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레옹 발라 3부작의 시작
발라는 자신의 경제학 체계를 순수 정치경제학, 응용 정치경제학, 사회경제학으로 나누고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순수 정치경제학은 교환가치와 교환의 이론이고 이는 수학의 한 분야다. 사회적 부의 경제적 생산 또는 노동 분업 안에서의 산업 조직의 이론은 응용 정치경제학이다.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을 대상으로 삼는 과학, 정의를 원리로 삼는 과학은 사회적 부의 분배의 과학으로 사회경제학이라 한다.
1870년대에 첫 책 ≪순수 정치경제학 원론≫을 출판하면서 그는 영국의 제번스, 오스트리아의 카를 멩거와 함께 경제학사에서 한계혁명의 주창자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했다. 1894년 은퇴 뒤에 ≪사회경제학 연구≫(1895)와 ≪응용 정치경제학 연구≫(1898)는 논문집으로 발간했다. 순수경제학에 이어 사회경제학과 응용 정치경제학을 체계화해 이론서로 발간할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을 과학의 반열에 올리다
발라는 영국에 이어서 프랑스와 독일이 산업화되고 자본의 집중과 민중의 프롤레타리아화 현상이 심화되어 가면서 사회주의 운동이 커져 가던 1860년대부터 협동조합 운동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사회경제 체제의 개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경제학을 진정한 의미의 과학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 노력으로 나오게 된 것이 순수 정치경제학이다. 그는 ‘자유경쟁’, ‘생산 자유방임’, ‘유통 자유방임’이라는 조건에서 사람들이 시장에서의 ‘교환’에서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생산’에서 원가와 판매 가격이 같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최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등을 기하학적인 연역 방식에 따라 증명하여 엄밀한 명제의 형태로 제시했다. 발라가 택한, 수학적인 방법론에 따라 엄밀한 연역적인 추론에 의해 결론이 되는 명제를 도출해 내는 길은 경제학이란 학문이 과학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기초를 놓았다.
발라의 이론을 평가하는 데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윌리엄 자페(William Jaffé)는 발라의 경제학 체계를 규범적이고 관념적인 보편타당한 논리 구조물로 본 반면, 도널드 워커(Donald Walker)는 발라의 일반균형 시스템이 이론의 출발점으로서 제한적인 가치를 가질 뿐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발라는 당시 영국 고전학파의 노동가치 이론, 프랑스의 효용가치 이론 등 제반 학설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이를 희소성 가치 이론 안에 통합했고, 논리적인 엄정성을 가지고서 경제의 제반 요소들에 대한 개념을 규정하여 그 후에 많은 학자들이 발라의 틀을 가지고서 경제 이론을 더 현실적인 유용성을 가지는 것으로 발달시키는 기초를 제공한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순수 정치경제학 원론≫ 내용과 구성
≪순수 정치경제학 원론≫ 각 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부 정치경제학과 사회경제학의 대상과 분과에서는 정치경제학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제2~3부 교환의 이론에서는 사회적 부, 교환가치, 유효공급과 유효수요를 정의하고, 값을 올려 부르려는 구매자의 성향을 가지고서 수요 곡선을 정의하고, 수요 곡선으로부터 공급 곡선을 도출한다. 시장의 균형은 어떤 가격에서 수요량과 공급량이 같을 때 성립한다고 보고, 안정적인 균형과 불안정적인 균형을 구분한다. 외연적 효용과 효용 강도를 정의하고 각 사람에게 있는 효용 곡선 또는 필요 곡선을 도출한다. 제4부 생산의 이론에서는 생산의 요소, 사회적 부의 여러 범주를 정의하고, 자본과 소득을 구분하고 그 속성들을 설명한다. 제5부 자본 형성과 신용의 이론에서는 소비자 개인들의 소비에 대한 소득의 초과분으로 저축이 행해지고, 이것으로써 신자본재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으로 생산의 이론이 확장되어 정태적 균형에 변동이 일어나는 동태적인 상황이 도입된다. 제6부는 유통과 화폐의 이론이다. 발라는 유동자본과 화폐를 경제적 균형에 도입하기 위하여 ‘비축 서비스’와 ‘요구되는 자산(encaisse désirée)’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화폐 서비스의 가치를 도출하면서 화폐 수량설의 입장을 취한다. 그리고 금 단본위제와 은 단본위제, 금은 양본위제 등을 화폐 가치의 안정성 측면에서 기하학적으로 정교하게 비교, 검토하고 화폐 가치의 불변성을 위해 국가가 인위적으로 금속화폐의 수량을 조절할 수 있는 보조은화를 수반하는 금 단본위제를 제시하고 있다. 환(換) 이론에서는 국제 무역을 통한 전세계의 균형 환율 체계가 결제화폐로서의 금속화폐의 운송 비용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제7부는 장기적인 경제의 발전과 변동에 관한 설명, 그리고 순수 정치경제학 분야의 중농학파, 영국 고전학파의 이론에 대한 평가를 담고 있다. 제8부에서는 자유경쟁에 대한 예외적인 상황인 정부의 정책적 개입의 유형으로서 상하한 가격제, 시장 독점에 대한 분석, 조세 제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이 책은 ≪Eléments d’économie politique pure(Théorie de la richesse sociale)≫(Lausanne, F. Rouge, Libraire-éditeur, R. Pichon et R. Durand-auzias, 1926)을 저본으로 삼아 번역했습니다.
200자평
경제학자들의 경제학자, 한계혁명의 주창자 레옹 발라. 그의 경제학 체계는 그 자신의 분류에 따라 순수 정치경제학, 응용 정치경제학, 사회경제학으로 나뉘는데, 이 중 발라 경제학의 바탕이자 삼부작 중 첫 책이 ≪순수 정치경제학 원론≫이다. 그가 이후 ≪사회경제학 연구≫≪응용 정치경제학 연구≫를 논문집으로 발간하는 데 그쳤던 것은 ≪순수 정치경제학 원론≫을 체계화해 이론서로 발간한 후 더 이상 그러한 작업을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발라의 역작일 수밖에 없다.
옮긴이
이승무는 서울대학교 및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 석사 과정에서 레옹 발라의 사회경제 사상을 테마로 학위논문을 썼다. 이후 LG환경연구원 등에서 환경 분야 정책 연구를 했으며, 폐기물과 자원 순환 정책 연구, 그리고 순환형 경제, 사회로의 전환에 관한 연구를 위해 순환경제연구소를 만들어 활동해 오고 있으며, 사회자본연구원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순환경제의 미시경제적 조건으로서의 기업과 노동 형태, 지역 단위의 물질 순환적 경제 모델, 이를 위한 사회적 제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경제적 조건과 평화적 통일의 경제 모델을 찾아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내가 믿는 세상≫(에른스트 슈마허, 문예출판사, 2003), ≪그리스도교의 기원≫(카를 카우츠키, 동연, 2011), ≪일본의 순환형사회 만들기 무엇이 잘못되었는가≫(구마모토 가즈키, 순환경제연구소, 2012), ≪농촌 문제≫(카를 카우츠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5), ≪정치경제학의 민족적 체계≫(프리드리히 리스트, 지식을만드는지식, 2016), ≪새로운 사회주의의 선구자들≫(카를 카우츠키, 동연, 2018), ≪경제적 모순들의 체계 혹은 곤궁의 철학≫(피에르 조제프 프루동, 지식을만드는지식, 2018), ≪철학의 곤궁≫(카를 마르크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8) 등이 있으며, ≪순환경제학 첫걸음≫(사회자본연구원, 2015)과 ≪일터민주주의 100≫(밥북, 2017)을 썼다.
차례
제4판 머리말
제1부 정치경제학과 사회경제학의 대상과 분과
제1과. 애덤 스미스와 장바티스트 세의 정의(定義)
제2과. 과학, 기술, 도덕 간의 구분
제3과. 사회적 부에 관하여/희소성의 삼중적 결과/교환가치라는 사실에 관하여 그리고 순수 정치경제학에 관하여
제4과. 산업이란 사실과 응용 정치경제학에 관하여/소유권이란 사실과 사회경제학에 관하여
제2부 두 상품의 맞교환 이론
제5과. 시장과 경쟁에 관하여/두 상품의 맞교환 문제
제6과. 유효수요 곡선과 유효공급 곡선/공급과 수요 사이의 등식의 성립
제7과. 두 상품의 맞교환 문제의 해결책에 대한 논의
제8과. 효용 곡선 또는 필요 곡선/상품들의 최대 효용 정리
제9과. 수요 곡선들의 논의/두 상품의 맞교환 문제에 대한 수학적 해법의 일반 공식
제10과. 희소성 또는 교환가치의 원인에 관하여
제3부. 여러 상품의 상호 교환 이론
제11과. 여러 상품의 상호 교환 문제/일반균형의 정리
제12과. 여러 상품의 상호 교환 문제의 수학적 해법의 일반 공식/상품 가격들의 확정 법칙
제13과. 상품 가격들의 변동 법칙
제14과. 등가 배분의 정리/측정 수단과 교환 매개에 관하여
제15과. 구매 곡선과 판매 곡선: 상품 가격 곡선들
제16과. 교환가치의 기원에 관한 애덤 스미스와 장바티스트 세의 학설들의 해설과 반증
제4부. 생산 이론
제17과. 자본재와 소득재에 관하여/세 가지 용역에 관하여
제18과. 생산의 요소와 메커니즘
제19과. 기업가에 관하여/기업 회계와 재고자산
제20과. 생산 방정식
제21과. 생산 방정식들의 해결/산물과 용역의 가격 확정 법칙
제22과. 자유경쟁의 원리에 관하여/산물과 용역 가격의 변동 법칙/용역의 구매 곡선과 판매 곡선/산물의 가격 곡선
제5부. 자본 형성과 신용 이론
제23과. 총소득과 순소득/순소득률/소비에 대한 소득 초과분에 관하여
제24과. 자본 형성과 신용의 방정식
제25과. 자본 형성 방정식과 신용 방정식의 풀이/순소득률 확정의 법칙
제26과. 소비 가능한 용역을 내는 신자본재의 최대 효용의 정리
제27과. 생산적 용역을 내는 신자본재의 최대 효용 정리
제28과. 순소득률 변동 법칙/신자본재의 구매 곡선과 판매 곡선/자본재 가격 확정 법칙과 변동 법칙
제6부. 유통과 화폐 이론
제29과. 유통 방정식과 화폐 방정식
제30과. 유통 방정식과 화폐 방정식의 풀이/화폐 가격 확정의 법칙과 변동의 법칙/화폐 상품의 가격 곡선
제31과. 양본위제에서 본위 가치의 확정
제32과. 양본위제에서 본위 가치의 상태적 고정성
제33과. 신용화폐 그리고 상계에 의한 지불에 관하여
제34과. 환(換)에 관하여
제7부. 경제 발전의 조건과 결과
순수정치경제학 체계의 비판
제35과. 영속적 시장
제36과. 한계생산력 이론/산물 수량의 증대에 관하여/발전하는 사회에서의 물가의 일반적 변동 법칙
제37과. 중농주의자들의 학설의 비판적 검토
제38과. 산물의 가격에 대한 영국 이론의 해설과 반증
제39과. 임대료에 대한 영국 이론의 해설과 반증
제40과. 영국의 임금 및 이자 이론의 해설과 반증
제8부. 요금, 독점, 조세에 관하여
제41과. 요금제, 독점에 관하여
제42과. 조세에 관하여
부록 I. 가격 결정의 기하학적 이론
부록 II. 아우슈피츠 씨와 리벤 씨의 가격 이론의 원리에 관한 고찰
색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어떤 토지이든 토지의 소유자를 토지 소유권자라고 부르고, 인적 능력의 소유자를 노동자라고 부르고, 본래 의미의 자본재의 소유자를 자본가라고 부르자. 그리고 이제 앞의 사람들과 완전히 구분되고, 그 고유의 역할이 토지 소유권자의 토지, 노동자의 인적 능력, 자본가의 자본재를 임차하여 농업, 공업 또는 상업에서 세 가지 생산적 용역을 연합시키는 것인 제4의 인물을 기업가라고 부르자. 물론 실제 현실에서 같은 개인이 위에서 정의된 둘 또는 셋의 역할을 또는 심지어 넷을 모두 겸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 조합의 다양성이 기업 양태의 다양성을 낳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럴 때 그가 둘, 셋 또는 넷의 구분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도 확실하다. 그러므로 과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이 역할들을 구분하고, 기업가와 자본가를 동일시하는 영국 경제학자들의 오류이든, 기업가를 기업의 지휘 노동을 특별히 맡은 자로 간주하여 그를 노동자로 만드는 프랑스 경제학자들의 오류이든 이를 피해야 한다.
-281쪽
세계 환어음 시장은 전세계의 거래가 단순한 차액의 지불에 의해 결제되는 광대한 청산소와 같다. 그리고 이 결과는 그대로 방치된 자유경쟁 메커니즘의 효과만으로 달성된다. 천체의 모든 운동을 규율하는 것이 만유인력의 법칙인 것처럼 모든 상품 거래를 조율하는 것은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다. 여기서 경제적 세계의 체제는 결국 그 크기와 복잡성을 가지고서 나타나며 천문학적 세계의 체제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게, 즉 마찬가지로 광대하면서 마찬가지로 단순하게 보일 수 있다.
-524쪽
이론을 언명하는 것은 하나의 일이며, 이를 증명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나는 정치경제학에서 사람들이 매일 공연한 언명일 뿐인데도 증명이라고 하는 것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여 나는 정치경제학이 지금까지는 공연히 언명하는 데 거의 그쳤던 것을 증명하고자 투신할 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과학일 것이라 생각한다. (…) 언어와 수학적 방법을 사용해 나는 이처럼 현행 균형 가격 확정의 법칙을 증명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또한 이 가격의 변동 법칙을 증명하고, 자유경쟁의 사실을 분석하고, 바로 이에 의하여 그 원리를 확립할 수 있었다.
-614~6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