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각색은 원작을 각색자의 눈으로 재해석하고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계에 소설은 장르의 꽃밭이며 각색의 원천이다. 그러나 영화의 성공은 원작의 우수성보다 각색 능력에 따라 결정된다. 오스카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 수상작 75퍼센트가 각색 영화다.
<대부> <대부Ⅱ> <양들의 침묵>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쉰들러 리스트> <슬럼독 밀리어네어> <포레스트 검프>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을 보라. 모두 아카데미 영화제와 미국 작가 조합상(Writers Guild of America Awards)에서 같은 시기에 각색상을 받았다. 저자는 이들 10개 작품에 주목했다. 소설에서 시나리오로 각색할 때 반복되는 열 개의 각색 스타일을 찾고 적용법을 제시한다. 원작의 모티브를 영화적 형식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각색이라고 한다면 스타일은 작품 내에서 비슷한 특성을 갖는 특유의 형식을 말한다.
저자는 영화의 각색 스타일을 찾기 위해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의 ‘대부 노트북’에서 쓰였던 서사의 도해 형식을 분석 방법으로 삼았다. 이는 형식적 분석과 의미적 분석의 2단계 분석 과정을 거친다. 먼저 영화의 서사와 원작 서사를 낱낱이 도해한 뒤에 그 둘을 비교 분석했다. 주로 서사의 삭제와 추가 및 변형을 통해 나타난 이야기의 물리적인 축소나 확대 등과 같은 외부적 틀에 집중한다. 원작에서 영화로 변형될 때 반복적으로 나타난 형식적 패턴을 찾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극적 효과를 위해 사용한 영화적 기능을 찾아내고 그것을 통해 각색자가 재해석한 주제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에서 찾은 각색의 반복적인 형식이 각색자의 의도와 맞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10개의 작품에 맞는 10개의 각색 스타일을 10개의 장에서 살펴본다.
1장과 2장에서는 원작의 이야기를 영화에서 순서대로 가져오면서 주제와 인물을 강화하는 ‘주제 각색’과 ‘인물 각색’에 대해서 알아본다. 3장과 4장은 원작의 서사를 대비와 교차로 변형시키는 ‘대비 각색’과 ‘교차 각색’에 대해 설명한다. 5장에서는 원작의 이야기를 결과와 원인의 순서로 변형시키는 ‘인과 각색’ 이야기다. 6장부터 7장까지는 인물의 시점을 변화시키는 ‘인칭 각색’과 다양한 서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퍼즐 각색’에 대해서 살펴본다. 8장에서는 실존 인물의 자전적 소설을 각색하는 ‘실화 각색’을 살핀다. 9장과 10장에서는 소설에서 액자식 구성을 빌려와 현재 이야기와 과거 이야기가 교차하는 ‘2중 액자 각색’과 여기에 하나의 서사가 더 추가 변형된 ‘3중 액자 각색’에 대해 살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소설가다. 소설과 시나리오를 넘나들며 다양한 각색 경험으로 얻은 산지식을 담았다. 독자들은 영화 각색의 숨겨진 의도를 통해 영화의 재미와 감동의 근원을 발견할 수 있다.
200자평
각색은 원작을 각색자의 눈으로 재해석하고, 이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계에 소설은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원천이다. 아카데미를 비롯, 유명한 영화제의 수상작 중 75퍼센트가 각색영화일 정도. <대부> <양들의 침묵> <포레스트 검프> 모두 각색영화다. 물론 우너작의 성공이 영화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원작을 어떻게 영화로 재탄생시키는가, 즉, 각색이 중요하다. 이 책은 아카데미와 미국작가조합상에서 동시에 각색상을 받은 작품 중 열 편을 골라 각각의 각색 스타일을 찾아보고, 그 적용법을 제시한다. 앞으로 다양하고 우수한 각색 작품들이 탄생하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
지은이
안상욱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다. 추계예술대학교 영상시나리오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영상예술 전공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계간 문학지인 ≪한국문학 예술≫에서 현진건의 단편소설 『할머니의 죽음』을 각색한 단편 시나리오 <위안>으로 2019년 드라마 부문 신인상을, 2020년에 ‘4·16 세월호 참사’를 바탕으로 실화를 각색한 단편 소설 「수학여행」, 「내 아들의 세월」로 ≪문학광장≫과 ≪소설미학≫에서 소설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세계문학 예술≫에서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각색한 <돈벌이>와 원작 시나리오 <무단침입>이 시나리오 부문 입선작과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연구보고서로 『<대부> 오프닝 시퀀스 각색 스타일 연구: 각색자의 관점을 중심으로』(2018)와 『각색 스타일 연구- <대부>와 <대부Ⅱ>를 중심으로』(2019)”가 있다. 공동 저서로는 사람에 관한 열 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단편집 『사람 보고서』(2020)가 있다.
차례
각색, 원작의 재해석과 영화적 재구성
01 <양들의 침묵>과 주제 각색
02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와 인물 각색
03 <대부>와 대비 각색
04 <대부Ⅱ>와 교차 각색
05 <쉰들러 리스트>와 인과 각색
06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인칭 각색
07 과 퍼즐 각색
08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와 실화 각색
09 <포레스트 검프>와 2중 액자 각색
10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3중 액자 각색
책속으로
역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소설을 비롯한 실화, 뮤지컬 혹은 연극을 각색한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경우가 약 80퍼센트에 육박한다. 각색상과 작품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횟수는 40회로 아카데미 역사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런 사실은 각색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작품 내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패턴을 찾는 ‘각색 스타일’ 연구가 거의 없다. 잘 된 각색 작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방법을 반추해 봄으로써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
_ “각색, 원작의 재해석과 영화적 재구성” 중에서
<양들의 침묵>에는 1990년대 초반 여성 인권이 강해지기 시작하던 시기의 미국 사회가 반영되어 있다. 미스터리적 측면이 강한 원작에서 영화는 성차별이라는 모티브를 선택해서 주제를 강화함으로써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 침묵하고 있던 여성의 모습을 더욱더 명확하게 그려낸다. 주제 각색 스타일이 원작을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동시에 현재 사회의 시의성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다.
_ “01 주제 각색” 중에서
코폴라는 1970년에 처음으로 <대부>의 연출을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 푸조의 대부가 마피아 얘기로 가득한 싸구려 삼류 소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가족을 중시했던 그는 복수와 살인이 난무하는 소설을 영화화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고민하던 중에 ‘아버지와 세 아들’이라는 원작의 모티브에 끌리게 된다. 결국, 자신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인생의 아이러니함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소설의 서사를 낱낱이 도해한 ‘대부 노트북’을 만들고 원작 서사를 대비 형식으로 각색한다.
_ “03 대비 각색” 중에서
역사는 반복되기에 인간은 이미 일어난 결과의 원인을 찾는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기 때문이다. 인과 각색 스타일은 이미 일어난 결과를 먼저 보여 주고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다음에 설명한다. 이런 방법은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고 관심을 이끌어 극의 중간에 늘어질 수 있는 부분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_ “05 인과 각색” 중에서
서스펜스는 영화에서 관객에게 불안과 긴장을 전달해서 흥미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관객들은 서스펜스로 인해 영화의 클라이맥스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기대를 하게 되고 마침내 사건의 조각들이 합쳐지는 순간 각색자의 재해석된 주제를 확인하게 된다.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다 맞췄을 때 비로소 이것이 하나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_ “07 퍼즐 각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