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코로나19에 감염된 도시가 드러낸 견고한 불평등의 장벽
현대 도시는 소유한 자본의 크기와 정치적 지위에 따라 특정 집단을 특정 공간에 머무르게 한다. 이렇게 분리된 도시 공간은 일터, 공원, 쇼핑, 학원 등에 대한 접근성과 공공재의 질에 격차를 만든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도시는 이 격차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거주 지역과 형태에 따라 감염 위험도가 달라졌고, 감염을 피하기 위해 거주지 인근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하게 되면서 분리의 장벽을 넘나들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도시사회학자인 저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이와 같은 불평등과 격차를 읽어 낸다.
‘어디에 사는가’가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가’를 결정한다
도시는 도시민의 삶을 주조한다. 불평등하게 감염된 도시는 도시민, 그중에서도 다음 세대 아이들의 일상을 거주지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간다. 공간의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을 낳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고 돌봄과 학습이 개별 가정의 몫이 되면서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 저자는 도시민의 일상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학교, 아파트 단지, 골목길, 놀이터, 방 안을 오가며 교육 불평등이 심화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직접 수집한 다양한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도시의 어디에 사는가가 학교생활, 학습의 질, 가정 내 돌봄의 형태, 놀이의 양상을 바꾼다는 것을 드러낸다.
완고한 교육 격차의 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새로운 상상
저자는 다음 세대 아이들을 분리와 격차 안에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불평등이 선명하게 드러난 지금이 어쩌면 분리의 장벽을 걷어낼 새로운 상상을 시작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이에 따라 양극화된 도시 공간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완고한 교육 격차의 성을 무너뜨릴 방법을 찾고자 한다. 아동 기본소득, 대학교육 개혁, 주택 정책, 놀이터와 학교 건축 관련법 개정 등 교육 현장의 안팎을 넘나드는 도시사회학자의 상상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다.
200자평
코로나 시대에 심화된 교육 불평등을 도시사회학자의 눈으로 들여다본다. 도시, 마을, 학교, 골목길, 놀이터, 방 안 등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비교해 격차를 드러낸다. 그리고 공간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를 낳는다는 것을 보인다. 다음 세대 아이들이 분열된 도시, 불평등하게 감염된 공간에서 살아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은이
이시효
명지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독일 바우하우스대학(Bauhaus-Universität Weimar)에서 도시사회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성용·정기용도시건축에서 2년간 건축 및 도시 공간 설계를 했고, 대안학교 푸른꿈비전스쿨에서 교사로 중·고등학생을 가르쳤다. 현재 숭실대학교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으로 도시 연구를 하고 있으며, 국제비정부기구 월드쉐어에서 개발도상국 소외 계층을 위한 마을 자립 사업 기획을 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도시 불평등, 소외 계층 공간, 북한 도시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코로나19 이후 거주환경의 차이가 초등학생의 학습, 게임, 놀이 시간에 미치는 영향”(2020), “평양대부흥운동 사회변혁 동력의 지속성 약화 원인에 관한 도시사회학적 연구”(2019) 등이 있다.
차례
들어가며
1. 코로나 도시의 교육 격차
2. 하나의 도시, 교육의 두 모습
3. 언택트 수업의 두 모습
4, 침묵하는 학교
5. 방치된 아이들
6. 엘리트 단지, 엘리트 교육
7. 두 방 안의 아이들
8. 두 길 위의 아이들
9. 사라진 놀이터
10. 코로나 도시, 제3의 공간은 가능한가?
책속으로
코로나로 계층별 교육 격차는 드러나고, 더 완고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쩌면 모든 것이 속살을 드러내는 이때가 완고한 교육 격차의 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 x쪽
도시 공간과 삶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하기에 자신이 사는 지역은 가장 적합한 연구 대상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xi쪽
코로나는 공간을 ‘불평등’하게 감염시킨다.
– 2페이지
한국의 계층 사다리 공간은 학군을 중심으로 한 고급 아파트 단지다. 이 부유층 커뮤니티 안에서 ‘금수저 계급 세대’가 탄생하며, 이들은 이 성벽을 더욱 견고히 구축해 간다. 사회 격차를 확대하고 외부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무균의 인큐베이터, 곧 엘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교육 격차가 탄생하는 것이다.
– 9페이지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간 격차를 줄이는 위치 게임 전략이 필요하다. 열악한 도시 공간에 공공 재화와 서비스를 대거 투입해 엘리트 단지와의 공간 격차를 줄여 가야 한다. 동시에, 경제적 격차가 있는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학습 격차뿐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다양한 계층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 30쪽
엘리트 교육 성벽을 부수기 위해서는 더 치밀하고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크기가 정해진 파이를 나누는 ‘제로섬 게임’ 방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 105쪽
계층은 공간을 나누고, 공간은 다시 사람들의 삶을 그 성격에 맞게 변형시킨다. 코로나 이후 아이들은 대부분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낸다. 이제 방과 거실은 교실이자 운동장이고, 골목이자 놀이터가 되었다. 그리고 이 방이 주는 고정된 물리적 차이가 아이들의 삶과 정신을 바꾸어 간다.
– 1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