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를 사랑하는 사람은 소수지만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영미 고전 시인 103인의 강아지 시 162편
위의 19세기 영국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매슈 아널드의 말에 착안해 강아지를 주제로 한 시를 통해 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시를 좋아하게 되고 강아지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강아지를 사랑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한 영미 시 앤솔러지다. 제프리 초서, 윌리엄 셰익스피어, 알렉산더 포프, 윌리엄 워즈워스, 월터 스콧, 바이런 경, 토머스 하디와 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 딜런 토머스, 로버트 프로스트 등 내로라하는 영미 고전 시인들을 비롯해 군소 시인 및 무명 시인까지 총 103명의 영미 시인들의 강아지 시 162편을 한 책에 아울렀다.
인간이 개와 언제부터 함께였는지 학계 내 의견이 분분하지만, 짧게는 지금으로부터 약 1만 4000년, 길게는 3만 년 전부터 함께 생활한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지낸 그 오랜 세월 동안 개와 사람 간에 무수한 감정이 오고 갔음을 이 책에 실린 시를 통해 깊숙이 느낄 수 있다. 이 한 권의 시집을 통해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개에 대한 찬란한 감정의 빛깔에 흠뻑 젖어들 것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했다. 주제별로 분류해 1부 <꼬리 흔드는 친구>에는 개와 사람과의 교감을 담은 시를, 2부 <네발 달린 친구>에는 개의 여러 가지 특성을 담은 시를, 마지막 3부 <털북숭이 친구의 죽음>에는 개와의 이별을 다룬 시를 담았다. 특히 3부 <털북숭이 친구의 죽음>의 시들은 사랑하는 강아지를 잃고 시름에 잠겨 있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200자평
강아지를 소재로 한 영시 162편을 모은 앤솔러지다. 제프리 초서부터 딜런 토머스까지 내로라하는 영미 고전 시인 외 군소 시인과 무명 시인까지 103인의 시를 한 책에 아울렀다. 개와 사람과의 관계, 개의 특성, 개와의 이별 등 주제에 따라 시를 분류하고 정리해 3부로 묶었다. 특히 3부 <털북숭이 친구의 죽음> 편을 통해 반려견을 잃은 독자들이 상실의 고통과 슬픔을 다소나마 달랠 수 있기를 바란다.
지은이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1343∼1400)
흔히 “영시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것은 영문학이 초서에서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대표작으로는 《새들의 의회》(1380), 《트로일루스와 크리세이드》(1382∼1386), 《캔터베리 이야기》(1387∼1400) 등이 있다.
딜런 토머스(Dylan Thomas, 1914∼1953)
웨일스 스완지에서 영어 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보다는 가정에서의 독서를 통해 문학적 자질을 키웠다. 일찍부터 시에 천재성을 나타내었고, 19세에 발표한 〈죽음이 지배하지 못하리라〉라는 시로 국내외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주요 시집으로는 《18편의 시》(1934), 《25편의 시》(1936), 《사랑의 지도》(1939), 《죽음과 입구》(1946) 등이 있다. 1950년부터 네 차례 미국으로 시 낭송과 강연 여행을 했는데, 그 일을 통해 현대에 시 낭송을 부활시키는 역할을 했다.
외 101명.
*미상의 작가는 실제로는 여러 명이나 편의상 한 명으로 분류했다.
옮긴이
이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해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1998년 하버드대학 비교문학과에, 2005∼2007년, 2015∼2017년 두 차례 코넬대학 영문과에 파견되어 연구했으며,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지은 책으로 《낭만주의 영시》, 《르네상스와 신고전주의 영시의 이해》, 《낭만주의와 현대 영시의 이해》, 《영시 읽기의 기초》(공저), 《영국 문학의 이해》(공저), 《영미 시》(공저), 《영미 문학의 길잡이 2》(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자서전(The Autobiography of W. B. Yeats)》(한국연구재단 우수학술도서 선정), 예이츠의 《비전(A Vision)》, 존 타이텔의 《열정적인 너무나 열정적인(Passionate Lives : D. H. Lawrence, F. Scott Fitzgerald, Henry Miller, Dylan Thomas, Sylvia Plath−in Love)》(공역), 아인 랜드의 《낭만주의 선언(The Romantic Manifesto : A Philosophy of Literature)》, 테드 휴스의 《생일 편지(Birthday Letters)》와 《물방울에게 길을 묻다(Selected Poems : 1957∼1967)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제1부 꼬리 흔드는 친구
아이의 꿈/프랜시스 다윈 콘퍼드
지친 개/데이비드 허버트 로런스
개와 함께하는 사냥/에드거 앨버트 게스트
개를 키우는 기쁨/에드거 앨버트 게스트
그의 개/에드거 앨버트 게스트
소년과 개/에드거 앨버트 게스트
황구/에드거 앨버트 게스트
개/에드거 앨버트 게스트
나의 얼룩 불테리어/콜레타 라이언
친구가 아끼는 개의 특성을 보여 주는 사건/윌리엄 워즈워스
충직성/윌리엄 워즈워스
헬벨린산/월터 스콧
배리, 더 세인트버나드/새뮤얼 로저스
나는 개의 부하/로버트 윌리엄 서비스
유기견/로버트 윌리엄 서비스
개와 나/앨리스 진 클리터
강아지의 변명/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개의 힘/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발라드−엠 티 너트와 개/앤드루 바턴 ‘밴조’ 패터슨
작은 백구/메이 엘리스 니컬스
강아지/조지 버나드 쇼
아침 인사/하드윅 드러먼드 론슬리
죽은 소년의 초상화와 그의 개/제럴드 매시
늙은 개 트레이/스티븐 포스터
블랑코에게/조사이아 길버트 홀랜드
멜로즈 수도원의 스콧 개들/아서 헨리 핼럼
플러시인지 파우누스인지/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슬픔 속의 동료애/토머스 에어드
개들의 손님맞이/윈스럽 맥워스 프레드
나와 개/윌리엄 반스
토비아의 개/메리 호윗
나의 블러드하운드/브라이언 월러 프록터
우리를 다정하게 맞이하는 개/조지 고든, 바이런 경
누가 훔쳐 간 트레이/메리 러셀 밋포드
신뢰에 대하여/캐럴라인 앤 사우디
꾸지람을 듣는 무례한 개/캐럴라인 앤 사우디
내 유일한 친구들/에베니저 엘리엇
스패니얼에게/월터 새비지 랜더
집 지키는 개의 목줄에 쓰일 문구/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양치기와 개/윌리엄 보울즈
맹인의 개/새뮤얼 잭슨 프랫
오랜 친구/존 울컷
눈에서 뛰놀기/윌리엄 쿠퍼
보와 수련/윌리엄 쿠퍼
새끼 새를 죽인 ‘보’라는 이름의 스패니얼에 대해/윌리엄 쿠퍼
보의 대답/윌리엄 쿠퍼
소박한 신앙/알렉산더 포프
딩글리 부인의 애완견, 타이거의 목줄에 쓰인 글귀/조너선 스위프트
아마릴리스가 자신의 강아지 펄린에게 하는 말/윌리엄 드러먼드
헬레나의 소박한 애원/윌리엄 셰익스피어
아내의 강아지를 때린 데 대해 아내에게 하는 말/존 해링턴 경
꼬리 치는 남자 친구의 강아지를 제멋대로 하려는 여자 친구에게/조지 터버빌
강아지 사랑법/존 헤이우드
모범이 되는 개, 트레이/존 게이
유대감/조지 네틀
잭/H. P. W.
톰의 강아지/월터 드 라 메어
예배 중의 웃음소리/작자 미상
내 친구/작자 미상
인간의 친구/작자 미상
나의 위로자/작자 미상
최고의 개/작자 미상
우리는 공유하는 비밀이 있지/작자 미상
마차 밑의 개/작자 미상
사형수의 개/작자 미상
제2부 네발 달린 친구
장난꾸러기 개의 노래/딜런 토머스
개와 날씨/위니프레드 웰스
밤의 노래/프랜시스 다윈 콘퍼드
털북숭이 개/허버트 애스퀴스
식탐 많은 개의 고백/돈 마퀴스
마스티프를 귀찮게 하는 파리/존 해링턴 경
텀블러/존 해링턴 경
두 집/에드워드 토머스
이상적인 개집/아서 가터먼
자기 시와 내 시를 모방하는 나쁜 시인들을 칭찬하라고 하는 시인에게/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고성능 폭탄/앤드루 바턴 ‘밴조’ 패터슨
개의 실수/앤드루 바턴 ‘밴조’ 패터슨
유력 인사 몇을 물었던 다루기 힘든 버릇 나쁜 개를 키우는 여인에게/월터 알렉산더 롤리 경
왜 저를 때리세요?/네이선 해스컬 돌
몇 가지 의문/올리버 웬델 홈즈
어, 당신이 내 무덤에서 땅을 파고 있는 건가요?/토머스 하디
집안 유명 인사/토머스 하디
피타고라스 추종자/에드윈 아널드 경
살랑살랑 꼬리 치는 강아지/에밀리 디킨슨
자비의 눈/윌리엄 라운스빌 앨저
용감한 개의 난제/시어도어 마틴 경
애완견 놀리기/존 클레어
까불어 대는 늙은 개/존 클레어
그림자 개/제프리스 테일러
실수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로버트 블룸필드
철학적 속담/윌리엄 블레이크
젊은 여성의 개에게/토머스 블랙록
긍지 넘치는 자랑/토머스 블랙록
복수/헨리 필딩
무명의 개/윌리엄 해밀턴
저는 큐에 살고 있는 왕세자 전하의 개올시다/알렉산더 포프
문지기/존 클레어
개들과 악어/존 울컷
소 골리기/에드워드 러비본드
사랑하는 사람의 논리/앨런 램지
검정 그레이하운드에게/줄리안 그렌펠
개와 물고기/진 잉겔로우
스패니얼에게 하는 솔직한 말/존 게이
길에서 성가시게 짖어 대는 개/존 게이
파업 중인 개들/존 게이
집을 사랑하는 개/매슈 프라이어
개를 그리는 화가에게 하는 부탁/조너선 스위프트
개와 그림자/애프러 벤
외양간의 강아지/애프러 벤
주정뱅이 비판/존 데이비스
인간 혐오자/윌리엄 셰익스피어
개들의 차이/윌리엄 셰익스피어
리어왕과 개들/윌리엄 셰익스피어
좋은 그레이하운드의 특징/줄리아나 버너스
수녀원장/제프리 초서
닥스훈트/존 도노반
블러드하운드가 말하다/A. C. 게이트
나는 어디 갔지?/작자 미상
허바드 할머니/작자 미상
개와 인간/작자 미상
매여 있는 개/작자 미상
언더독/작자 미상
개의 충성심/작자 미상
제3부 털북숭이 친구의 죽음
재앙/찰스 스튜어트 캘벌리
집개의 무덤/로빈슨 제퍼스
나의 개/로버트 윌리엄 서비스
예수를 위한 강아지/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네발/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의문/윌리엄 허럴 맬록
죽은 개 ‘웨섹스’가 집안사람들에게 하는 말/토머스 하디
빌리/로렌조 시어스
절친/메리바 애봇
잃어버린 친구/헨리 찰스 레너드
클루니/윌리엄 크로스웰 돈
우리 개 조크/제임스 페인
닥스훈트 아일릿/조지 메러디스
강아지 토리/모티머 콜린스
추념시/헨리 윌렛
신의 불꽃/프랜시스 해스팅스 도일 경
아이리시 리트리버 애도가/프랜시스 앤 ‘페니’ 켐블
익사한 스패니얼/찰스 테니슨 터너
나의 개 루이스/모리스 버클리, 피츠하딩 남작
어떤 뉴펀들랜드 개의 비문/조지 고든, 바이런 경
압디엘/조지 고든, 바이런 경
눈먼 하프 연주자와 그의 개/토머스 캠벨
개의 불멸성/로버트 사우디
뮤직을 추모하며/윌리엄 워즈워스
사랑했던 개의 무덤에 부치는 시/헬렌 마리아 윌리엄스
어느 애완견의 비문/로버트 번스
버려진 채 죽은 개/토머스 어스킨 경
한 스패니얼의 비문/존 울컷
수수께끼/윌리엄 쿠퍼
율리시스의 개 아르고스/알렉산더 포프
미친개의 죽음에 부치는 애가/올리버 골드스미스
개의 비문/윌리엄 왓슨 경
화이트풋에 고하는 작별 인사/마이클 드레이튼
오러리 경의 개 헥터/작자 미상
차이/작자 미상
강아지의 죽음/작자 미상
좋은 개는 죽지 않는다/작자 미상
보물 같은 친구/작자 미상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아이의 꿈
A Child’s Dream
프랜시스 다윈 콘퍼드
내겐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는데, 아주 작은 녀석으로,
내 얼굴을 핥고, 내가 부르면 대답했다.
내가 갖고 있는 보물 중 나는 그 강아지를 제일 사랑했다.
녀석의 코는 아침 이슬처럼 촉촉하고 밤보다 더 새카맸는데,
나는 그 코가 어둠과 빛의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꼬리는 전투 깃발처럼 당당하게 달려 있었다.
털로 수북이 덮여 있는 녀석의 몸은 냄새가 아주 좋았고,
그 아래 있는 배는 어떤 조개보다 더 핑크빛을 띠었다.
나는 녀석을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고 귀하게 여겼다.
아침에 우리는 함께 놀러 달려 나가
온종일 햇살 가득한 들판을 가로지르며 오르락내리락했다.
하지만 녀석은 너무 빨리 달려 금세 멀리 사라졌다.
애타게 나는 녀석을 부르며 찾았다. 아아,
민들레는 녀석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으련만, 내게 말해 줄 수 없었고,
흔들리는 풀 속에선 녀석의 흔들리는 꼬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사방에서 녀석을 불러 댔지만 오지 않았고,
말 없는 오솔길과 울타리들은 무섭게 느껴졌다.
하느님께 기도했지만 응답이 없자, 내 영혼은 절망에 빠져 점점 감각을 잃어 갔다.
태양이 낮게 가라앉았다. 나는 달리며 기도했다. “하느님이 녀석을 찾을
능력이 없다면, 나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나는 커다란 노란 꽃을 만났다.
하느님의 은총이 있어, 그 꽃잎 가운데서
그 금빛 시간에 그 금빛 장소에서
그 꽃잎 가운데서 녀석의 털북숭이 얼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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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같은 친구
Treasured Friend
작자 미상
오늘 나는 보물 같은 친구를 잃었네,
내 무릎에 머리를 부드럽게 누이며
말로 하지 못하는 자신의 생각을
나와 공유했던 강아지를.
녀석은 더 이상 내 부름에 달려오지도 않을 것이고
자기가 좋아하는 공을 물어 오지도 않을 것이다.
내 목소리보다 훨씬 큰 목소리가
황금빛 왕좌로 녀석을 불렀으니까.
비록 내 두 눈은 눈물로 가득하지만
내게 행복한 시간을 주셨던 것에 대해 나는 그분께 감사를 드린다.
그분은 내가 녀석과 이 지상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녀석의 사랑과 충성을 받도록 해 주셨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이곳을 떠나
천국에서 녀석을 만나게 될 때
나는 그 일시적인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녀석이 짖으며 나를 반길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