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대 과학철학과 기존의 사변철학에 대한 정리
제1부에서는 전통 사변철학이 지닌 여러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변철학이 성장해 온 심리적 근거들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 제2부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에 전개된 과학철학을 소개하면서 그 성과들을 정리한다. 제2부는 제1부에서 전개해 온 사변철학의 문제점과는 달리 새로운 경험주의적 철학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밖에도 기하학이나 시간, 자연법칙, 원자, 진화론과 논리학, 그리고 윤리학과 같은 다양한 철학적 문제와 함께 현대 과학철학과 기존의 사변철학을 정리하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부터 헤겔의 ≪역사철학≫까지, 사변철학의 오류를 분석·비판
이 책은 합리주의와 경험주의의 구도 안에서 철학적 전통이 범한 오류를 바로잡고자 한다. 라이헨바흐의 의도는 기존의 철학과는 다른 과학에 기반을 둔 새로운 철학, 즉 과학철학의 접근법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과거의 철학에 대해 분석하고 경험주의에 의거해 문제점들을 꼼꼼히 지적하고 있다. 그는 2000년간 사변철학의 태도를 상징해 온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부터 헤겔의 ≪역사철학≫까지를 검토하면서, 사변과 억측으로만 일관하고 이성주의와 초월주의에 입각해 감각 경험에 의한 경험적 지식을 불신하는 이분법적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일반 독자의 상식과 행동에 호소하며 실천적 문제를 강조
이 책의 상당 부분은 과학의 논리적인 분석들을 다루고 있지만, 과학철학의 범주에서 나아가 윤리-인식 병행론과 같은 다른 철학 분야에까지 그 논의를 확장시키고 있다. 이 책에서 라이헨바흐는 다음과 같이 보다 실천적인 문제를 강조하면서 철학적 방법과 태도를 제시한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도덕률을 세울 권리와 개개의 모든 사람에게 그 도덕률을 따르라고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라이헨바흐는 수학자나 물리학자만을 대상으로 이 책을 서술한 것이 아니다. 라이헨바흐가 진정으로 호소하고 있는 대상은 다름 아닌 일반적인 독자의 상식과 행동에 있다.
200자평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경험주의자 중 한 사람으로 칭송되는 한스 라이헨바흐. 그는 이 책에서 기존의 철학과는 다른 새로운 철학, 즉 과학철학의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철학을 단지 체계의 집합으로만 다룰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다룰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변과 억측으로 일관하던 사변철학에서 전통적으로 유지해 온 비과학적인 부분들을 전면적으로 비판한다. 이 때문에 많은 철학자들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킨 책이기도 하다.
지은이
1891년 9월 26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태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아버지(브루노 라이헨바흐)와 개신교 신자인 어머니(젤마 멘첼) 사이에서 다섯 명의 자녀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1910년에서 1911년에 이르는 1년여 동안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전문대학에서 공학을 연구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1916)은 수학적 확률이론이 어떻게 물리 세계에 적용되는지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1920년 중반 이후부터 그는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폴리테크닉 전문공과대학에서 상대성 이론과 과학철학, 라디오 및 조사방법론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들을 강의했고, 이듬해인 1921년 엘리자베스와 결혼하여 두 자녀를 두었다. 1926년 물리철학 교수로 베를린에 돌아왔는데, 아마도 아인슈타인이 큰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히틀러 정권의 압박을 피하여 터키의 이스탄불 대학에 철학 교수로 취임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직전에 미국으로 건너가 서부 캘리포니아 대학 철학과의 종신 교수로 임명되었다. 1953년 4월 9일, 그는 과거 알프스 등반 때부터 고통을 겪어오던 심장병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이미 국내에서도 번역된 바 있는 ≪시-공간의 철학≫(1928)과 ≪확률론≫(1935), ≪양자역학의 철학적 기초≫(1944), ≪기호논리학의 요소들≫(1947) 등이 있다. 그리고 유고 작품인 ≪시간의 방향≫(1956)을 제외하면, 그의 생전 마지막 저서는 ≪과학철학의 형성≫(1951)인 셈이 된다.
옮긴이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중앙대학교 교양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에서 인문학 관련된 교과목이나 논리학, 토론과 비판적 사고력 및 창의적 사고와 소통, 행복과 관련된 철학을 주로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과학적 설명과 인과성 논쟁연구(박사학위 논문)>, <흄의 인과분석과 확률적 인과론>, <흄의 인과 개념들과 과학적 설명>, <자연법칙과 인과 실재론적 해석>, <과학주의와 인문학의 의사소통가능성에 대한 고찰>, <반 프라센의 설명 화용론에 대한 고찰>, <포퍼 비결정론의 한계>, <화이트헤드의 환경 철학을 위한 초석>, <융합의 개념적 분석>, <혐오의 그 분석과 철학적 소고>, <빅 데이터 환경과 인문학적 플랫폼>, <인공적 도덕행위자의 윤리적 프로그래밍을 위한 논리연구>, <인문학 대중화를 위한 융합 플랫폼 모색>, <인공적 도덕 행위자(AMA)에 대한 융합(hybrid) 접근의 철학적 기획>, <초불확실성 시대와 융합교양교육의 방향 : 과학기술 패러다임의 변화를 중심으로>, <질적 공리주의에 있어서 ‘능숙한 판단자(competent judges)’의 자질>, <한류 4.0, 신(新)한류는 어떤 대중문화인가?: D. 닷슨의 대중문화 유형 분석을 중심으로> 외 다수가 있다. 또한 저서나 공저로는 ≪과학과 철학의 만남≫, ≪논리세우기≫, ≪문제해결력과 사고력≫, ≪도시재생과 통하는 인문학≫, ≪AI와 윤리적 프로젝트≫ 등이 있고, 역서로는 ≪과학철학의 형성≫, ≪의미와 논증≫ 등이 있다.
차례
제1부 사변철학의 여러 근원들
제1장 문제
제2장 일반성의 추구와 허위적 설명
제3장 확실성의 추구와 지식의 합리적인 개념
제4장 도덕률의 추구와 윤리ᐨ인식 병행론
제5장 경험주의적인 태도 : 성공과 실패
제6장 고전 물리학의 이중성 : 경험적 측면과 이성적 측면
제2부 과학철학의 성과들
제7장 새로운 철학의 기원
제8장 기하학의 성격
제9장 시간이란 무엇인가
제10장 자연법칙
제11장 원자란 존재하는가?
제12장 진화
제13장 현대 논리학
제14장 예측적 지식
제15장 막간극 : 햄릿의 독백
제16장 지식의 기능적인 개념
제17장 윤리학의 성격
제18장 낡은 철학과 새로운 철학 : 하나의 비교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우리는 지금까지 태양이 아침마다 떠오르는 것을 보았고, 그래서 태양이 내일도 뜬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것을 믿을 어떠한 근거도 없다. 지금 우리는 흄이 발견한 오류의 희생물이 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귀납추리를 사용하여 귀납을 증명하고 있기에 또다시 함정에 빠진다. 우리는 귀납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귀납의 원리를 의심하면 바보가 됨을 계속하여 귀납추리를 통해 논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컨, 로크, 흄으로 대표되는 경험주의의 고전적 시대는 경험주의의 몰락과 함께 막을 내린다. 왜냐하면 귀납에 대한 흄의 분석이 도달한 것은 바로 경험주의의 몰락이기 때문이다. 흄의 비판은 결국 경험주의를 불가지론으로 이끌었다. 불가지론은 무지의 철학이라고도 불리는데, 이 무지의 철학은 내가 미래에 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음을 가르친다.
2.
과학철학을 하는 철학자들은 과학자들과 매한가지로 최선의 추정을 찾는 일에만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가 오류를 오류로 인정하고, 그때마다 그 오류를 수정해 나간다면 오류의 길은 진리의 길이 될 것이다.
3.
빈도 해석이 지닌 두 번째 어려움은 어떤 확률 진술을 단일한 사건에 적용할 때 발생한다. 가까운 친척 중에 한 사람이 병들어 중태에 빠져 있고, 나는 의사에게 그 친척이 살 확률을 묻는다. 이때 의사는 이 병의 경우 75%의 환자가 생존했다고 대답한다. 이러한 빈도 진술은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이 진술은 많은 환자를 다루고 있는 의사에게나 유용할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진술은 의사에게 환자들 중에 몇 퍼센트가 그 병으로 인해 죽을 것인지 혹은 그 병으로 인해 죽지 않을 것인지를 지시한다. 하지만 나는 특정한 어떤 사람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그 사람이 살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만을 알고 싶어 한다. 단일 사건의 확률을 빈도에 의해 진술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