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델론’은 어떻게 수학을 구원했는가
현대 수리논리학의 메카를 이룩한 작은 거인
수리논리학은 논리학과 수학 그리고 철학이 만나는 교차점이다. 그러나 수리논리학자들의 낙관과는 달리 수리논리학은 수학의 세계에 안착하지 못했다. 수학의 위기를 극복하려던 수학기초론은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고, 과학과 철학의 공조를 통해 통일된 과학의 이상을 지향하던 논리실증주의는 딜레마를 맞닥뜨렸다. 알프레트 타르스키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웠다. 진리 개념과 논리적 귀결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현대 수리논리학의 핵심 분야인 모델론을 정립해 수학의 독립된 분야로 우뚝 세웠다.
이 책은 집합론, 대수학, 분석철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타르스키의 업적을 열 가지 키워드로 살핀다. ‘거짓말쟁이 역설’의 해결 방안, 타르스키의 정리와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간 연관성, 타르스키 수리논리학의 핵심을 이루는 ‘정의 가능성’과 ‘논리적 귀결’ 개념 정의 등을 폭넓게 조망할 수 있다. 위대한 수학적 철학자, 철학적 수학자 그리고 논리학자였던 타르스키를 만나 보자.
알프레트 타르스키(Alfred Tarski, 1901∼1983)
쿠르트 괴델에 버금가는 20세기 최고의 논리학자이자 수리논리학의 핵심인 모델론을 정립하고 발전시킨 뛰어난 수학자다. 진리 개념의 정의와 논리적 귀결 개념의 정의를 통해 현대 분석철학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철학자이기도 하다. 논리학과 수학 그리고 철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업하며 집합론, 모델론, 대수학 등에 불후의 업적을 남겼다. 그중 괄목할 만한 것으로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정의 가능성 이론, 대수학과 기하학의 완전성과 결정 불가능성 연구 등을 꼽을 수 있다. 195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 세운 논리학과 과학방법론 대학원 프로그램은 논리학, 수학 그리고 철학의 밀접한 공조 속에서 그의 정신을 이어 가고 있다.
200자평
수리논리학은 수학과 철학을 잇는 징검다리다. 그리고 그 핵심에 타르스키가 정립한 모델론이 있다. 타르스키는 ‘거짓말쟁이 역설’을 비롯한 의미론적 역설들을 농담이나 궤변으로 취급하지 않고 치밀하게 분석했다. 진리 개념과 논리적 귀결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며 모델론을 수학의 독립된 분야로 우뚝 세웠다. 이 책은 타르스키가 남긴 불후의 업적들을 열 가지 키워드로 살핀다. 타르스키를 통해 논리학, 수학, 논리학이 지나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조망해 보자.
지은이
박우석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버펄로)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교수 생활을 했고,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논리학회 회장, 한국분석철학회 회장, 한국바둑학회 회장을 지냈다. 최근 저서로 Philosophy’s Loss of Logic to Mathematics(2018), Abduction in Context(2016)가 있고, 국내외 유수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최근 번역한 책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초기 논리학≫(2023),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실재론적 수학철학: 양과 구조의 과학으로서의 수학≫(2022)이 있다.
차례
타르스키 문제
01 직관주의적 형식주의
02 거짓말쟁이 역설
03 타르스키와 괴델
04 타르스키ᐨ노이라트 논쟁
05 정의 가능성
06 논리적 귀결
07 분석성
08 유명론
09 논리상항
10 타르스키의 정체
책속으로
진리에 관한 철학 논저들을 펼쳐 들었을 때 독자는 즉각 거짓말쟁이 역설(liar paradox)에 대한 논의가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데 놀랄 것이다. 그 논의 역시 의식을 치르듯 기독교 신약성서 디도서 1장에 나오는,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한 크레타인 에피메니데스 이야기에서 시작할 것이다. 그 말은 정말인가 거짓말인가? 정말이라면 거짓말이고, 거짓말이라면 정말이다. 철학서에서는 자연스럽게 거짓말쟁이 역설의 몇 가지 변종이 소개될 것이고, 어쩌면 독자는 스스로 자신만의 거짓말쟁이 역설을 만들어 보라는 연습 문제에 유혹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진지한 논의로 넘어가려면 타르스키를 언급해야 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시대에 거짓말쟁이 역설을 논의하는 출발점은 타르스키가 제시한 (형식언어에서의) 진리 정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_“타르스키 문제” 중에서
타르스키는 거짓말쟁이 역설을 비롯한 역설들을 농담이나 궤변으로 취급하면서 그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자 위험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아울러 역설의 발생 원인을 발견하기 위해 그 전제들을 분석하고, 그중 최소한 하나를 물리쳐야 하며, 그 전제가 연구 전체에 미치는 귀결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타르스키는 우리를 역설에 빠지게 하는 암묵적 가정들 중 “진리 술어의 적절한 용법을 결정하는 모든 문장이 주어진 언어 내에서 주장될 수 있다는 것”을 문제시한다.
_“02 거짓말쟁이 역설” 중에서
타르스키는 수학적 철학과 철학적 수학 사이에서 끝없이 방황한 길 잃은 나그네였다. 집합론을 주로 연구한 이상 수학과 철학의 경계선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어쩌면 유사 이래 가장 철두철미한 유명론자로서 타르스키가 겪었을 내적 갈등은 범인이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쉽게 타협하지 않고 진리 정의, 논리적 귀결 정의 그리고 정의 가능성 정의 등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진정한 학문을 향한 새로운 길을 개척했지만, 궁극적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수학자로서도 철학자로서도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_“10 타르스키의 정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