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마법 분필≫은 1945년부터 초판이 나온 1989년경까지 약 40년간 독일과 서방 국가에서 출간된 어린이문학 작품의 변모를 살펴보는 책이다. 변모를 파악하는 핵심 관념은 어린이문학과 정치의 관계, 어린이문학에 뚜렷하게 나타난 도덕관념과 교육목표의 변천, 소녀와 소년 또는 여자와 남자의 묘사 변화, 어린이문학의 환상성 등이다. 본문에서는 특히 오랜 전통을 지닌 장르·소재·모티브·이미지 들이 어떤 식으로 서로 관련을 맺고 변주되고 선택되는가를 추적한다.
지은이 군델 마텐클로트는 어린이문학이 유년기에 대하여 어떤 생각과 상들이 있어 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역사 자료가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년기에 대한 관념 중에 어떤 것이 바뀌고 지속되고 사라지고 새로이 생겨나는가를 제2차 세계대전 후 40년이라는 기간 동안 읽힌 어린이문학을 통하여 묻고 답하는 셈이다. 발달심리학을 비롯해 아이에 관한 여러 학문이 모습을 갖추어 나타나기 전까지 사실상 존재감이나 ‘인권’을 따로 갖지 못했던 아이,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작업에 뮤즈와도 같던 아이, 20세기 중반을 지나며 전쟁으로 인한 국가와 부모의 정신적·도덕적 손상의 영향에 내맡겨진 채 보살핌이라곤 받을 수 없던 시절의 아이, 서구 사회가 일대 변혁을 겪으며 오늘의 서구 사회로 이어지게 만든 68혁명이 관념적, 혁명적, 현실 비판적, 미래 건설적으로 파악하고 그렇게 키우기를 요구했던 아이, 이 모든 아이는 제각기 다르다. 전쟁도 격한 학생운동도 변혁도 없는 시대가 되어도 이 다름은 계속된다. 급속한 기술 발달과 여성의 삶이 겪는 변화만 하여도 아이들의 방이 달라지는 이유가 되는 까닭이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온 방대한 양의 어린이문학 작품을 체계적으로 훌륭하게 정리해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대 축과 모티브·소재 축으로 이루어진 좌표에 수많은 작품 각각의 자리를 찾아 주어 독자가 작품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서술이 이 책의 묘미다.
200자평
1945년 이후 어린이문학은 어떻게 변해 왔을까? 이 책은 1945년 이후 약 40년간 독일에서 수용된 어린이문학의 역사를 추적한다. 이를 위해 비밀, 모험, 조력자, 권력, 변신, 환상 등 어린이문학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여러 모티브와 소재를 살펴본다.
지은이
군델 마텐클로트(Gundel Mattenklott, 1945∼ )는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독문학과 로만문학을 전공하고 1972년에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1985년까지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미술·음악·문학 자유예술학교(Kunst. Musik. Literatur. Freie Kunstschule für Kinder und Erwachsene)’의 설립자이자 운영자, 강사로 활동했다. 1982년 브레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1990년 베를린 자유대학 교육학과(세부 전공: 예술 교육)에서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1992년부터 베를린 예술대학교 음악과 예술 교육학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의 일간신문과 ≪리터라투렌≫ 등의 잡지에 어린이문학과 관련해서 정기적으로 기고한 바 있으며, 이 밖에 독일 청소년문학상, 베를린 시 주최 그림형제상, 하멜른 시 주최 아동·청소년문학상 등 유수 문학상의 심사 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예술 교육의 이론과 실제, 초등학교 음악과 미학 교육, 유년기의 미적 경험, 아동·청소년문학, 비전문가들의 예술 창작 과정에 대한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다.
대표 저작에는 ≪아이들이 만드는 연극(Kinder machen Theater. Ein Arbeitsbuch)≫(1983), ≪마법 분필(Zauberkreide)≫(1989), ≪예술에 대한 기초 교육. 음악과 미학 교육을 위한 제안(Grundschule der Künste. Vorschläge zur Musisch-Ästhetischen Erziehung)≫(1998), ≪유년기의 미적 경험: 이론적 토대와 실증적 연구(Ästhetische Erfahrung in der Kindheit: Theoretische Grundlagen und empirische Forschung)≫(2004, 공저) 등이 있다.
옮긴이
김윤미는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사,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논문의 제목은 <Das Motiv der Kindheit in der modernen Parbel(현대 비유담에 나타난 유년의 모티브)>이다. 현대 독일 문학과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카프카의 중단편에 나타난 유년의 이미지>(2012), <발터 벤야민과 로버트 발저의 자전적 글쓰기>(2012)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대구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윤종욱은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에서 학사,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 미디어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논문의 제목은 <Die Spielfilme von Ken Loach: Perspektive eines realistischen Films(켄 로치의 극영화: 사실주의 영화의 시선)>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영화 및 미디어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으며, <다큐멘터리 영화의 구성: 해체주의적 접근의 이론과 실제>(2011), <예술영화에 나타난 동일화의 양상>(2012)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면서
I. 1945년 이후의 어린이문학
어린이문학과 정치
도덕관념과 교육목표
강한 소녀와 조용한 소년, 활기찬 어머니와 힘없는 아버지
어린이 책의 환상성
II. 비밀
아버지의 귀환
잊힌 집
작은 신화: 바로워스
훤히 보이는 세상에 존재하는 비밀
환상적인 외지로서 화장실
상자의 열쇠
초막 그리고 옥수수밭의 평화
III. 환상 여행과 그 밖의 모험들
생일 여행
호기심, 납치 그리고 길고 긴 귀갓길
가정이라는 낙원 속 가상 모험
낱말과 텍스트의 모험
철학적 모험
또 한 번의 긴 귀가 여행
저기, 강의 저 뒤꼍
어린이문학에 등장하는 삼촌에 대한 짤막한 고찰
야생−그곳에 다른 것이
스스로를 낳다
IV. 별난 친구들, 환상적인 교육자
사실적 어린이문학의 별난 사람들
“웃는 것보다는 비탄에 잠기는 게 낫다”
예술가 친구들과 화가 엘브리히 씨
보이지 않는 아버지들의 아이들
환상적인 아버지
1950년대의 어느 별난 교육자
신화적 조력을 받아 일으키는 작은 반란
누가 누구를 교육하는가?
심장석
어머니들도 사라지는가? 그리고 어른들 다?
중요하지 않은 부모
구식 반권위주의 ‘야수’에 대한 짤막한 고찰
중요하지 않은 부모(계속)
V. 아이들에게 권력을
아이들의 나라−자치 조직
비밀 조직과 어린이 탐정소설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의 복수와 어린이 혁명가
뒤바뀐 세계
커다란 웃음
토끼가 사냥꾼을 쫓으면, 독자는 작가가 된다
어린이 책과 유년기상에서 성(性)에 대하여
당나귀에 대한 짤막한 고찰
VI. 변신, 경계 넘기, 죽음
변신을 통한 시험과 순화
공을 따라가며 쓰는 오디세이에 관한 짤막한 고찰
변신을 통한 시험과 순화(계속)
나쁜 상황에 빠지다
말 없는 항의
변신 놀이와 세상 경험
무인 지대에서
어린이 책에서 죽음의 역사에 관한 짤막한 고찰
죽음에 저항하여
1970∼1980년대 어린이문학에서 죽어 감과 죽음
죽음의 매혹
1980년대 어린이문학에서 죽어 감과 죽음(계속)−환상적 경계로서 죽음
죽음의 승리
잡담과 침묵 사이
VII. 마법 분필
글 쓰는 아이들에 대한 짤막한 고찰
아이의 우주
신기한 필기도구
그림 치료
그림 그리기
소란꾼과 해방적 상상력
1980년대의 낙서 인간과 마법 분필
연필 나라와 다색 나라
문자의 몸과 유년의 책
참고 문헌
찾아보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낙서로 그린 인간을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며,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 작은 문을 만들어 열어 주고, 전화와 할머니와 바이올린과 왕국을 만들어 내는 욘의 마법 분필은 어린이답고 문학적인 유희 판타지에 대한 메타포다. 언어와 글자는 마법 분필이 무한히 퍼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재료로, 이로부터 늘 새로운 인물과 공간과 길이 만들어진다. 마법 분필은 문자 그대로 마법 분필에 대해 말해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기적의 필기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