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파수꾼>은
지식 독점과 불안 조장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일상을 통제하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형상화했다. 1974년 8월 ≪현대문학≫에 발표되었고 1975년 3월 현대극회가 초연했다. 이리 떼의 습격을 두려워하는 한 마을이 배경이다. 지금까지 파수꾼 ‘가’는 망루에서 이리 떼를 감시하며 “이리 떼가 나타났다”라고 소리치고, 늙은 파수꾼 ‘나’는 양철 북을 두드려 마을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역할을 해 왔다. 이리 떼를 두려워하던 소년 파수꾼 ‘다’는 우연히 망루 위에 올라갔다가 그 너머에는 이리 떼 대신 아름다운 흰 구름뿐이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이를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지만 촌장은 질서 유지를 위해 가상의 적인 이리 떼가 필요하다고 오히려 소년을 설득한다. 진실을 알아 버린 소년은 결국 촌장에 의해 마을에 내려오는 것을 금지당한다. 공포심을 조장해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권력자와 진실을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는 군중의 상관관계 속에서 진실이 은폐되는 양상을 조명하고 군중과는 구별되는 희생양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당대 한국이 처해 있었던 정치적 현실을 꼬집는 작품이다.
<보석과 여인>은
사랑을 위해 완전한 보석을 만들고자 하는 보석 세공인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진실 추구를 다룬 단막극이다. 보석 세공인은 평생을 바쳐 완벽한 보석을 만들었지만 그 보석을 줄 대상이 없음에 허무함을 느낀다. 그런 보석 세공인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 다시는 완벽한 보석을 만들지 않겠다는 맹세를 조건으로 젊음을 되찾아 주겠다고 제안한다. 보석 세공인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남자의 도움으로 한 여인을 만나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다시 보석을 깎기 시작하고, 완벽한 보석을 남긴 채 죽음을 맞는다. 1975년 9월 한국극작워크숍의 ≪단막극 선집≫ 3집에 발표되었다. 1975년 카페 떼아뜨르에서 공연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카페 떼아뜨르가 문을 닫으면서 계획이 무산되고, 1979년 2월, 이강백의 다른 작품인 <결혼>과 함께 강영걸 연출로 삼일로 창고극장에서 초연했다.
200자평
이강백의 초기작 <파수꾼>과 <보석과 여인> 두 편을 엮었다. 전자는 알레고리와 상징을 통한 정치 현실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고, 후자는 보이지 않는 진실 추구라는 주제의식을 상징화한 작품이다.
지은이
이강백은 1947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70년대 억압적인 정치·사회 상황에서 권력의 폭압성을 알레고리 장치를 통해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1982년 동아연극상, 1983년 한국희곡문학상, 1985년 베네수엘라 제3세계 희곡경연대회 특별상,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 1996년 대산문학상, 1998년 서울연극제 희곡상, 2000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이강백 희곡집≫(전 7권, 평민사)이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파수꾼>, <영월행 일기>, <느낌, 극락 같은> 등이 있다.
차례
파수꾼
보석과 여인
<파수꾼>은
<보석과 여인>은
이강백은
책속으로
가: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촌장: 주민 여러분! 이것으로 진상은 밝혀졌습니다. 흰 구름은 없으며 이리 떼뿐입니다. 이 망루는 영구히 유지되어야겠지요. 양철 북도 계속 쳐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다음 이리의 습격 때까진 잠시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그 틈을 이용하여 돌아가십시오. 가시거든 마을 광장에 다시 모이시기 바랍니다. 수다쟁이 운반인의 처벌을 논의합시다. 그럼 어서 돌아가십시오. 이리 떼가 여러분을 물어뜯으러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