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피론주의 개요≫는 전체 3권으로 이루어진다. 1권에서 섹스투스는 ‘피론주의’가 무엇이며 다른 철학과 어떻게 다른지 논의하는 한편, 2권과 3권에서는 독단주의자들의 여러 입장들을 논파하고 있다. 섹스투스의 저작은 우리에게 고대 희랍의 회의주의가 어떤 것이었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뿐 아니라, 헬레니즘 시대의 다른 철학자들(특히 스토아 철학)에 대해서도 주요한 전거가 되고 있다.
섹스투스에 따르면 자연 탐구의 길은 크게 셋이다. 우선 독단주의자는 참된 앎이 획득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자신이 진리를 발견했다고 단언함으로써 탐구의 길을 중단했다. 반면 아카데미아 학파의 회의주의자는 진리가 획득 불가능하다고 주장함으로써 부정적 독단주의에 빠진다. 만약 아무것도 알 수 없다면 탐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피론주의자는 독단주의에 빠지지 않고, 진리 발견의 가능성을 계속 모색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섹스투스가 회의주의를 두 부류로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는 자신의 피론주의를 아카데미아 학파의 회의주의와 차별화하고자 했다.
바람직한 삶이 어떤 것인지에 관해 회의주의자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으며, 회의주의자도 일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여태까지 섹스투스의 저작이 국내에 한 번도 번역된 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피론주의 개요≫ 번역은 헬레니즘 시대 철학에 대한 국내 철학도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값진 일이며, 이를 계기로 우리는 희랍 철학의 전통이 어떻게 계승, 발전되었는지에 관한 담론의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00자평
섹스투스 엠피리쿠스의 저작이 1562년에 현대적으로 편집되기 전까지 사람들은 키케로의 저작을 통해서만 고대 회의주의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16세기 이후 철학자들은 섹스투스를 통해서 회의주의뿐 아니라 독단주의 철학(가령 스토아 철학)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피론주의 개요≫에서 그는 회의주의를 요약해서 설명한다.
지은이
의사이자 회의주의를 대변하는 철학자였다. 생애에 관해 알려진 바가 별로 없지만, 오늘날 철학자들은 그가 로마와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아테네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저서는 11권이 남아 있는데, 한편으로는 ‘피론주의’라고 일컬어지는 회의주의를 소개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회의주의에 대적하는 ‘독단주의 사상가들’을 논파하고 있다. 그의 저작은 고대 희랍의 회의주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원천으로 남아 있다.
옮긴이
서울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 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그리스 정부 장학생으로 초청되어 아테네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헬레니즘 시대 철학과 교부 철학 및 비잔틴 철학에 관한 논문들을 여러 편 썼으며, 그의 역서로는 에피쿠로스의 단편 모음 ≪쾌락≫(문학과지성사, 1998)과 ≪크세노폰의 향연, 경영론≫(작은 이야기, 2005)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권
1. 철학자들의 근본적인 차이에 관하여
2. 회의주의의 논의들에 관하여
3. 회의주의의 명칭들에 관하여
4. 회의주의란 무엇인가
5. 회의주의자에 관하여
6. 회의주의의 원칙들에 관하여
7. 회의주의자가 (독단적) 견해를 가지는가
8. 회의주의자가 학파를 가지는가
9. 회의주의자도 자연에 대해 탐구를 수행하는가
10. 회의주의자는 현상들을 부정하는가
11. 회의주의의 판단 기준에 관하여
12. 회의주의의 목표에 관하여
13. 판단유보에 도달하기 위한 일반적인 논증방식들에 관하여
14. 열 개의 논증방식들에 관하여
18. 회의주의적 표현법들에 관하여
19. ‘더…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에 관하여
20. 단언하지 않음에 관하여
21. ‘아마도’와 ‘가능하다’ 그리고 ‘그럴 법하다’에 관하여
22. ‘판단을 유보하다’에 관하여
23.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에 관하여
24. ‘모든 것은 미결정적이다’에 관하여
25. ‘모든 것은 인식 불가능하다’에 관하여
26. ‘인식 안 한다’와 ‘인식하지 않는다’에 관하여
27. ‘모든 논변에는 그것과 (가치가) 동일한 논변이 대립된다’에 관하여
33. 회의주의는 어떤 점에서 아카데미아 학파의 철학과 다른가
제2권
1. 회의주의자가 독단주의자들의 논의 내용에 관해 탐구할 수 있는가
2. 독단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적 탐구는 어디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3. (판단)기준에 관하여
4. 진리의 기준이 존재하는가
5. ‘…에 의하여’라는 판단기준에 관하여
제3권
4. 원인에 관하여
5. 어떤 것이 다른 것의 원인일 수 있는가
26. 삶의 기술(혹은 삶에 관한 기술)이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나는가?
27. 삶의 기술이 가르쳐질 수 있는가
28. 가르쳐지는 것이 존재하는가
32. 어째서 회의주의자는 때때로 믿을 만함에 있어서 미약한 논변들을 일부러 제기하는가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사람들은 말하기를, 아펠레스는 말 그림을 그리면서 입가에 묻은 거품을 그림 속에 묘사하고자 했으나, 그의 노력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그는 포기한 나머지, 붓에 묻은 물감을 닦아내는 스펀지를 집어 들고 그림을 향해 던져버렸다. 그런데 스펀지가 그림에 닿았을 때, 거품 모양이 그려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회의주의자도 보이는 것들과 생각되는 것들의 불규칙성을 해소함으로써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했으나, 이런 목적을 이룰 수 없었으므로 판단을 유보했다. 그런데 회의주의자가 판단을 유보했을 때, 마치 물체에 그림자가 따르듯이, 예기치 않게도 마음의 평안이 회의주의자에게 생겨났다.
-38~39쪽
감각표상은 나이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왜냐하면 동일한 공기가 노인들에게는 차갑게 여겨지는 반면,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에게는 온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색깔이 노인들에게는 희미하게 보이는 반면, 젊은이들에게는 생생하게 보인다. 이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소리가 노인들에게는 불분명하게 들리는 반면, 젊은이들에게는 분명히 들린다.
-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