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633년 내내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문제작!
<아내들의 학교>는 1662년 12월 26일 왕립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 작품은 1663년 내내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었고 1664년 초반이 되어서야 그 논란에 결말이 났다. 당시 몰리에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를 ‘경건하지 않은 자’, ‘무신앙가’, ‘풍습의 교란자’로 간주하며 그의 도덕성을 끊임없이 공박했다.
당시 문화적 충격을 던져 준 몰리에르의 자유주의 사상
몰리에르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자발성과 자유를 신뢰하고, 모든 금욕주의적 논리에 저항하면서, 무지와 인습, 외압과 맹목적인 복종에 조화될 수 없는 자연(본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그는 작중인물 아녜스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의 근간을 뒤흔드는 그 어떤 이념도 정당화될 수 없음을 만천하에 고발했다. 어떤 속박이나 지배적인 관념도 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몰리에르적 자유주의 사상은 당대인들에게 문화적 충격이었을 것이다.
“빌어먹을! (…) 누군가 당신을 아주 좋은 학교에 보내주었나 보군.”
자신의 눈을 피해 사랑하는 남자와 달아나려는 아녜스에게 아르놀프는 위와 같이 말한다. 아녜스는 아르놀프에 의해 정숙하고 무지한 상태로 양육되었지만,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이에 이끌려 용기 있게 사랑을 택한다. 자신을 다그치며 강압적으로 구속하려는 아르놀프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리고 “나리”(아르놀프)는 자신을 감동시키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결국 아르놀프의 후천적인 교육법은 사랑의 감정을 통해 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자연의 섭리를 간과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정숙한 아내를 맞이하고자 아녜스를 엄격하게 훈육해 온 아르놀프의 학교는 개인의 자발성과 이성, 진실이라는 감정의 학교 앞에서 무력했던 것이다.
200자평
이 작품에는 인간의 본성과 자유의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자연의 섭리에 반(反)하는 일체는 결국 파괴되고 만다는 몰리에르의 자연철학적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는 폭력과 인습을 상징하는 아르놀프라는 인물과 무지한 상태에서 자발성을 획득하는 인물로 변모하는 아녜스의 대비로 이루어져 있다. 발표 당시 격랑과 추문을 몰고 온 만큼, 신랄한 문체로 기성의 가치체계를 조롱하는 몰리에르의 저항 정신과 특유의 재치가 번뜩이는 작품이다.
지은이
몰리에르는 파리에서 출생했으며 1622년 1월 15일 장 바티스트 포클랭(Jean-Baptiste Poquelin)이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다. 1644년 6월 28일자로 예명 몰리에르를 사용하며 연극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후 그는 30년 동안 오직 연극만을 위해 전력투구하다가 51세 때 공연 도중에 죽음을 맞이했다. 그의 초기 연극 활동은 지방에서 이뤄졌으며, 그의 이름으로 알려진 최초의 작품으로는, 리옹에서 공연된 <경솔한 사람>(1655)과 베지에에서 공연된 <애정 다툼>(1656) 등을 꼽을 수 있다. 극작가 몰리에르의 명성은 그의 극단이 1658년 10월 24일 옛 루브르 궁전의 근위대 처소에 마련된 가설무대에서 루이 14세와 궁정을 위해 공연한 코르네유의 <니코메드>와 그 자신의 작품 <사랑에 빠진 의사>를 통해서 확고해졌다. 마침내 1662년 12월 26일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둔 <아내들의 학교>와, 1664년 5월 첫 번째 <타르튀프> 공연은 그를 격랑과 추문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이어서 그는 <동 쥐앙>(1665)을 무대에 올려 사태를 가일층 격화시켰다.
옮긴이
이상우는 프랑스 소설·연극·종교과학·문명학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했고 <몰리에르와 자연주의 ‘미학’>이란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미학과 지성사의 두 측면을 함께 아우르는 극작가의 연극 사상을 심층적으로 분석·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포스트 박사과정에서 종교과학을 연구했으며, 그 후 대학에서 교수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저서로는 ≪불문법의 이해≫, ≪회화용 초급 불문법≫, ≪향수의 모든 것≫, ≪글로벌 지역학≫, 역서로는 ≪프랑스의 고전희곡≫ 등이 있고, 공저로는 ≪프랑스 사회와 문화≫, ≪프랑스어문법 파노라마≫, ≪글로벌 매너·글로벌 경영≫, ≪블레이크와 작은 천국≫, ≪여성과 진로: 진로선택과 진로결정≫, ≪여성과 진로: 경력관리≫ 등이 있다.
차례
헌사
서문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아녜스: 그래요, 하지만 우리끼리니까 나리께 솔직하게 말씀드리는데요, 결혼 상대로 말하자면 나리보다는 오라스가 제 취향에 맞습니다. 나리에게 결혼이란 귀찮고 고통스러운 것이잖아요. 그리고 나리의 이야기는 결혼을 끔찍한 이미지로 만드셨지요. 슬프네요! 하지만 그분은 결혼하는 데 기쁨을 주시고, 결혼하고 싶도록 만들어요.
아르놀프: 아! 당신은 그놈을 사랑하는구려, 배신자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