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탈리아 파도바 유지 밥티스타에게는 두 딸이 있다. 맏딸 캐서리나는 고약한 성미로 악명 높은 처녀다. 반면 둘째딸 비앵카는 뭇 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둘째딸에게 구혼자가 밀려들자 밥티스타는 맏딸 캐서리나를 시집보내기 전까지 비앵카에 대한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이에 비앵카의 구혼자들이 한마음으로 캐서리나의 신랑감을 찾아나선다. 이때 페트루키오가 나타난다. 그는 캐서리나의 마음을 얻어 그녀와 결혼하고, 결혼지참금까지 두둑히 챙길 생각으로 밥티스타 앞에 나선다. 두 사람의 결혼식 날 페트루키오의 난동으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페트루키오는 결국 캐서리나를 ‘길들이는’ 데 성공하고, 이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친구들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페트루키오가 캐서리나라는 말괄량이 여성을 길들인다는 내용의 이 작품은 여성 관점에서 보면 결코 ‘유쾌한’ 희극이 아니다. 차라리 대단히 ‘불쾌한’ 극이다. 거친 여성이 괴상한 방법으로 남성에게 ‘길들여지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길들여지는 것은 여성이 아니라 다름 아닌 남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케이트는 본질적인 면에서 결코 길들여지지 않았다. 페트루키오가 우월감에 즐거워하도록 만들 수 있는 케이트는 그보다 한층 더 영리하고 지적인 존재다. 지금부터 케이트는 길들였다는 환상에 들뜬 어리석은 남편을 길들이기 시작한다. ‘친절’한 체하면서 아내를 길들이려고 했던 페트루키오처럼, 그녀도 남편에게 ‘복종’하는 체하면서….
200자평
1591년경 런던에서 공연한 것으로 추정되는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The Taming of the Shrew)≫는 페트루키오라는 남성이 케이트라는 말괄량이 여성을 길들인다는 내용의 ‘유쾌한’ 희극이다.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64년 4월 23일 존(John)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Mary Arden) 사이에서 태어났다. 셰익스피어는 아름다운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인구 2,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 스트랫퍼드에서 존 부부의 첫아들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고,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셰익스피어는 주로 ≪성경≫과 고전을 통해 읽기와 쓰기를 배웠고, 라틴어 격언도 암송하곤 했다. 셰익스피어는 11살에 입학한 문법학교에서 문법, 논리학, 수사학, 문학 등을 배웠는데, 특히 성경과 더불어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셰익스피어에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셰익스피어는 그리스어도 배웠지만 그리 신통하지는 않았다. 이 당시에 대학에서 교육받은 학식 있는 작가들을 ‘대학재사’라고 불렀는데, 셰익스피어는 이들과는 달리 대학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타고난 언어 구사 능력과 무대예술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 다양한 경험,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력은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제대로 교육받지는 못했지만, 자연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운 자연의 아들이자 천재였다.
1590년 대 초반에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타이터스 안드로니커스≫, ≪헨리 6세≫, ≪리처드 3세≫ 등이 런던의 무대에서 상연되었다. 특히 ≪헨리 6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에 대한 악의에 찬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 교육도 받지 못한 작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인기는 더해갔다. 1623년 벤 존슨은 그리스와 로마의 극작가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셰익스피어뿐이라고 호평하며, 그는 “어느 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1668년 존 드라이든(John Dryden)은 셰익스피어를 “가장 크고 포괄적인 영혼”이라고 극찬했다. 셰익스피어는 1590년에서 1613년에 이르기까지 10편의 비극(로마극 포함), 17편의 희극, 10편의 역사극, 몇 편의 장시와 시집 ≪소네트≫를 집필하였고, 대부분의 작품이 살아생전 인기를 누렸다.
옮긴이
김종환은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영어영문학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2005, 공저), ≪셰익스피어와 타자≫(2006),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2009)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우수 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인종 담론과 성담론: 셰익스피어의 경우≫(2013)와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2012)이 있다. 번역서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포함한 12권과 그리스 비극 작품 11권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서막
제1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캐서리나: 저는 제 남편께서 원하시면,
순종의 표시로 언제라도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겠어요.
페트루키오: 암, 그래야 진짜 여자지.
자, 케이트. 키스해 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