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퀴어축제가 열리고, 유명 연예인이 커밍아웃을 선언한다. 그런가 하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브로맨스가 유행이다. 섹슈얼리티 논쟁의 화두들이다. 그런데 정작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확고한 ‘정의’를 내리길 주저한다. 동시에 이런 정의를 통해 그 범주를 확정지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책은 섹슈얼리티,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확장하며 그 경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다양한 퀴어의 범주들을 ‘질문’해 나간다.
지은이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연구원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년 박사 논문 “유동하는 세계에서 거주하는 삶: 20~30대 여성청년 이주민들의 ‘집’의 의미와 장소화 과정”으로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발표 논문으로는 “젠더/무의식과 장소”(2015),“<응답하라 1997>에 나타난 정서의 구조와 집합기억”(공저, 2013), “고스톱 치는 아줌마들”(공저, 2013), “미소년을 기르는 여성들: 인디/동인게임을 플레이하는 여성 게이머 연구”(2011)가 있으며, 2016년 “비인간 캐릭터에 대한 대중의 환상”으로 한국방송평론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차례
<센스 8>, 섹슈얼리티와 퀴어의 감각을 찾아서
01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
02 성 정체성과 섹슈얼리티
03 퀴어
04 트랜스젠더
05 게이
06 레즈비언
07 젠더퀴어
08 브로맨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09 대세는 백합
10 이성애적 가족 질서에서의 탈주
책속으로
한국에 <매트릭스>(1999)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워쇼스키 자매(그들은 워쇼스키 ‘형제’였던 적도, ‘남매’였던 적도 있다)가 만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센스 8(Sense 8)>(2015)는 감독들의 정체성만큼이나 심오하고 모호한 섹슈얼리티 감각을 우리 눈앞에 던져 놓는다. (…) <센스 8>는 다양한 섹슈얼리티(sexuality) 정체성과 친밀성의 관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섹슈얼리티와 퀴어(queer)를 ‘감각’하게 만든다.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그 섹슈얼리티 내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분열을 우리는 어떻게 감각해야 하는가. 우리가 이전까지 ‘퀴어’라고 생각했던 주체들을, 그리고 ‘나’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용이하게 다듬어 사용했던 섹슈얼리티와 퀴어라는 단어를 어떤 위치에서, 어떤 고찰을 통해 ‘발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이 드라마는 ‘공감’이라는 주제를 통해 말하고자 한다.
“<센스 8>, 섹슈얼리티와 퀴어의 감각을 찾아서” 중에서
케이트 본스타인은 젠더 무법자(Gender Outlaw)(1994/2015)에서 아이를 얻은 부모에게 처음 하는 질문이 “아들이야, 딸이야?”라면 여기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은 “몰라, 그 애가 아직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아서”일 것이라 말한다. 존재하지만 표현되지 못하는 섹슈얼리티의 배열은 여전히 이를 불러 줄 언어를 찾고 있는 ‘중’이다.
“섹슈얼리티란 무엇인가” 중에서
2016년 연초를 뜨겁게 달구었던 <응답하라 1988>(tvN)에서 여자 주인공인 성덕선(혜리 분)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지를 궁금해 한다. 덕선은 자신이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성적 욕망의 표현 주체이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는가’에 지나치게 집중한다. 결과적으로 덕선은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지 않았다. 반면 남자 주인공들은(최택과 김정환) 끊임없이, 덕선의 마음의 행방과는 상관없이 그들의 우정을 확인하기 위해 덕선을 교환한다. 이 때문에 이 드라마는 마치 두 남성이 그들의 남성 연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덕선을 교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정서적 감응을 그려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드라마의 내러티브에서 이성애적 관계가 희미해지고, 대신 남성 주체들의 정서적 관계만 남게 된다
“브로맨스,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