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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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체, 새로운 인물
고전소설의 형식을 채용하여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아녀영웅전≫은 우연성, 미신적 요소 등을 활용한다는 전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언어 면에 있어서 표준어와 방언, 문언과 백화 등을 섞어 사용하여 독특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 지식인이 박학함을 과시하는 정련된 문장과 대중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꾼의 통속적인 어조가 모두 반영되어 있다. 또 호방한 여성 영웅과 부드러운 남성 영웅의 등장 역시 기존 소설의 주인공들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이다.
과거 제도의 모순과 사회상
정통 유가(儒家)의 윤리를 매우 중시했던 작자는 자유롭고 호방한 성품의 여주인공을 통해 유교적 사상을 드러내기도 하며 남주인공의 아버지를 통해 과거 제도의 모순을 폭로하기도 한다. 50세가 다 되어서야 과거에 급제를 해서는 눈물을 주르르 흘릴 정도로 감격하는 안학해를 통해 수많은 인재들이 과거 시험을 준비하느라 고생했고 공명(功名)을 얻기 위해 힘들게 지냈음을 직접적으로 나타낸다. 그 밖에도 부패한 관리의 형상인 담이음(談爾音), 곽사단(霍士端), 호현관(胡縣官)에 대해서도 매우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서로 다른 이면의 결합을 통한 조화
‘아녀’의 정을 지니고 있던 남주인공 안기는 결혼 후에 과거 급제를 통하여 ‘영웅’의 뜻을 성취하고, ‘영웅’의 역량이 충만했던 여주인공 하옥봉은 결혼한 후에 ‘아녀’의 정감을 회복하여 현모양처가 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두 명의 상반되는 인물을 결합하여 이상적인 인물 형상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 또한 ≪아녀영웅전≫에는 다양한 전고와 해박성이 나타나 있다. 더불어 민간에서 유행하는 속담도 인용하여 작품의 내용을 질적으로 향상시킨다. 곧 박식성과 대중성이 동시에 드러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0자평
문강의 협의소설(俠義小說) ≪아녀영웅전≫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꾼 설서인(說書人)의 통속적인 어조와 북경어는 물론 방언과 문언, 백화 등 다양한 문체가 담겨 어학교본으로 쓰이는 등 언어 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내용 면에서도 기존의 주인공들과는 차별화된 여성 영웅의 등장으로 흥미를 끈다. 아녀와 영웅이 이끄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주제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전체 41회 중 이야기가 처음 전개되는 제1회와 여주인공 하옥봉이 활약하는 부분을 중심으로 제6회, 제7회를 뽑아 옮겼다.
지은이
청대(淸代) 협의애정소설(俠義愛情小說)의 대표작 ≪아녀영웅전(兒女英雄傳)≫의 작자는 문강(文康)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중국 고전소설의 작자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문강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다. 문강은 대략 18세기와 19세기가 교차되는 시기에 태어났고, 사망 연도는 1865년 이전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성이 비막(費莫)이고 자(字)는 철선(鐵仙)이며 호(號)는 회암(悔庵) 또는 연북한인(燕北閒人)으로 만주(滿洲) 양홍기(鑲紅旗) 사람이다. 문강은 본래 비막문강이라 불러야 하지만 만주족의 습관에 따라 성을 따로 붙이지 않고 호칭한다. 그는 대학사(大學士) 문양공(文襄公) 늑보(勒保)의 둘째 손자로 이번원낭중(理藩院郎中), 휘주지부(徽州知府), 군수(郡守) 등의 벼슬을 역임했고 주장대신(駐藏大臣)으로 발탁되었으나 병으로 인해 수행하지 못하고 사망했다고 알려진다. 문강은 혁혁한 가문 출신이었으나 말년에 자식들이 불초하여 집안이 몰락하게 되자 ≪아녀영웅전≫을 지으면서 마음을 달랬다.
그는 ≪홍루몽(紅樓夢)≫의 작자 조설근(曹雪芹)에 대하여 나름대로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녀영웅전≫ 중에 나타난 인물 형상을 통해 보면 그러한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홍루몽≫은 청대의 비극적인 애정소설로 남녀 주인공들이 모두 나약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그렇지만 문강은 ≪아녀영웅전≫에서 이상적인 남녀들을 제시하면서 해피엔드로 결말짓고 있다. 이러한 점은 행복한 결말을 선호하는 동양 문화의 정서를 명확하게 반영해 낸 것이다.
옮긴이
김명신(金明信)은 중국 고전소설을 전공했다. 1994년 한양대학교 석사 논문으로 <아녀영웅전의 연구>를 제출했고 2004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중국고전소설비평자료총고≫(공저, 학고방, 2003)를 출판한 바 있으며 이후로 낙선재본 번역 소설이자 중국의 협의공안소설 ≪충렬협의젼≫(공저, 이회출판사, 2005)을 출판했다. 그 밖에 중국 협의애정소설에 관한 연구논문과 ≪아녀영웅전≫, ≪한자콘서트≫(공저, 차이나하우스, 2007)가 있다. 또한 중국소설에 대한 대중화 작업으로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를 물리친 영웅들>을 ≪국제이해교육≫ 제18호(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 2007)에 게재한 바 있다. 현재 한양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차례
제1회 서산에 은거하여 문을 닫고 뛰어난 아들을 가르치고, 회시에 급제한 노인이 장원을 차지하다
제6회 천둥과 번개처럼 탄알로 악독한 중을 죽이고 차가운 달빛과 어스름한 등불 아래에서 칼로 남은 도적을 섬멸하다
제7회 땅굴에서 곤경에 처한 가엾은 여자를 찾아내고 귀신같이 생긴 얼굴로 담소하는 음란한 여자를 베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방문을 나와서 보니 달빛 아래 정원 곳곳에는 들쑥날쑥하니 죽은 중들이 가로세로로 엎어져 누워 있었다. 노파가 놀라서 넘어질 뻔하다가 다행히 창문이 있어서 넘어지지 않았고 노인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금봉이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어머나! 지금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뛰어난 영웅이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을 벌였담?” 붉은 옷을 입은 여자가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 보조개가 패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두 개의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를 가리키고 웃으며 말했다. “속이지 못하겠군요. 바로 납니다!” 바로 그때 아가씨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기색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