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883년 한성순보가 발간된 이후 140여 년이 지나고 있다. 근대 언론의 등장보다는 한참 뒤늦게 출발한 우리나라 언론학은 빠른 발전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언론 현상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기사작성 기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뉴스를 직접 생산하고 있는 언론 현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습기자 교육에 변변한 교본도 없이 선배들의 구전 교육에 의존하다보니 체계적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고 통일된 기준이 없어 혼란을 겪어왔다”는 유력 지방 언론사의 고백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권위 있는 수사학 연구자와 신문기자로 활동한 저자들은 마침내 수사학을 활용한 기사작성 모델을 제시한다. 뉴스의 생산·소비·해석과 고전 수사학 이론의 5대 규범인 착상·배열·표현·기억·발표를 접목해 새롭게 만든 모델이다. 저자들은 이 모델에 따라 기사 가치와 비중의 판단부터 주제와 방향 설정, 취재와 기사작성, 수정과 팩트체크 등 단계별 필요한 원칙과 방법, 사례까지 제시해 준다.
전통적 수사학은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그에게 영향을 끼치기 위한 언어기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이해돼 왔다. 따라서 수사학은 문장을 장식하는 수단으로 말과 글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의의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학의 학문 영역이 언어와 관련된 ‘수사(修辭)’ 외에 생각, 소통, 관계, 사회 등의 범위까지 확대됨에 따라 수사학의 개념은 ‘사회적·공공적 소통 행위를 위한 학문’으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또한 전통적 기사 작성 기법인 ‘역피라미드식 기사쓰기’에 대한 집착, 기자 노동의 가치와 보람이 부재한 현실 속에서 메시지 수용자의 능동성과 쌍방향 소통, 소통 흐름의 입체화 등 미디어빅뱅 시대의 변화 추이에 대한 기사 반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체계성·전문성이 결여된 현재의 기사 작성 기법은 쌍방적·감성적 하이퍼미디어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은 현실에 맞고 미래지향적인 기사 작성 모델을 요구한다. 이 책은 언론학 원조이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교범인 수사학의 현대적 해석에 기자 경험을 녹여 넣어 직업 전문성을 높인 ‘기사 작성의 길’을 나름대로 모색해 본 것이다. 언론 현장의 기사작성 기법은 문제가 없을까? 하는 반성적 사유에서 출발해 그 문제 분석과 해법 찾기까지 나아감으로써 언론계와 언론학계의 공동 과제를 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은이
박주영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장이다. 1990년 조선일보에 입사, 30년 가까이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신문학과(현 언론정보학과) 재학 시에는 ≪사회대평론≫ 편집위원으로 활동했고, 한국수사학회 창립 때부터 정회원으로 참여했으며, 동아대·부산대·부경대·동명대 등에서 강의를 했거나 하고 있다. “수사학이론을 이용한 기사작성에 대한 연구”(박사학위논문, 2010), “수사학적 기사작성모형 연구”(공저, 2011) 등의 논문이 있다.
이범수
동양커뮤니케이션학연구회 회장이다. 한국언론정보학회·동양고전학회 회장, 동아대 교수, 한국수사학회 감사, ≪수사학≫ 편집위원 등을 지냈다. 저서로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한국의 언론과 언론운동 성찰』(공저, 2018), 『중국고전의 커뮤니케이션』(2015), 『커뮤니케이션학과 현상학』(2015), 『현대 북한 언론의 이해』(공편, 1999), 『대중매체의 이해와 활용』(공저, 1993), 『현대사회와 매스커뮤니케이션』(공저, 1990) 등이 있고, 논문으로 “수사학적 기사작성 모형 연구”(공저, 2011), “연설 텍스트의 수사적 체계 분석”(공저, 2006), “언론사상에 대한 동서양 비교 연구-사서삼경과 고대 그리스 수사학을 중심으로”(2004), “고대 그리스 초기 수사학에 나타난 서양 커뮤니케이션 사상의 기원에 관한 연구”(2004) 등이 있다.
차례
01 수사학 개요
02 수사학과 저널리즘
03 수사학의 ‘착상’과 뉴스
04 수사학의 ‘배열’과 뉴스
05 수사학의 ‘표현’과 뉴스
06 수사학의 ‘기억’ 및 ‘발표’와 뉴스
07 수사학 5대 규범의 언론학적 해석 · 적용
08 수사학을 이용한 기사 작성 모델
09 수사학적 기사 작성 모델의 구성요소와 사례
10 정보시대 수사학과 저널리즘
책속으로
‘수사학’은 ‘사회적·공공적 소통 행위를 위한 학문’이라고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 수사학이 공중과 소통하는 행위·체계에 대한 학문이지 언어만을 다루는 학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는 ‘설득하고 영향을 끼치는’, ‘효과적·미적으로 표현하는’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 화자, 話者) 중심의 오랜 수사학 전통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01-“수사학 개요” 중에서
수사학의 5대 규범은 뉴스의 포착과 발굴, 뉴스 가치의 판단과 평가, 뉴스의 표현과 구성, 뉴스의 편집과 전달, 뉴스의 검증 등 뉴스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전 과정과 관련된다. 수용자 지향적이라거나 구체적인 현실과 상황에 바탕하고 있다거나 또는 사회의 건강한 작동과 발전 그리고 주권자 시민의 식견과 능력 함양 등을 목적으로 한다거나 하는 수사학의 성격과 기능은 뉴스의 그것들과 동일하다.
02-“수사학과 저널리즘” 중에서
리드는 기사의 핵심·초점·주제를 담은 문장이다. 기사의 맨 앞에 위치하므로 수사학 ‘배열’의 ‘머리말’에 해당, 그 ‘머리말 작성 기술(技術)’을 활용하게 된다. 수사학의 ‘배열이론’에서는 ‘머리말’에 대해 “이야기의 시작으로서, 청중의 호감을 사고 관심을 끌며 이해를 도와, 그들이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일도록 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04-“수사학의 ‘배열’과 뉴스” 중에서
‘기억’은 착상·배열한 것에 언어의 옷을 입히는 표현의 다음 단계로 머릿속에 붙잡아 두는 재주·기술과 관련된다. 문자나 종이가 없거나 있어도 대중화·일반화되지 않은 그런 시대에 자연스럽게 발달한 기술이었을 것이다. ‘발표’는 기억한 내용을 실제 행동이나 몸짓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다수의 청중을 눈앞에 두고 연설을 하기 위한 일종의 연기였기 때문에 목소리를 낮출지 높일지, 표정은 어떻게 할지, 어느 대목에 어떤 손짓 혹은 몸짓을 할지 등을 판단·결정하여 표현하는 ‘발표’는 ‘연기술’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수사학 초기 시대에는 이런 현실적 필요에 의해 기억과 발표의 규범이 발달했다.
06-“수사학의 ‘기억’ 및 ‘발표’와 뉴스” 중에서
수사학의 연설 콘텐츠 생산 · 실행 과정 5단계를 기사 작성에 접목한 것이 ‘기사 작성 모델’이다. 이 모델은 뉴스 가치·비중 판단, 기사 주제 포착과 방향 설정, 취재, 기사 쓰기와 수정 · 검정 등 기사 작성 단계를, 수사학의 착상 · 배열 · 표현 · 기억 · 발표 등 체제 구성과 연결시켜 응용한 것으로 기사 작성 과정에 대한 틀 · 체계로서 언론 현장에 조응한다.
08-“수사학을 이용한 기사 작성 모델” 중에서
‘기사가 되느냐, 안 되느냐’는 기사 작성·생산의 출발점이다. 기사를 판단하는 언론현업에서의 기준은 수사학 이론의 ‘상황 판단·분석의 열쇠, 말터’와 같다. 언론계의 기사 판단 기준이 각 언론사의 말터가 되는 셈이다. 기사 요건의 기준을 두고 영향성·근접성·시의성·저명성·새로움·갈등 등 6가지로 제시하기도 하고 “1990년 이후엔 관련성, 유용성, 흥미 등 3가지로 축약됐다”고 하기도 한다.
09-“수사학적 기사 작성 모델의 구성요소와 사례” 중에서
정보 전달이 목적인 21세기 정보시대 정보 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식 수사학 장르인 의회·법정·식장 레토릭에 이어 제4의 담론 범주인 정보 레토릭이다. 객관성 문체와 고전 레토릭의 대중연설 기술을 사용하여 레토릭 영역 안에서 매스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수행하는 언론인은 정보 레토릭의 실무자로서 뉴스 분석 및 논평을 통해 레토릭의 핵심 영역인 공적 논쟁에 주도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10-“정보시대 수사학과 저널리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