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닷가 뵈멘>은 사회주의가 붕괴되고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화된 오늘날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사회주의 와해 이후 현대 사회를 진단하고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폴커 브라운은 이 작품에서 오늘날 쟁점이 되는 전 세계 이슈를 다루고자 역사적 사건에 관심을 둔다. 현대 사회가 도래하기 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두 체제에 존재했던 모순을 보여 주며 이를 수정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가 불확실해질 것임을 경고하는 것이다.
작품의 배경은 ‘바닷가에 있는 뵈멘’이다. 시기적으로는 사회주의가 와해된 시점일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20세기 후반일 것이다. 요컨대 독일 통일 직후인 게 분명하다. 파벨은 러시아인 저널리스트 미하엘과 미국의 사업가 바르돌프를 집으로 초대한다. 파벨의 옛 친구들이다. 서로 화합하지 못했던 두 세계의 상징인 듯한 이 인물들은 파벨의 중재로 드디어 직접 대화할 기회를 갖게 된다.
브라운에게 연극이란 다양한 현실 주제를 놓고 여러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게끔 하는 토론의 무대다. 특히 <바닷가 뵈멘>에서 브라운은 극의 줄거리 진행보다는 인물들 사이의 논쟁이나 대화 장면에서 동시대의 모순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독자로 하여금 개선의 필요성과 방법을 숙고하게 한다. 통일 전에는 사회 모순을 직시하고 알리는 능동적 고발자의 역할이 강조된 인물을 선보여 왔던 것과 달리 통일 후에는 그와 상반되는 인물들을 보여 준다. 관객이 차분하게 인물들의 대화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물 묘사에서 나타난 변화는 주제 변화로도 이어진다. 통일 전에는 동독 사회에 내재한 불합리한 노동 환경이나 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했다면 통일 이후에는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부정적인 일들을 예견하고 경고한다. 국가 또는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정적인 진행 과정에서 나누는 대화를 통해 다양한 세계사적 문제들을 다루는 <바닷가 뵈멘>은 통일 후 브라운의 작품 세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
200자평
사회주의가 붕괴된 직후, ‘바닷가의 뵈멘’에 사는 파벨이 옛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양 체제와 제삼세계를 상징하는 인물들을 통해 현대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지적한 작품이다.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을 자신만의 연극론으로 계승, 발전시킨 폴커 브라운의 후기 작품이다.
지은이
폴커 브라운(Volker Braun)은 1939년 5월에 작센(Sachsen) 주 드레스덴(Dresden)에서 태어났다. 그는 1957년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을 치른 뒤에 당으로부터 대학 입학 허가를 얻지 못해 1960년 라이프치히대학에서 입학 허가를 받기까지 인쇄업과 복합기업체(Kombinat)의 지하 공사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광산 기술자로도 일했다.
브라운은 문학 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사회에 관심을 가졌다. 주로 역사 진행 과정에서 ‘개인과 사회’, ‘주인공의 일상에 나타난 사회적 모순’을 주제로 작품을 썼으며, 주인공의 좌절을 통해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가 쓴 시대극은 모두 사회에 현존하는, 사회 구성원인 개인의 성장을 저해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문제들을 보여 주며, 다양한 등장인물 구성을 통해 여러 가지 모순상을 나타낸다. 이때 작가는 드러난 모순들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복잡한 토론의 토대를 가진 본보기들을 ‘열린 결말’ 형식으로 제시해 준다. 관객이 스스로 무대에서 본 모순점들의 발생 원인에 관해 생각해 보고 그 극복과 개선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브레히트와 마찬가지로 브라운 또한 서독에서도 많은 관심과 인정을 받았다. 통일도 되기 전에 서독에서 브레멘문학상(1986)을 수상했다. 통일 이후 1992년에는 서독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emberg) 주에서 ‘실러-기념상’과 독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Georg Büchner) 상’(2000)을 수상했다. 더구나 영국 웨일즈대학에 초빙되어 1년간 연구 활동을 했고(1994), 서독 하이델베르크대학(1996)과 카셀대학(1999∼2000)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옮긴이
김충완은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연방도서관 전속 번역가, 라이프치히대 언어 연구소 강사, 자우르 출판사 편집위원, Azzo 외국어서비스센터 번역가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Auf der Suche nach dem offenen Ausgang-Untersuchungen zur Dramaturgie und Dramatik Volker Brauns≫, ≪편지로 읽는 독일, 독일인≫, ≪기초 독일어 문법≫, ≪영화 인문학 산책≫(공저)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동독 작가 폴커 브라운의 드라마 기법에 관하여−그의 작품 ‘Die Kipper’를 중심으로>, <폴커 브라운과 그의 극작품에 대한 비평적 담론 분석>, <동독의 초기와 중기 역사 발전 단계에 나타난 교회 정책>, <‘막노동꾼들(Die Kipper)’과 ‘위대한 평화(Großer Frieden)’를 중심으로 살펴본 폴커 브라운의 인물 형상화 원칙과 기능>, <Die Dramaturgie Volker Braunsder offene Schluss> 등이 있다. 경상대학교, 경성대학교, 단국대학교, 해군사관학교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창원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
2
3
4
5
6
7
8
9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미하일 : 역사는 멈춰 있었죠. 50년간 똑같은 노래. −조국이여, 어떠한 적도 그대를….
이젠 어떠한 적도 없어요. 조국은 사라져 버렸어요. 이젠 앞으로 나아갑니다.
-24쪽
바르돌프 : (…) 절대로 공장 문을 닫을 수 없어. 공장은 한 남자 것이 아냐. 파괴할 수 없는 하나의 조직이지. 난 리어 왕처럼 지도를 찢을 수 없어.
미하일 : 공장을 폭파시켜 버려.
바르돌프 : 그런다고 공장이 더 깨끗해지진 않아. 차가 막힐 때 차에서 내린다고 해서 나아지는 건 없어. (호주머니에서 조그만 갑을 꺼낸다.) 난 우리가 생산하는 약을 먹고 있어. 건강엔 해로운 거지.
-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