詮投江)
25. 대량이 노새가 우는 소리를 내다(戴良驢鳴)
26. 오맹이 모기에 물리다(吳猛蚊噬)
27. 포영이 아내를 내쫓다(鮑永去妻)
28. 등유가 자식을 버리다(鄧攸棄子)
29. 모용이 반찬을 마련하다(茅容設饌)
30. 검루가 똥을 맛보다(黔婁嘗糞)
31. 강혁이 품팔이를 하다(江革自傭)
32. 세통이 길이 사모하다(世通永慕)
33. 자평이 자신을 벌주다(子平罪己)
34. 수창이 벼슬을 버리다(壽昌棄官)
35. 영공이 수염을 태우다(英公焚鬚)
36. 문정이 등을 어루만지다(文正拊背)
37. 진씨가 시어미를 봉양하다(陳氏養姑)
38. 장손부인이 며느리에게 감동하다(長孫感婦)
후서(後序)
기사본 서발(序跋)
≪효행록≫ 중간발(重刊跋)
≪효행록≫ 후지(後識)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왕상(王祥)은 성품이 지극히 효성스러웠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었다. 계모 주씨가 싱싱한 물고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때는 날씨가 추워 꽁꽁 얼어 있었다. 왕상은 옷을 벗고 얼음 위에 누워서 물고기를 구했다. 얼음이 갑자기 녹으면서 물고기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이것을 가져다가 어머니께 드렸다.
또 뜰 가운데 벚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계모는 왕상에게 지켜보라고 하며, 낮에는 참새를 쫓고, 밤이면 벌레와 쥐를 쫓으라 했다. 그때 비가 갑자기 쏟아졌다. 그러나 왕상은 벚나무를 붙들고 밤을 새웠다. 계모가 이것을 보고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또 계모가 병이 들어 참새구이를 먹고 싶다고 하니, 참새 떼가 방으로 몰려 들어왔다.
이것은 모두 효성에 감명을 받은 것이다.
-37쪽
문정이 종군에 나가, 文貞從軍,
어버이를 몸소 봉양하지 못했네. 養不逮親.
광중을 뚫고 무덤을 쓸며, 穿壙掃墓,
여막에서 30년을 지냈네. 閱三十春.
지나가는 나그네도 슬퍼했고, 悲動行旅,
집안사람들에게 한 마디도 안 했네.嘿對家人.
감로수가 나무에서 내리고, 甘露降樹,
흰 토끼가 저절로 말을 잘 듣네. 白兔自馴.
-1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