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 본성, 인위적 조작 가능하다
도덕적 생명 향상으로 극단적 해악 방지해야
마이클 샌델은 인간의 생명이 자연에서 부여받은 ‘선물’이라며 인위적 향상이 ‘위험’하다고 했다. 향상이 ‘초행위자(hyperagency)’를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샌델은 ‘향상’이라는 말이 본성을 목적에 부합하고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식으로 재구성하려는 열망을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열망의 지배 아래 인간의 생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인간 지성의 ‘무능’ 또는 ‘직무유기’다. 인간의 인지 능력과 마찬가지로 도덕적 능력도 향상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류의 재앙을 초래하는 ‘극단적 해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도덕적 향상이 필요한 이유는 오늘날 우리의 도덕 규범이 과학의 진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첨단과학기술은 이익을 주기보다는 해악을 끼치기가 더 쉬우며 핵무기나 대량 살상 무기, 생화학적 무기에 의해 대규모의 피해를 줄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러한 해악은 인지적 향상이 과학적 진보를 가속해 간다면 계속 증가할 것이고, 도덕적 향상의 효과적인 수단이 발견되고 적용될 때 비로소 악행도 종식될 것이다.
오늘날 인류의 도덕성 확립을 위해서는 인간 본래의 이타성과 공정성을 지구적 규모에서 인류 차원으로 확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로써 과학기술의 발전이 통제되어야 한다. 이렇게 이타성과 공정성을 인류의 차원으로 확산시킨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류를 하나의 ‘도덕적 원(moral circle)’ 안에 포용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이러한 포용 전략이-그리스도교의 ‘복음’ 전파 전략에서 보듯이-서양의 윤리적 전통에서는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도덕적 해악은 인간의 ‘반도덕적 정서’에 의해 생겨난 질병이고, 이 질병은 이타성과 공정성의 확산으로 ‘치유’될 수 있다. 이는 인간 본성의 인위적 조작을 통해 인간을 도덕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타성과 공정성을 인류 차원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까? 이 점에 착안한 것이 ‘도덕적 생명 향상(moral bioenhancement)’이다.
이 책은 도덕적 생명 향상의 약리학, 생명 향상에 따른 위험 부담, 역사적 전환점에 선 ‘극단의 해악’ 해소, 도덕적 행동의 생물학적 원천, 새로운 도덕성 확립을 위한 결단 등을 살펴보고 전지구적 규모에서 ‘인류의 도덕성’을 확립을 주창한다.
200자평
오늘날 인류의 도덕성 확립을 위해서는 인간 본래의 이타성과 공정성을 지구적 규모에서 인류 차원으로 확산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로써 과학기술의 발전이 통제되어야 한다. 이렇게 이타성과 공정성을 인류의 차원으로 확산시킨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류를 하나의 ‘도덕적 원(moral circle)’ 안에 포용하려는 전략을 말한다. 이러한 포용 전략이 서양의 윤리적 전통에서는 전혀 낯선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타성과 공정성을 인류 차원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까? 이 점에 착안한 것이 ‘도덕적 생명 향상’이다.
지은이
이을상
부산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사,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을 거쳐 지금은 개인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종래의 윤리의식과 최근 과학적 연구성과를 어떻게 접목할지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부산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고(1979년), 동아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1981년)와 철학박사 학위(1993년)를 받았다. 동아대, 동의대, 동서대, 신라대 등에서 강의했고, 동아대학교 석당연구원 전임연구원과 동의대학교 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쳤다. 1999년 새한철학회가 수여하는 제4회 만포학술상과 2014년 대한철학회가 수여하는 제5회 운제학술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나는 긍정심리학을 긍정할 수밖에 없다』(2022), 『사랑』(공저, 2020), 『생명과학의 철학』(2013), 『사회생물학,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2007), 『죽음과 윤리』(2006), 『가치와 인격』(박사학위 논문, 1996) 등이 있고, 번역서로 『과학적 사실의 기원과 발전』(2021), 『도덕적 인식의 기원』(2016), 『신경과학의 철학』(2013), 『지식의 형태와 사회』(공역, 2007), 『윤리학에서 형식주의와 실질적 가치윤리학』(1998) 등이 있다. 그 밖에 다수의 논문과 기고문이 있다.
차례
도덕적 치유로서 생명 향상
01 도덕적 생명 향상의 약리학
02 생명보수주의의 반론
03 도덕적 생명 향상이 필요한 이유
04 생명 향상에 따른 위험 부담
05 역사적 전환점에 선 ‘극단의 해악’ 해소
06 위험 계산법과 미래 인류를 위한 책임
07 과학적으로 인간의 행동 통제하기
08 도덕적 행동의 생물학적 원천
09 도덕 과학(공학)과 인간의 조건
10 새로운 도덕성 확립을 위한 결단
책속으로
인간의 도덕적 본성 형성에는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이 중요하다. 이른바 ‘포옹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은 개인 상호 간의 신뢰를 향상해 주는 물질이고, ‘행복의 물질’인 세로토닌은 공정한 마음을 갖게 하는 동시에 협력을 증진하고 공격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사실이 시험적으로 증명됨으로써 인간의 도덕성을 약리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_“01 도덕적 생명 향상의 약리학” 중에서
도덕적 생명 향상은 도덕성을 생의학적으로 확립하려는 시도다. 일찍이 리탈린 등이 사이코패스의 행동 치료에 효과를 가져왔듯이, 옥시토신, 세로토닌 등 약물의 사용은 인간의 도덕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 인지의 향상을 위해 사용되는 약물도 많다. 이러한 연유로 인지와 도덕의 관계를 둘러싸고 향상의 방안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_“03 도덕적 생명 향상이 필요한 이유” 중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덕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정확하게 계산해야 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위험계산은 ‘표준 결정 이론’에 따르지만, 극단의 해악 해소에는 ‘손실 혐오’가 더 유용한 결정 기준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극단의 해악을 초래하는 부정적 (도구) 가치에 관해 자각하지 못하고, 그저 세상이 잘 돌아간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가용성 편향’ 때문이다.
_“06 위험 계산법과 미래 인류를 위한 책임” 중에서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요인으로 규범 원리 외에 심리 치료나 약물, 뇌수술을 통해 행동을 통제하려는 방식이 일찍부터 우리 사회에는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심리 치료나 주술의 방식이 아닌 신경 회로망을 통해 인간 뇌의 ‘운동 체계’가 행위의 규범적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방안을 고찰할 것이다. 이렇게 인간의 행동을 규제하는 뇌의 기제와 심리학적 분석 틀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것은 ‘도덕 과학’으로 불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_“07 과학적으로 인간의 행동 통제하기” 중에서
그것은 자유의 실현인가, 해악의 제거인가? 전통적으로 우리는 도덕성의 본질을 자유의 실현에서 찾았다. 그러나 해악의 제거 없이 자유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도덕적 생명 향상은 해악을 제거하려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인류 차원에서 도덕성 확립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짠다.
_“10 새로운 도덕성 확립을 위한 결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