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 육필시집 형제
가을에서 겨울까지
사랑하라고/ 찬바람이 붑니다/ 서로의 시린 어깨를 부비라고// 사랑하라고/ 나뭇잎들이 떨어집니다/ 서로의 시린 발등을 덮어 주라고// 사랑하라고/ 더 먼 곳으로 떠나가서도 산들은/ 봉우리마다 흰 눈을 쌓아 올립니다/ 서로의 숨결과 얼굴을 잊을까 봐// 사랑하라고/ 더 먼 곳으로 날아가서도 새들은/ 숲이 가지인들 쉬지 않고 날아갑니다/ 행여 함께 가는 길 벗어날까 봐// 마음과 향기/ 또한 슬픔에 바래질까 봐/ 잎 지는 가을에서 눈 나리는 겨울까지//아 사랑하라고/ 사랑하라고 찬바람은 불어오고 불어 갑니다/ 두 눈에 흐르는 눈물도 별빛인 듯 반짝여 주면서!
≪김준태 육필시집 형제≫, 144~147쪽
찬바람이 붑니다.
나뭇잎이 떨어집니다.
흰 눈이 쌓입니다.
아 사랑하라고 사랑하라고.
2820호 | 2015년 12월 12일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