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공영방송의 위기와 흔들리는 국가 정체성
글로벌 미디어 그룹 활개로 입지 좁아지고 붕괴 직전에 몰려
2000년대 초반 상업방송이 허가되고 위성방송, 디지털 텔레비전이 속속 도입되면서 100개가 넘는 방송 채널이 안방으로 들어오는 상황 속에서도 영국의 공영방송은 밀려나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수백 개 채널,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에 공영방송은 궁지로 내몰리고, 골리앗과 같은 글로벌 OTT 플랫폼은 시청자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떠나가는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 공영방송은 시사정보 프로그램 대신 상업적인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미디어 환경변화, 재원의 불안정성은 공영방송을 돈 벌 궁리로 내몰았다. 공영방송마저 시사정보 프로그램보다 시장에서 먹히는 오락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시청자 이탈, 상업화에 맞물려 위협적인 요소는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활개다. 미디어 글로벌화는 공영방송 제도의 퇴조를 불러왔다. 할리우드 중심의 미국산 프로그램, 미국 자본이 중심인 OTT 플랫폼이 공영방송을 주변으로 밀어내고 있다. 공영방송의 입지는 좁아지고 붕괴 직전으로 내몰린다. 2020년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글로벌 미디어의 침투 속도를 가속화했다.
지금 맞고 있는 공영방송의 위기는 이전의 위기와 차원이 다르다. 이전의 위기는 공영방송사만의 위기라면 지금의 위기는 공영방송 제도, 국가 정체성, 민주주의 발전과 직결되는 사회적 문제다. 거대 미디어 기업 중심의 글로벌화, 상업화의 쓰나미에서 정체성을 지켜내야 하는 공영방송마저 휩쓸리는 형국이다.
이 책은 공영방송의 효시인 영국의 BBC, 16개 주 정부가 주축이 되어 운영되는 독일의 ARD와 ZDF, 공영방송 일부를 민영화하고 채널을 통합한 프랑스의 France TV, 어느 나라보다 앞서 수신료를 조세화(taxation)함으로써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대응한 북유럽 노르딕 국가의 공영방송들, 처음부터 교육에 방점을 두고 공영방송 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PBS, 에스키모를 포함한 다문화와 영어와 불어 이중 공용어 체제에 자리 잡은 캐나다의 CBC, 영국 공영방송을 모델로 탄생하여 고유의 공영방송 모델로 발전해 온 호주의 ABC,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신료 비중을 자랑하는 일본의 NHK를 들여다본다.
주요 국가들이 미디어 환경변화에 발맞춰 공영방송 관련 법과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와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대응하는 전략을 살펴본다. 미디어 발전에 따른 공영방송 위기의 시대에 나라별 공영방송 관련 법·제도, 역사, 거버넌스, 규제기구, 재원, 그리고 그들의 스마트 미디어 대응을 짚어봄으로써 우리나라 공영방송 제도 발전방향, 공영방송의 정체성, 역할 변화(확장)에 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200자평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 공영방송은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유용한 수단이다. 공영방송이 사회적 제도로 자리 잡은 국가들은 언론자유지수가 높다. 그들은 일찌감치 미디어 환경변화에 발맞춰 법과 제도를 개선했다. 공론장을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정보·교육·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높이는 필수 장치로 공영방송을 인식한다. 행정부, 의회, 방송사가 삼위일체가 돼, 공영방송 제도를 유지하고 발전시킨다. 다른 나라 공영방송과 디지털 혁신을 살펴봄으로써, 대한민국 공영방송 제도의 발전 방향과 미래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지은이
신삼수
1994년부터 EBS에서 줄곧 일하고 있다. 방송엔지니어로 입사하여 교육전문 기자, 수능강의 CP, 정책기획 등 실무를 담당하였으며 비서실장, 수능교육부장, 정책기획부장, 경영혁신팀장을 맡았다. 한국항공대학교 통신정보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균관대학교에서 설득커뮤니케이션 연구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공영방송 제도, TV수신료에 관한 논문을 저술하였다. 주요 관심 분야는 공영방송, 보편적 서비스, 설득 커뮤니케이션, 방송정책, 미디어 리터러시 등이다.
봉미선
EBS 전문위원이다. 성균관대학교 통계학과·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배재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단국대학교, 건국대학교에서 방송 및 미디어 관련 강의를 했다. 2012년 이후 EBS에서 미디어 정책, 연구 기획, 경영혁신 관련 업무를 맡았다. 공영방송 제도, TV수신료에 관한 논문과 미디어 전문 서적을 다수 공동 저술하였다. 주요 관심 분야는 공영방송, 공공서비스 미디어, 미디어 리터러시, 보편적 시청권 및 미디어 정책 등이다.
차례
디지털 시대, 세계 공영방송 제도와 혁신
01 디지털 시대, 세계 공영방송
02 영국 BBC
03 독일 ARD, ZDF
04 프랑스 FT
05 북유럽 NRK, DR, SVT, RÚV, YLE
06 미국 PBS
07 캐나다 CBC
08 호주 ABC
09 일본 NHK
10 공영방송의 미래
책속으로
넓게는 방송의 위기, 좁게는 공영방송의 위기다. 스마트 미디어가 이용자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글로벌 미디어 복합기업이 공룡으로 눈앞에 닥쳤다. 게임은 이미 끝난 듯 일부는 짐을 꾸리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글로벌 자본과 미국식 문화침공에 맞설 방파제로 여전히 공영방송이 꼽힌다. 디지털 시대 또는 스마트 미디어 시대,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살아남기 위한 돌파구는 무엇인가?
_ “01 디지털 시대, 세계 공영방송” 중에서
BBC는 왕실 칙허장으로 독립성을 인정받고 수신료로 재원을 충당한다. 여태껏 미디어 환경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 온 BBC다. 그런 BBC도 최근 글로벌 미디어 복합그룹의 공세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형국이다. 영국은 스마트 미디어 시대 BBC의 정체성과 역할을 어떻게 재창조하고 있는가?
_ “02 영국 BBC” 중에서
독일은 9개 지역방송사 공동체인 ARD와 전국 단일방송국 ZDF의 양대 공영방송 체제다. ARD는 국민으로부터 명품방송으로 인정받고 ZDF는 ARD와 경쟁하면서도 채널 공동 설립, 프로그램 제작 분담으로 상호 협력한다. 젊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온라인 전용 채널 ‘풍크(Funk)’ 역시 합작품이다. 프로그램 품질은 경쟁으로 높이고, 수신료는 협력하여 아끼는 자세야말로 다공영 체제의 강점 아니겠는가?
_ “03 독일 ARD, ZDF” 중에서
글로벌 OTT와 SVOD의 거대 공룡은 모두 미국 기업들의 소유물이다. 그들은 할리우드 콘텐츠를 앞세워 지구촌 곳곳을 물들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마저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공영방송 PBS가 상업방송의 틈바구니에서 꿋꿋이 풍파를 견뎌내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시스템이 이처럼 주변으로 밀려난 이유는 무엇일까?
_ “06 미국 PBS” 중에서
일본 공영방송 제도는 탄탄한 수신료제도에 기반한다. 그럼에도 예·결산시스템, 거버넌스 측면으로 볼 때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는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NHK는 2000년대 초반 내부 문제로 인해 시청자들의 개혁 요구가 몰아쳤다. NHK가 지향하는 공영방송으로서 기본적인 공적가치는 무엇이며,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개혁방안은 무엇인가?
_ “09 일본 NHK”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