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양한 분야에 걸친, 케이의 교육 사상의 집결체
≪어린이의 세기≫는 정치·사회·문화적인 문제, 여성 문제, 결혼·가정 문제, 학교 교육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케이의 관심이 집대성된 책이다. 이 책에는 독일 사상사의 두 정점인 괴테와 니체의 근본적인 이념을 수용하고 있으며, 스피노자의 일원론(Monismus)에 기초하여 신, 세계, 영혼 등에 관한 자신의 철학 사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몽테뉴, 루소, 스펜서 등의 교육 사상과의 연관성 속에서 교육에 관한 입장이 피력되고 있다. 케이는 이들에 대한 단순한 수용에서 나아가, 비판적 분석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고, 독자적 입장을 취하하거나, 필요에 따라 통합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이 책에 나타난 케이의 교육에 대한 견해와 태도는 당시의 시대 정신사적인 흐름들의 영향 아래, 이전 교육 사상가들의 전통 위에서 구성되었다.
20세기 전환기에 독일을 중심으로 전개된 ‘개혁교육학 운동’의 창시자
개혁교육학 운동 안에는 매우 다양한 이론과 실천들이 포함되어 있지만, 전통적인 성인 중심의 학교에 대한 비판과 함께 새로운 어린이 이해를 토대로 하여 모든 교육의 중심을 어린이에 두고자 하는 ‘어린이 중심의 교육’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처럼 개혁교육학 운동의 공통적인 특성으로서 ‘어린이로부터’라는 지향성을 강조하면서 형성된 교육 운동의 흐름을 특별히 ‘어린이로부터의 교육학’이라고 부른다. 케이는 바로 이러한 교육학 흐름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되며, 더 나아가 창시자로 명명되기도 한다.
새로운 교육을 통한 새로운 인간의 양성
케이는 ≪어린이의 세기≫에서 이 책을 ‘새로운 세기에 새로운 인간의 양성을 희망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바친다고 표명하고 있다. 여기서 ‘새로운 인간의 양성’이 케이의 교육학의 중심 요소임이 드러난다. 그런데 새로운 인간의 양성은 ‘새로운 교육’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기 때문에 당시에 새롭게 시작된 세기, 즉 20세기에 이런 작업이 추구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성장하게 함(Wachsenlassen)’이라는 명제는 케이의 교육학의 본질적인 원칙이다. 케이는 우선 어린이의 존엄성과 권리에 대한 인정으로부터 어린이의 개성을 존중하는 것을 교육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케이에게 교육의 목적은 각 어린이가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체로 발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가능한 한 어린이를 직접 규제하는 것을 줄이고 그 대신에 어린이가 스스로 발달할 수 있는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케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스스로 성장하게 두는 것, 환경의 형성에 목표를 두는 것이 된다.
200자평
20세기 교육학의 ‘이론적인 성서’로 불리는 루소의 ≪에밀≫이나 페스탈로치의 저서들과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엘렌 케이는 새롭게 시작되는 세기, 즉 20세기에 새로운 인간의 양성이 필요하며, 이는 새로운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케이의 교육학은 ‘어린이로부터’라는 지향성 아래 ‘스스로 성장하게 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정 교육의 중요성, 체벌 금지, 성적표 폐지, 대안학교 설립 등 이 책이 제시하는 여러 주장들은 출간된 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지은이
엘렌 케이는 1849년 12월 11일에 스웨덴 남부 지역의 순스홀름(Sundsholm)에서 6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20대에 베를린, 드레스덴, 빈, 피렌체, 파리, 런던 등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여 견문을 넓혔다. 1874년 여름 덴마크에서 민중 대학 제도에 깊은 인상을 받고 조국에 민중 대학을 설립하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꿈을 이룰 수 없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1880년부터 스톡홀름에 있는 사립 여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83년부터 20년간 스톡홀름에 있는 일종의 민중 대학이라고 볼 수 있는 노동자 기관에서 문화사에 대한 강의를 담당해 명성을 얻음으로써 못 이룬 민중 대학 설립의 꿈을 대신하게 되었다.
문필가로서의 경력은 1870년대 중반에 여성 운동 계열의 잡지 및 문화 분석적이고 문화 비판적인 주장을 추구하는 잡지에 글을 기고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후 다양한 주제에 관해 논문, 논설 기사, 에세이 등의 형태로 많은 글을 집필했다. 그 예로 <연설과 출판의 자유에 대하여>(1889), <개인주의와 사회주의>(1896), <사고의 이미지>(1898), <인간-존재>(1899) 등이 있다. 아울러 <가정과 학교에서 유아들을 위한 교사>(1876), <남녀 공학에 대한 진술>(1888), <학교에서의 영혼 살인>(1891), <교육>(1897), <미적 감각의 발달을 고려한 대중 교육>(1906) 등 직접적으로 교육에 관한 글도 썼다.
1898년에 독일에서 처음으로 ≪잘못 사용된 여성의 힘≫을 발간했으며, 1901년에 에세이집인 ≪소수와 다수≫를 출판했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잘 알려진 케이의 작품은 물론 1900년에 스웨덴에서 출판된 ≪어린이의 세기≫다. 이 책은 2년 후에 독일에서 번역·출간되었으며, 이것을 계기로 스웨덴의 여성 작가 케이가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여성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세계적인 작가로 성공을 거둔 이후에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고, 프리랜서 작가로서 집필 활동에 전념했다. ≪인간들, 두 가지 성격 연구≫(1903), ≪사랑과 결혼에 대하여≫(1904), ≪사랑과 윤리에 대하여≫(1905), ≪삶의 신앙-신, 세계, 영혼에 대한 고찰≫(1906), ≪인격과 아름다움≫(1907) 등을 출간했고 1908년에 ≪어머니와 어린이≫와 ≪여성의 세 가지 운명≫을 동시에 출판했다. 그녀의 마지막 작품은 독일에서 1913년에 출판된 ≪젊은 세대들≫이다.
1912년,유럽에서 국가들 사이의 갈등이 점점 더 분명하게 감지되는 상황에 직면하여, 평화주의 또는 전쟁의 문제에 관한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에는 평화주의와 함께 민중 결속적인 참여에 관한 글을 집필했다. 그러나 1920년부터는 일체의 집필 활동을 중단하고 스웨덴의 해변가에 위치한 저택에서 은둔 생활을 했으며, 1926년 4월 25일에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정혜영은 서강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부전공으로 교육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고등학교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으며,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에 입학하여 교육철학을 전공한 후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서 연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1년간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교에서 학위논문 작성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고 세미나를 청강했으며, <독일 교육학 안에서 ‘교육인간학’의 성립과 전개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예비 초등 교사들에게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교육인간학≫(2005)이 있으며, ≪위대한 교육 사상가들Ⅰ, Ⅲ, Ⅵ≫(1996, 1999, 2002), ≪교육학 연구의 논리≫(2006), ≪독일의 초등학교 교육≫(2008) 등을 공동으로 집필했다. 번역서로는 ≪교육의 인간학≫(2005)과 ≪교육학의 거장들 1≫(2004) 등을 공동으로 번역했다. 주요 논문으로 <독일 초등학교 교육학의 학문적 성격: 한국 초등교육학 정립에 주는 시사>(2001), <교육인간학의 의미: 비판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고찰>(2003), <교육현상학의 이념과 방법>(2006), <E. Key의 ‘어린이로부터의 교육학’의 성격?‘어린이의 세기’를 중심으로>(2009) 등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Ⅰ. 교육
Ⅱ. 학교에서의 영혼 살인
Ⅲ. 미래의 학교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자연이 스스로 돕도록 하고, 단지 주위 상황이 자연의 활동을 지원하도록 살펴보는 일, 그것이 교육이다.
-28쪽
나의 첫 번째 꿈은, 유치원과 유아 학교들이 모두 다 가정 수업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나는 탁아소와 유치원, 그리고 학교를 이상적인 교육 방식으로 간주하고자 하는 경향이 점점 늘어나는 현상을 커다란 불행으로 본다. 여성의 공적 생활에서의 직업 가능성에 대한 모든 논의 속에서, 학교 교육 방식이 어머니들을 어린이 양육 부담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더 나아가 어린이들을 어머니의 잘못된 양육으로부터 해방시킴으로써 여성들에게 집 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되었다.
-11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