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풍자로 풀어낸 일상툰의 서사 분석
웹툰 초기, 대부분의 작품들은 일상툰이라고 불리는 장르에 속한 것들이었다. 이들은 대도시에 살아가는 평범하거나 평범에도 못 미치는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들의 일상을 일견 소박하게, 일견 자괴스럽게 표현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조석의 <마음의 소리>, 가스파드의 <선천적 얼간이들>, 이말년의 <이말년 씨리즈>다.
이 책은 이 웹툰들이 대중적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공통된 이유를 ‘풍자’라고 전제하고, 웹툰에서 풍자가 단순한 수사 기법을 넘어 하나의 양식임을 밝히려 한다. 풍자는 교정과 개량을 목적으로 공격의 대상이나 주제를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웃음, 아이러니, 냉소, 미소 등의 태도를 환기시켜 그것을 격하시키는 문학적 기법으로 정의된다. 이 책은 대표적인 일상툰인 <마음의 소리> <선천적 얼간이들> <이말년 씨리즈>가 어떻게 현실을 풍자하고 있는지를 열등한 주인공, 박해와 파국, 배경, 언어유희, 거리두기, 패러디, 이코노텍스트, 부조리한 현실 인식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일상툰의 주인공도, 이들의 주변 인물도 모두 동시대 한국을 살아가는 ‘나’의 모습으로 동일시할 수 있고, 삶의 비애를 웃음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저자는 “웹툰의 중요한 미학은 ‘공감’에 있다”며, “한국 일상툰에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희망을 줄 수 있는 풍자라는 기제가 숨어 있어 대중적인 서사체로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웹툰을 분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만날 수 있다.
200자평
웹툰의 형식적 특이성이 아닌 서사적 독자성에 주목하고, 인문학적 시각, 특히 문학 양식으로서 그 미학을 밝히고자 한다. 웹툰은 웹이라는 토대에서 자생한 한국 고유의 만화로서 동시대 한국 대중의 현실 인식을 반영하며 영화, 드라마, 게임 등으로 멀티유즈되고 있는 대중적 서사체다. 이 책은 웹툰 중에서도 특히 ‘일상툰’이라는 장르에 주목한다. 일상툰은 한국 대도시에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을 포착해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낸다. 일상툰이 현 세태를 그려 내는 방식을 ‘풍자’라고 전제하고 일상툰의 인물, 사건, 배경을 살펴봄으로써 그 특이성을 도출한다.
지은이
김유나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에 출강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에서 “한국 일상툰의 풍자 연구” (2014)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동대학원에서 “팬픽션의 생성구조연구: <스타 트렉(Star Trek)>을 중심으로”(2017)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도부터 계원예술대학교, 서울예술대학교, 한경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디지털스토리텔링과 게임학을 강의해 왔다. 저서로는 『팬픽션의 문법』(2019), 『게임사전』(공저, 2016),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해』(공저, 2015) 등이 있다. 논문은 “웨어러블 기기의 인문학적 의미 고찰”(2018), “팬픽션의 생성 요소”(2017), “여성주의 문화이론에 따른 애니메이션의 여성 영웅 캐릭터 비교 분석”(2014) 등이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참여문화, 사용자생성콘텐츠, 웹콘텐츠다.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등의 키워드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연구 주제를 개척하고 있다.
차례
한국 고유의 만화를 찾아서
01 웹툰의 양식 분류
02 인물: 열등한 주인공
03 사건: 박해와 파국
04 배경: 현대 도시 공간
05 언어유희를 통한 풍자
06 거리 두기를 통한 풍자
07 패러디를 통한 풍자
08 이코노텍스트
09 부조리한 현실 인식
10 웃음과 공감의 미학
책속으로
웹툰의 주요 독자들은 한국의 대도시에서 봉급생활자로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웹툰은 웃음과 기지를 통해 소시민의 삶의 비애를 그림으로써 독자들의 공감을 얻는다. 더 나아가 동시대 사회의 부조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함으로써 독자와의 소통을 시도한다.
_ “한국 고유의 만화를 찾아서” 중에서
대개 주인공 캐릭터는 희화화되어 나타나며, 연재를 거치는 과정에서 인물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더해지게 된다. 일상툰에서 주인공 캐릭터는 입체적이라기보다는 평면적이며 행동 범위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인물은 늘 정해진 패턴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는 등 일관적인 방식으로 묘사된다.
_ “02 인물: 열등한 주인공” 중에서
가령 작가 재현적 주인공은 부조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소시민, 즉 웹툰의 주요독자들을 대변한다. 그리고 이런 주인공이 박해받고 희생되는 모습을 통해 부조리한 세계에 패배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다만 일상툰은 풍자 양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리얼리즘과는 달리 웃음을 통해 이런 주제를 전달한다.
_ “03 사건: 박해와 파국” 중에서
언어적 아이러니는 주로 수사적인 도구, 풍자의 무기 또는 특정 인물의 엄숙한 바보짓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일상툰에서 언어적 아이러니는 웃음을 유발하고 풍자 대상을 공격하는 효과적인 기법이다.
_ “05 언어유희를 통한 풍자” 중에서
이처럼 일상툰에서는 주인공과 관찰자가 대치하는 상황을 해설, 지시문, 말풍선, 생각풍선 등의 문자 정보와 이미지 표현의 상보적 결합을 통해 역동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카피 문구는 언어유희나 패러디를 활용해 상황을 풍자적으로 조망하고 포착한다.
_ “08 이코노텍스트” 중에서