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유·불·도를 아우르는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진면목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초학 입문용 교재로 손꼽히는 ≪명심보감≫은 지금까지도 우리 민족과 삶의 호흡을 같이하는 고전이다. 단순히 쉬운 문장들로 구성되어 한문 학습을 돕는 역할만 했다면 그 위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간결한 문장 안에 담긴 선인들의 보배로운 말과 글은 인격 수양을 돕고, 나아가 인생의 잠언으로 두고두고 숙독되었다.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된 현인들의 지혜는 유교·불교·도교 등의 내용을 아우르고 있어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진면목을 잘 보여준다. 어느 한편의 사상에 치우치지 않고 인간의 보편적인 윤리도덕을 강조하고, 인간 본연의 착한 심성을 강조하며, 지족(知足)과 겸양의 덕성을 가져야 한다는 명언은 경세(經世)를 위한 수양서이자 제세에 필요한 교훈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서양어로 번역된 최초의 동양 고전
국내에만도 수십 종에 이르는 판본이 전하는 ≪명심보감≫은 1393년에 편찬된 이래 각국에 널리 소개되었다. 베트남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네덜란드어나 독일어로 번역되어 서구에까지 유입되었다. 동양 문헌 최초로 서양어로 번역된 것이다. 선교를 위해, 중국인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명심보감≫에 관심을 가졌던 서양인 선교사는 중국인에게 성서와 같은 존재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보다 원전에 가까운 판본, 청주본 ≪명심보감≫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고려 충렬왕 때의 명신(名臣) 추척(秋適)의 저작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명심보감≫은 명나라 학자인 범입본(范立本)의 저작이다. 이는 본서에서 저본으로 삼은 청주본이 소개되면서 밝혀진 사실이다. 청주본은 우리나라 최초의 판각본이자 중국의 원본을 가장 충실하게 옮긴 판본으로 보인다. 현존하는 수십 종의 판본은 판각을 거듭하면서 시대와 상황에 맞게 그 모습을 달리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유교 이념이 중시되던 시기에 간행된 초략본에는 불교 관련 내용이 거의 누락되어 있다.
1000개가 넘는 상세한 주석
발문(跋文)에서 밝히다시피 ≪명심보감≫은 “넓게 경전을 고찰하고 중요한 말을 가려 모아서 20편으로 나누어 만든 것”이다. 때문에 여러 경전에서 인용한 글이 많다. 옮긴이는 1000개가 넘는 상세한 각주를 통해 ≪명심보감≫이 담고 있는 명구와 다른 경전에 담겨 있는 같은 내용의 글의 차이를 비교한다. 아울러 청주본 외에 에스파냐어 번역본 코보본과 중국의 돈황문헌본, 신간대자본 등 다른 판본에서 쓰이는 실례를 들어 판본 사이의 비교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200자평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초학 입문용 교재로 손꼽히는 ≪명심보감≫. 여러 판본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청주본을 완역했다. 불교 관련 내용이 거의 누락되어 있는 초략본과는 달리 완본인 청주본은 유교·불교·도교의 내용을 아우르고 있어 동양사상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1000개가 넘는 상세한 주석을 통해 다른 중국 고전과 ≪명심보감≫의 다른 판본과의 비교를 꾀했다.
지은이
《명심보감》과 《치가절요》의 저자인 범입본(范立本)은 원나라 말기에 출생한 명나라 시대에 활동한 인물로 자가 종도(從道)다. 그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어 중앙 정계에 진출하기보다 향촌이나 산림에 머물면서 후학들을 교육하고 저술하며 일생을 마친 일사(逸士)로 추정되고 있다. 그가 편찬한 《명심보감》은 명나라의 사회적 신분이 높은 상류 지식층에게 주목받았고, 명나라 황가에서 사특한 종교를 배척하고 부패한 정치를 바로잡기에 적합한 양서로 인정받았다. 그만큼 범입본은 유(儒)·불(佛)·도(道)·속(俗)의 사상을 두루 섭렵하여 민중의 계몽과 교화, 시대윤리와 도덕성 회복을 위해 노력했던 중세 지식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옮긴이
조부 안전(案前)에서 《천자문》을 읽던 유아 시절, 한문 교리 경전을 읽던 학창 시절, 《한문학사》를 접하고 매료된 학부 시절이 한문과 인연을 맺고 학문을 하게 된 동기다. 교직과 학문의 갈림에서 열망은 고학(苦學)의 길을 택해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리고 과외(課外)의 한문 및 불전(佛典) 연수 과정에서 은사들의 학은을 입은 것이 학문을 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
학위를 받기 전부터 줄곧 공부하고 강의하고 연구하고 저술하면서 진지한 학문 자세를 유지했다. 학문의 즐거움을 성찰하고 절충하는 일상 속에서 정일(精一)한 자신(自新)의 학문을 추구하며 고전을 참구(參究)하는 무외정사(無外精舍)의 서안(書案)을 지키고 있다. 연세대·강원대·경찰대·공주교대 등에 출강했고, 연세대 국학연구원·연세대 철학연구소 등에서 활동을 했으며, 고려대 교육문제연구소 연구교수를 지냈다. 《대학장구상설》·《논어집주상설》·《청주판 명심보감》 외에 다수의 번역서와 논저가 있다.
차례
서(序)
신간교정대자명심보감(新刊校正大字明心寶鑑) 권상(卷上) 목록(目錄)
계선편(繼善篇) 제1
천명편(天命篇) 제2
순명편(順命篇) 제3
효행편(孝行篇) 제4
정기편(正己篇) 제5
안분편(安分篇) 제6
존심편(存心篇) 제7
계성편(戒性篇) 제8
근학편(勤學篇) 제9
훈자편(訓子篇) 제10
신간교정대자명심보감(新刊校正大字明心寶鑑) 권하(卷下) 목록(目錄)
성심편(省心篇) 제11
입교편(立教篇) 제12
치정편(治政篇) 제13
치가편(治家篇) 제14
안의편(安義篇) 제15
준례편(遵禮篇) 제16
존신편(存信篇) 제17
언어편(言語篇) 제18
교우편(交友篇) 제19
부행편(婦行篇) 제20
발(跋)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는다. 하늘의 그물이 넓고 넓어 듬성듬성 성기지만 빠뜨리지 않는다.
-45쪽
세 개의 작은 점은 별 모양과 같으며, 가로 그은 필획은 기운 달을 닮았도다. 짐승이 되는 것도 이것[心]에 말미암고, 부처가 되는 것도 이것[心]에 말미암도다
-145쪽
강태공이 말했다. “가난하다고 남을 속여서는 안 되고, 부유하다고 권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 음과 양이 서로 옮겨 감에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시작한다.”
-2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