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가(writer)에서 작가(author)로, 이충호론
이 책의 첫 문장은 “작가(author)란 무엇인가”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작가는 시대의 흐름을 제 한 몸으로 체험하고 그것을 자신의 방식과 언어로 표현해 내는 존재다.” 만화가 이충호를 논하는 책을 저자가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는 까닭은 이충호가 1990년대와 2020년대라는 시대의 흐름을 오롯이 체험하고 자신의 방식과 언어로 표현한, 즉 시대정신을 체현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만화가 이충호는 소위 말하는 밀리언셀러 작가다. 1990년대 출판만화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 데뷔작 <마이 러브>(1993)의 단행본을 150만 부 판매하며 젊은 나이에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로 자리매김하며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는 과거형 작가가 아니다.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 만화의 중심이 옮겨진 지금도 그는 여전히 만화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작품을 쏟아 내고 있다.
이 책은 “만화가 이충호는 무엇을 위해, 무엇이 궁금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가. 한 시대의 대표자에서 새로운 시대에 대한 도전자로, 현재진형형의 만화가가 되어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를 밝히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충호의 작품을 시대순으로 살펴보되 그 특징과 변화에 포커스를 둔다. 이충호의 데뷔부터 웹툰 진출까지의 여정, 개별 작품에 대한 분석, 1990년대 출판만화시장과 그의 만화 인생에 중요한 작품이 되기도 한 『만화삼국지』를 분석하고, 2007년 이후의 웹툰 작품도 살펴본다. 그리고 한국만화가협회장으로 선출되어 구세대와 신세대를 잇는 시대의 가교로서 활동했던 이충호도 만나본다. 마지막으로는 앞선 흐름과 변화의 끝에서 이충호가 지금 현재 도달한 위치가 어디인지와 작가 이충호의 창작 비결을 분석해 보았다.
≪씨네21≫의 기자이자 영화평론가인 저자는 이충호를 일러 ‘이충호는 이충호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작가(writer) 이충호’가 어떻게 ‘작가(author) 이충호’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200자평
이충호는 손을 멈추지 않는 만화가다. 출판만화시장이 허물어진 이후에도 그는 부지런히 펜을 놀렸고, 학습만화와 웹툰 두 영역을 활보하며 자신이 머물 자리를 치열하게 넓혀 나갔다. 한때 시대를 대표하는 인기 작가였던 그는 변화된 환경에 적응을 완료한 뒤 매일 자신을 갱신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작가이기도 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계를 창조해 내는 그의 펜 끝에는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애정이 묻어난다. 동시에 그는 출판만화 세대와 웹툰 세대의 가교가 되어 주는, 든든한 허리 같은 존재다.
지은이
송경원
영화주간지 ≪씨네21≫의 기자이자 영화평론가다. 2009년 ‘씨네21 영화평론상’을 수상하며 영화평론가로 데뷔했고 2012년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이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총무간사로 활동했으며 2011년부터 부산일보 영화상, 부천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PISAF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예심 심사위원 등의 여러 영화제의 심사위원을 맡았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인디다큐페스티벌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다. 유튜브 채널 ‘무비썸’을 진행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격조의 예술가, 파격의 모험가』(2019), 『프로듀서』(공저, 2019), 『미지의 거장, 숨은 걸작』(2015) 등이 있다.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 애니메이션에 대한 비평도 함께하고 있다.
차례
시대정신과 작가 그리고 이충호
01 이충호를 말하다
02 밀리언셀러 작가의 등장
03 출판만화, 시작과 끝에 서서
04 학습만화, 새로운 도전의 장
05 웹툰, 전반전: 감정과 액션의 균형
06 웹툰, 중반전: 기획 · 장르 · 변용
07 웹툰, 후반전: 시대와 함께 걷기
08 이충호, 시대정신의 가교가 되어
09 이충호의 대표작들
10 이충호 스타일: 창작의 비밀
책속으로
한국 만화에서 이충호는 어떤 작가인가. 한때 반짝였던 전성기에 머물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함께 호흡하는 만화가를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이충호는 이충호다.’ 그는 이제 이충호라는 고유명사로서 우리 앞에 자리한다.
_ “시대정신과 작가 그리고 이충호” 중에서
이충호는 본인의 의식과는 무관하게 단발성 밀리언셀러 작가가 아니라 만화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읽어 나가는 중요한 지표가 되어 준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충호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개별 작품의 분석보다는 작품 간의 변화 추이와 흐름, 그리고 그 안에서 유지되며 세계관을 관통하는 하나의 의식을 발견할 필요가 있다.
_ “02 밀리언셀러 작가의 등장” 중에서
황석영, 이충호의 만화 삼국지』는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2000년대의 시대 트렌드를 읽어 낸 결과물로서의 가치, 둘째 만화가로서 작화의 스타일을 완성시켜 나가는 과정으로서의 가치,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만화의 컷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문법들을 학습해 나간 확장으로서의 가치다.
_ “04 학습만화, 새로운 도전의 장” 중에서
26대 한국만화가협회장으로 취임한 이충호가 중점을 둔 사안은 세대 갈등의 해결이었다. 이충호는 “만화시장으로 보느냐, 만화계로 보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는 문제 인식 아래 세대 격차를 좁혀 나가는 일에 매진했다. 출판만화 세대와 웹툰 세대의 간극을 좁히는 일에 이충호만큼 적임자도 없었다.
_ “08 이충호, 시대정신의 가교가 되어” 중에서
요컨대 만화를 만화답게. 이충호 스타일의 비결은 오직 이와 같은 만화적인 재미의 추구에 있다. 장르를 바꾸고, 무대를 옮기고, 작화를 바꿀 때도 ‘만화적인 재미’라는 황금의 과녁을 향한 활시위는 흔들리지 않는다. 여러 가지 장르와 색다른 이야기를 향한 이충호 작가의 도전, 그 흥미진진한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_ “10 이충호 스타일: 창작의 비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